AI에 투자한 것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을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한 벤처 캐피탈이 내놓은 리포트 하나가 AI 업계에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AI로 자본 투자가 몰리고 있는 이 시기에 이 리포트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AI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투자한 것 이상의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화두입니다.

도발적인 주제를 던진 곳은 ‘세콰이어캐피탈’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아주 유명한 벤처 캐피탈이죠.  세콰이어캐피탈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칸은 ‘AI의 6000억 달러에 대한 질문’이라는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

칸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AI 산업이 지금의 투자를 회수하려면 시장규모(AI 서비스 매출의 합)가 6000억 달러(831조원)가 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한 5000억 달러 정도입니다. AI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보다 훨씬 커져야 AI 업체들이 돈을 좀 번다는 이야기네요. 국내의 경우 성인 스마트폰 보급률이 97%에 달합니다. 거의 전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과연 AI가 이 정도까지 확산될까요?

칸이 이와 같은 수치를 뽑아낸 계산식은 간단합니다. 일단 AI를 위해서는 GPU가 필요하고, 그 대부분을 엔비디아가 공급하니 엔비디아 실적 예상치에서 계산을 시작합니다.

엔비디아 2024년 데이터센터 하드웨어 부문(대부분 GPU) 예상 매출액은 1500억 달러입니다. AWS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클라우드 업체들이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GPU뿐만 아니라 다른 컴퓨팅 장비, 전기와 같은 에너지, 건물, 백업 시설 등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칸은 이런 추가적 비용이 GPU 비용 수준이라고 전제합니다. 그러므로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300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GPU 구입비+부가비용(컴퓨팅 장비, 에너지, 건물, 백업 시설 등) = 3000억 달러

이렇게 3000억 달러를 들여 AI 인프라 서비스를 준비한 클라우드 기업은 오픈AI나 다른 AI 업체에 인프라를 판매합니다. 이들은 당연히 마진을 원합니다. 칸은 이들이 원가 수준의 마진을 책정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원가가 3000억 달러이기 때문에 이들이 시장에 공급하는 AI 컴퓨팅 서비스 가격의 총합은 6000억 달러입니다.

오픈AI를 비롯한 모든 AI 업체 매출의 합이 6000억 달러 이상 되어야 결국 비용보다 많은 수익이 나온다는 분석입니다. 단순하지만 그럴싸한 수치네요.

그럼 AI 업체들은 6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의 매출은 2023년 말 16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성과이고, 다른 AI 업체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6000억 달러라는 수치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미미합니다. 오픈AI가 컴퓨팅 파워 확보에 투자한 것이 이상으로 수익을 내고 있을까요?

주요 기술 기업의 AI 매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치도 6000억 달러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칸은 말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메타가 각각 AI로 연간 100억 달러, 오라클,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X, 테슬라가 각각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해보죠. 모두 합치면 1000억 달러입니다. 그럼 남은 5000억 달러는 누가 벌죠?

칸은 당분간 엔비디아 GPU 공급부족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AI 컴퓨팅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죠.

칸은 AI 인프라가 과도하게 구축되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는 ‘AI가 다음 기술 혁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도, 투자자들은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칸은 예상되는 반박에 미리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GPU 인프라는 철도와 같은 인프라라는 반박입니다. 인프라를 깔 때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철도 인프라가 갖춰지면 물류, 관광, 쇼핑 등 다양한 산업이 그 인프라를 타고 발전하죠.

이 주장에 칸은 동의한다면서도 GPU와 철도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철도는 깔리면 독점적인 지위에 섭니다. 같은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는 대부분 하나니까 철도회사는 가격결정력을 가집니다. 하지만 AI 인프라는 독점적 지위가 아니라 항상 가격경쟁을 해야 합니다.

또 기술의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지금 GPU에 투자한 것이 3~4년 뒤에는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훨씬 빠른 GPU가 또 금방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비싸게 구축한 인프라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가 AI의 혁신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종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기업들은 큰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냉정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매우 중요한 회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그는 말합니다.

다만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망상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그 망상은 AGI(인공일반지능)가 내일 다가오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빨리 부자가 될 것이며, 우리 모두는 유일하게 가치 있는 자원인 GPU를 비축해야 한다”는 망상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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