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에이트쇼 원작자 “이 쇼는 연민에 관한 이야기”

시간은 곧 돈이다. 어떻게든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 1분 1초라도 나를 더 볼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새로울 게 없다. 도파민의 시대, 모든 미디어는 시청자의 관심을 얻기 위한 자극적 콘텐츠를 쏟아내는 경쟁을 한다.

여기에 설정을 하나 더 넣어보자. 생존을 위한 어떤 인프라도 없이, 갇힌 공간 안에서, 빌어먹을, 누군지 모르는 감시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쇼를 만들어야 한다. 장기자랑 같은 소소한 재미에서부터 폭력이나 섹스 같은 강도 높은 자극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에이트쇼>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20~26일에는 누적 시청수 650만회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부문 1위에 올랐다. 색다른 방식으로 생존게임을 다루는 데다,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등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게다가 감독이 <관상>의 한재림이다.

더에이트쇼는 배진수 작가의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무간지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덟명의 낙오자를 그린 이 작품들은 드라마 제작 전에도 유튜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한국과 미국 등에서 인지도를 얻었다. 그만큼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다.

더에이트쇼가 시청률 계단을 오르내리던 지난달 29일, 배진수 작가에게 “작품의 드라마화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고 물었다. 배 작가는 “‘나도 드라마 원작자’라는 내적 프라이드가 생겼다”고 답했다. 드라마가 원작을 잘 살렸느냐는 질문에는 “연민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재림 감독과 내가 가지는 같은 결”이라고 말하더니, 시즌 2 제작 여부에 대해서는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해진 건 없기 때문에 현재는 육아에 집중 중”이라며 웃었다.

머니게임, 파이게임을 그린 배진수 작가. 두 작품이 더에이트쇼의 원작이다.

더에이트쇼가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드라마 2위다. 인기를 실감하나?

주변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사람들도 연락이 와서 실감은 하고 있다(웃음).

개인적으로 1화를 보자마자 빵 터졌다. 주인공 이름이 배진수라니! (기자 주: 원작 만화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따로 설정되지 않았다. 주로 1호와 2호 등으로 인물을 구분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원작자와 같은 ‘배진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원작 웹툰이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섞은 데다, 주인공들의 이름이 별도로 설정되지 않아 헛갈리니까 일단은 제작진에서 구별이 쉽도록 이름을 붙였는데, 그게 굳어진 거다. (그래도 주인공 이름이 배진수라는 걸) 웃으면서 봤다.

<머니게임>이 OTT 드라마화 된다고 인터뷰한지 딱 2년이 지났다. 나온 걸 보니 감회가 어떤가? 게다가 넷플릭스다

감개무량하다. 모든 작가의 꿈이 예전에는 출판이었다면, 요즘에는 웬만한 작가라면 다 영상화를 꿈꾸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걸 어쨌든 좋은 결과로 잘 이뤘으니까 감개무량하다. 개인적으로는 넷플릭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좋다.

[관련기사: OTT 드라마로 제작되는 ‘머니게임’의 배진수 작가]

독자들이 이걸 제일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드라마화와 흥행 성공이 수익으로 직결되고 있나?

사람들이 “이 드라마가 원작이 있네? 원작을 보자”라고 해서, 저한테도 다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그게  가장 큰 수입원이고, (드라마화로 인한 직적접 수익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로 얽혀 있어서 디테일하게는 잘 모른다. 물론 당연히 원작료를 받았고.

원작의 메시지가 드라마에서도 잘 구현이 됐다고 보나?

그렇게 생각한다. 정확히 제가 원작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재림 감독님이 너무나 잘 표현을 해주셨다. 한재림 감독님을 사석에서 만나면 저는 그걸 느끼는데, 물론 감독님도 같이 느끼실 지 모르겠지만(웃음), 뭔가 사람이나 사회를 보는 시선이 비슷하다. 그 결이 같다는 걸 조금씩은 느꼈고, 그래서 그런 부분이 작품에도 잘 녹아들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결이 비슷한가? 그리고, 작가님이 원래 구현하려 했던 메시지는 뭐였나?

