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본, 세탁기에 강아지까지…크래프톤 모션캡처 강한 이유 있었네
크래프톤 모션캡처팀 인터뷰
안형주 팀장, 배틀그라운드 캐릭터 연기하며 인연
업계서 잔뼈 굵은 일당백 인재들로 구성
‘인조이’ 내 사물까지도 모션캡처로 완성도 높여
4족 동물 데이터 구축…마커리스 시스템까지 R&D 계획
“(펍지)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워낙 좋아했고 제가 액터도 했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캐릭터 연기를 한 거죠. (전장 투입 전) 로비에서 준비하는 자세나 (피격 이후 체력이 소진돼) 절하는 그런 모션이나 주먹으로 치고 하는 모션 뭐 이런 것들까지 다 했죠.(웃음)”
최근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크래프톤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찾아 모션캡처팀의 안형주 팀장과 안용남 PM을 만났다.
안형주 팀장은 국내에 모션캡처를 알리고 관련 장비를 들여온 업계 1세대 밑에서 잔뼈가 굵은 1.5세대 정도되는 인물이다. 댄서 출신이기도 한 그는 크래프톤 모션캡처팀을 이끌기 전 직접 배틀그라운드 캐릭터 연기를 하면서 회사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떠올렸다. 그는 게임과 영화, CF 등 1000개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액터, 디렉터, 엔지니어,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경력을 쌓았다.
인터뷰에 함께 나선 안용남 PM은 모션캡처시스템을 취급하는 바이콘(VICON) 한국지사에서 프로그램 엔지니어 및 기술 영업을 담당하다 인연이 이어져 현재 팀 PM으로 근무 중이다. 크래프톤 모션캡처 스튜디오가 쓰는 촬영 장비도 바이콘에서 들여왔다.

크래프톤 모션캡처 스튜디오는 70대 촬영 장비를 갖췄다. 두 사람은 스튜디오나 촬영 장비 규모로 타사가 더 큰 경우도 있겠지만, 최대 12미터 촬영 공간이 나오는 스튜디오에서 최적의 스펙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안형주) 팀원 전체가 키 애니메이션까지 잡을 수 있는 실력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3D툴로 액터와 캐릭터를 리타겟시키고 그런 기능을 위한 자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촬영 후처리에서 액터와 캐릭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접목이 됐는지 춤이든 액션이든 이런 게 잘 표현이 됐는지 구현할 수 있는 점에선 저희 팀원들이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봅니다.”
“액터와 (가상) 캐릭터의 사이즈가 많이 다르잖아요. 리타겟팅을 해서 연기한 동작들이 캐릭터에 얼마나 잘 입혀지는지 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애니메이터분들이 그 데이터를 가져갔을 때 수정하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고요. 저희 팀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죠. 모션빌더라는 3D툴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언리얼엔진 5.4버전에서 리타겟해주는 기능이 있어서 그런 부분도 저희가 적용 중입니다.”
“(안용남) 개발팀과 모션캡처 데이터가 가장 접합이 잘 되게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새로 나온 시스템이라든지 프로그램이 있으면 어떻게 접목을 시킬 수 있는 R&D를 하고 있고요.”

최근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하이브 ‘뉴진스’와 대규모 협업을 진행했다. 뉴진스 테마의 다양한 인게임 콘텐츠와 아이템 등이 모션캡처 스튜디오 작업으로 탄생했다.
“최근 협업 중에선 뉴진스가 가장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이브 소속 댄서분들이 직접 오셔서 디렉팅하시고 그런 부분에서 협업을 같이 했습니다. (크래프톤이 개발 중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 경우엔 외국 감성의 연기를 해야 하니까 외국분이 오셨습니다. 해외 타겟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리액션이라든가 연기가 중요했죠. 페이셜(얼굴) 캡처 때도 직접 표정 연기를 하니 우리와 확실히 다른 그분들의 감성이 나오더라고요.”
“(섭외 등 제외한 모션캡처 작업만으로) 촬영하고 일주일에서 이주 안에 데이터 처리하고 캐릭터 캘리브레이션까지 잡아서 개발팀에 넘기게 됩니다. 개발팀이 받아서 처리하는 한 두달 사이 계속 왔다갔다 작업이 이뤄지는 거죠.“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경우 동작을 많이 받아가서 작업하길 원하셨습니다. 하루 촬영할 때 100개~200개 사이의 동작을 찍고 그걸 저희가 클린업해서 2주안에 딜리버리하는 시스템으로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모션은 타격감과 무게감을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것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무게별로 많은 소품을 쓰고요. 스피드가 필요할 땐 스펀지 검을 쓰거나 타격감을 주기 위해선 앞에 매트를 세워두고 거길 치면 어깨부터 다 떨림이 나오거든요. 그런 것도 저희는 디테일하게 보고 디렉터분과 액터분 그리고 촬영팀과 협의하면서 진행합니다.”
최근 작업 중에서도 ‘한국판 심즈’로 불리는 크래프톤의 야심작 인조이 개발 협업은 모션캡처팀에게도 도전이었다. 애니메이터들의 공수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요청이 있었고, 그러기 위해선 모션캡처 단계에서 최대한 디테일을 살리고 실제 액터와 캐릭터 간 리타겟(보정)이 완벽해야 했다.
“연기 동작뿐 아니라 사물을 움직이는 것도 모션캡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세탁기와 냉장고, 오븐을 다 만들면서 그런 문이 열리는 액션까지, 그 다음엔 사물들이 움직이는 액션까지 다 촬영해서 드렸죠. 게임 자체가 생활과 삶이 녹아 든 게임이잖아요. 개발팀과 엄청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톤 모션캡처팀은 개발팀과 협업 외 자체 연구를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4족 동물 촬영을 진행했다.
“최근 강아지 캡처를 직접 했습니다. 바이콘 카메라가 제공해주는 ‘캐릭터 본(뼈대)’이 있는데, 강아지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강아지 본을 그 마크 위치에 맞게끔 자체적으로 만들었던 부분이 힘들었습니다. 가장 큰 R&D였지 않았을까.(웃음) 새로운 템플릿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죠. 30가지 넘게 만들고 진행했었습니다. 국내엔 그런 데이터 자체가 없고, 회사 자산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체 모션캡처 스튜디오를 갖추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물의 경우 어깨의 움직임이나 걸을 때 (몸 전체가) 리듬을 타는 부분 그런 부분의 세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직접 촬영이 필요했습니다. 자체적으로 고양이나 말 등 데이터의 다양성을 갖출 수 있게 동물 관련해선 계속 촬영을 하면서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말의 경우 스튜디오에 오질 못하니까 직접 경마장에 가야죠. 햇빛이 들어오면 안 되는 카메라로 촬영하거든요. 밤에 촬영하게 될 거 같습니다.”
“최근엔 마커리스 시스템을 많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마커가 붙은 촬영 의상을 입지 않고도) 사람이 그냥 들어가서 스튜디오 촬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제 개발을 하고 있는 중으로 저희도 정보를 받고 있고요. 이 시스템을 구축해보려는 중이예요. 액터분들이 옷을 안 입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데이터 후처리를 덜 할 수 있죠. 단점은 아직 퀄리티가 많이 낮아서 NPC나 군중 속을 디테일하게 안 보는 신 등 프로젝트별로 적절하게 써야 하겠죠. 글로벌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마커리스도 같이 해보면서 자체 R&D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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