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을 대하는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입장
지난주 마이크론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HBM 점유율 시장에 불을 붙였다. 2023년 9% 수준의 HBM 시장 점유율을 보이던 마이크론은 실적 발표 시 “2025년까지 모든 HBM이 매진되었다”며, “2025년에는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에 상응하는 HBM 시장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은 21.5% 수준으로, HBM의 공급량을 크게 늘리겠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지난해 HBM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트렌드포스 기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높은 점유율은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거의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월, HBM3E 12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며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엔비디아 제품과의 호환성을 측정하는 퀄 테스트 통과가 계속해서 지연된다는 것이 로이터 통신에 의해 알려진 바 있다. 뒤이어 마이크론이 HBM3E 납품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장 3위인 마이크론에게도 HBM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업체는 각종 투자 등으로 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선점과 유지를 위해 10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80%가량인 82조원은 AI 분야에 쓰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24일, 청주시 SK하이닉스 신규 팹 M15X 건설을 통해 AI 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는 4월 3일 미국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한 지 3주만에 나온 추가 투자 계획이다.
M15X는 연면적 21만㎡(약 6만3000평) 규모의 팹으로, HBM 일괄 생산공정을 갖춘다. 특히 D램을 수직으로 쌓은 후 미세 구멍을 뚫고 TSV(실리콘통관전극)으로 연결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TSV 공정 캐파를 갖고 있는 M15 공장 인근에 M15X 공장을 짓게 해 생산 효율 극대화를 꾀했다.
SK하이닉스는 또한 2046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첫번째 팹은 내년 3월 착공, 2027년 준공 예정이다. 그럼에도 청주에 D램 팹을 또다시 짓기로 한 것이다. 압도적인 캐파를 통해 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퀄 테스트를 통과하는 3분기부터 HBM3E 8단 납품, 4분기에는 HBM3E 12단 납품을 노리고 있으나, 2분기 내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12단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시설투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달러(약 8조86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받아 최첨단 공장 설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반도체부문 대표를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내에서도 기술에 해박한 인재로 꼽힌다. 현재 엔비디아 납품 없이도 HBM 시장에서 30%대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 중인 만큼, 엔비디아 시장만 뚫리면 HBM 시장 점유율 1위도 노려볼 수 있다.
마이크론은 HBM3E 시장 선점을 위해 4세대 HBM인 HBM3 개발을 건너뛰고 바로 HBM3E 개발해 착수해 올 2월,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HBM3E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퀄 테스트에 통과하며 엔비디아 납품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2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겠다는 전망이다.
한편, 중국의 화웨이 역시 HBM을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서 첨단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게 되자, 스마트폰용 칩셋은 물론 HBM과 고사양 패키징 기술 자립화도 시도하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가 양쯔메모리(YMTC)의 자회사인 중국 파운드리 업체 우한신신과 HBM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는 패키징 업체인 장쑤창장 일렉트로닉스테크나 통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도 협력 중이다. 외신들은 화웨이의 이러한 행보를 볼 때, 2026년까지 중국산 HBM 자국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