작품을 다시 보신 분은 아마 어렴풋이 느끼시겠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인간이란 존재의 한계, 연민 같이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악행을 한 사람을 악한이라고 규정 짓는다고 해도, 내가 만약 저런 환경에서 저렇게 자랐다면 저런 악인이 되지 않을 보장은 있나라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그런 것을 종합적으로 연민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나아가서, 사회라는 건 인간이 모인 집단 아닌가. 마찬가지로 연민을 가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마도 한 감독님과 내가 가진 같은 결이라 생각한다.

‘연민’이 드라마에서 가장 강하게 부각됐던 장면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그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건 ‘1층’이 아니었나 싶다. 거의 직접적으로 1층이 모든 메시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1층’이라 불리는 캐릭터가 상층부의 오물을 다 받아낸다거나, 도모했던 어떤 일을 결국엔 실패하게 되는 그런 모든 장면을 이야기 하는 건가?

그 모든 걸 종합해서 가장 연민을 잘 드러내준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똥’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핵심 소재인데, 또 너무 직접적으로 내용이 다뤄져서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이 소재가 왜 중요한 걸까?

뚜렷한 메시지를 넣기 위한 건 아니었는데, 일반적으로 사회와의 격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다. 사회에서는 당연히 나의 배변이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지지만, 인프라가 없는 곳에서는 그 기본적이 인간의 위생, 기본권도 지켜지지 않는다. 원작에서도 “자기가 싼 곳에서 먹는 곳은 돼지우리 정도 밖에 없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사회와 격리돼 인프라에서 멀어지는 순간 인간이 얼마나 동물에 가까워지는지,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좀 표현하고 싶었다.

연민을 다루면서 동시에 사회 체제나 계급에 대한 비판도 통렬하게 들어갔다고 느껴졌는데

시각에 따라 다르다. 독자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이 작가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거냐?” 라든가 “자본주의는 그래도 인류가 만든 시스템 중에 그나마 가장 기능하고 있는 게 아니냐”하고. 맞다.

내가 ‘시각의 차이’라고 말한 것은, (이 작품이 사회 체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체제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에 가깝다. 원작 <머니게임>에서 사회 체제가 계속 변하고 있는데, 그 캐릭터들이 게임을 망치고 돈을 날리고 싶어서 그 체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거기서 더 많은 돈을 벌려다 보니 그렇게 된다?

그렇다. 각자 나름의 정의가 있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이 체제인데 네가 생각하는 정의는 저 체제이기 때문에, 그 다름에서 오는 갈등이나 부조화를 비판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이런 형태로 간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도 그러니까, ‘연민’이랑 맞닿아 있는 거다.

작품의 핵심 설정 중 하나가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거다.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룰이 명쾌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다. <머니게임>에서는 “물가 1000배”라는 전제로 룰 설명이 끝났고, <파이게임>에서는 <머니게임>에서 만큼 좋은 룰을 뽑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너무 오래 고민을 하다가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대답하기 쉽지 않겠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8명의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이가 있다면?

배분이 공평하게 되어 있어 누구 하나 더 뛰어나고 안 뛰어나고 그런건 없지만, 저는 그래도 아무래도 3층이다. 류준열 배우가 맡은 3층 캐릭터가 원작에서도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사람 눈으로 보는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나 역시 3층 기준으로 (작품을) 많이 봤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이게 시즌 2를 좀 예고를 하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혹시 얘기가 되는 게 있나?

아직 드라마 오픈 초기이고, 정해진 건 없다.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작품에 대해 여러 평론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는 이 작품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그런 요소도 있다. 원작에서도 BJ가 자극적이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구도가 나온다. 그게 (드라마와) 같은 구도라고 봤다. 그렇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내가 원작을 쓸 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도파민’이란 말이 유행처럼 쓰이진 않았다. 자판기를 누르면 바로 튀어나오는 자극 같은 것이, 그때만 해도 그렇게 심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갈수록 그 양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만들어진 작품이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다음 작품 계획은 있나? 있다면 어떤 내용을 담으려 하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말로 확실히 정해진 게 없다.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만약 ‘더에이트쇼 시즌2’가 된다면, 거기에 대한 글을 써볼까 싶긴 한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사실 전혀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지금은 ‘육아’를 하고 있다(웃음).

이 드라마화가 작가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 있다면?

자랑할 수 있다는 거다. 어디 가서 거들먹 거릴 수 있다(웃음). “나도 드라마 원작자다!”하는. 물론, 진짜로 거들먹거리고 다니진 않지만 내적 프라이드가 생겼다.

이 질문도 하고 싶었는데. 내심 오징어게임과 비교하고 경쟁하진 않나?(기자 주: 원작만화인 머니게임이 오징어게임보다 먼저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 않다. 오징어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라고 본다. 심지어 나는 오징어게임을 보지 않았다. 오징어게임 뿐만이 아니라, 이와 유사하게 게임을 다룬 만화나 영화를 의도적으로 안 봤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다른 작품의 장면을 가져다 쓰게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을 애초에 막고 싶었다.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도 유사한 내용을 다룰 수 있는데

안 봤는데도 우연히 유사한 걸 쓸 수는 있다. 그렇지만 다른 작품을 안 본 상황에서 유사한 걸 써봤자 그렇게 유사하진 않다. 정말 무서운 건, 내가 다른 작품을 봤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시간이 정말 많이 지나서 무의식 중에 쓰게 되는 경우다.

그런 경험이 하나 있다. 언젠가 좀비물을 한 번 써볼까 고민을 했는데, 생물의 눈에 들어가 조정하는 그런 기생충이 있지 않나. 이 기생충이 사람 뇌에 들어가 피를 보게 해서 그 피로 감염이 되고 그런 내용. 너무 좋은 아이디어인데, 왜 아무도 안 썼지? 그랬는데, 이게 예전에 내가 너무 재미있게 했던 게임 ‘바이오하자드’에 들어 있던 설정이더라. 이걸 기억하지 못하고 만약 그렸다면, 사람들이 “이 사람 바이오하자드랑 똑같은 걸 썼네?” 그렇지 않겠나. 그게 무섭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것과) 유사한 거는 최대한 안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이디어 원툴 작가다(웃음).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느 ㄴ것도 아니고, 액션을 기깔나게 그리는 것도 아닌 아이디어 원툴 작가인데, 그 아이디어를 어디서 가져왔다는 말이 들리는 순간 내가 가진 툴이 다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정말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동료 작가들은 OTT와 협업 과정을 궁금해 할 것도 같다. 어떻게 드라마화가 처음 야기됐고, 실제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작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당연히 작가들마다 행동 양상이 다르겠지만, 나는 첫 제작진 회의에서 그 말을 했다. “내가 원작자라고 해서 영상에 관여를 해 잘 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만약 조언을 구하시면 조언해드리는 정도지, 내가 나서서 “이랬으면 좋겠다, 저랬으면 좋겠다” 하지는 절대로 않을 거니까 편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했었다.

마지막으로, <바이라인네트워크> 독자들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최근 강연에서도 한 이야기다. 요즘엔 어떤 분야에서건 사람들이 다 힘들어 하지 않나. 삶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이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고 연민을 느끼는 것 아닌가. 즐겁고 행복한 걸 보면서 연민을 느끼진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궁극적인 해법이 ‘감사함’이라고 생각을 한다. 큰 욕망, 큰 꿈 다 좋지만, 그쪽으로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고 ‘나는 실패자, 나는 틀렸어’라고 말하는 건 아닌 거 같다. 높은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한 걸음 한 걸음, 한 계단 한 계단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치료제 같은 게 아닐까 늘 생각한다. 계속 감사를 하고 살아야지 나중에 큰 것을 얻을 수 있겠구나라고 많이 생각해서, (작품) 후기에도 그렇게 썼었다. 감사를 많이 하면서 힘든 감정이 많이 희석되더라. 그래서 나도 습관적으로 감사를 훈련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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