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사상 초유의 코스닥 상장 취소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이 취소됐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20일 시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의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승인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장취소 사유는 전 최대주주와의 갈등을 숨겼다는 점이다. 이노그리드는 상장 심사 신청서에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현재 최대 주주 사이의 주식 양수도 및 금융회사의 압류결정 등 분쟁 가능성을 기재하지 않았다. 중요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상장 예비심사에서 논의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국거래소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동안 다시 상장할 수 없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단호한 모습이다. 규정을 바꿔 상장예비심사 신청제한 기간을 1년에서 3~5년으로 늘리고, 신청서 서식을 개정해 필수기재 사항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지양하는 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기사는 이전 6월 17일 발생된 이노그리드 IPO 기자간담회 기사에 추가적으로 업데이트 됐습니다.
상장 앞둔 이노그리드 “우리는 성장성이 매우 높다”
“저희는 AI 비즈니스가 늘어날수록 함께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AI가 커질수록 데이터가 커지고 클라우드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국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이노그리드의 김명진 대표는 자사의 성장성을 강조하며, 투자자들에게 자사의 매력을 어필했다. AI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클라우드 업체인 이노그리드 역시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노그리드는 고성장의 목표를 수치로 제시했다. 2024년 매출 약 400억원, 2025년 약 530억원, 2026년 약 670억원의 매출을 내겠다고 밝혔다. 30%가 넘는 고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지난해 매출은 329억원이다. 다만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2026년에는 30%가 넘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대표는 “국가의 정책적으로도,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적 측면에서도, 비즈니스 확장의 면으로도 매우 전도유망한 분야를 하고 있는 회사”라며 “클라우드 솔루션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설계지원, 구축, 데이터센터 운영관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까지 클라우드에 대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모두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저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설립된 이노그리드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오픈스택과 쿠버네티스와 같은 오픈소스 기술과 자체 개발 솔루션을 활용해 정부기관이나 기업에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자면 레드햇이나 VM웨어와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수혈된 자금으로는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노그리드의 매력적인 부분은 빠른 성장세다. 2022년 141억원에서 2023년 329억원으로 매출이 뛰었다. 두 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마이그레이션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노그리드에는 공공부문이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객 포트폴리오가 공공부문에 치우쳐져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수익성이 크지 않은 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금융권 등에 고객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70% 가까이 정부나 지자체, 학교 등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350개의 고객이 이노그리드 솔루션으로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모든 보안 인증을 획득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IPO를 통해 600만주를 공모할 계획으로, 주당 공모가를 2만9000~3만5000원으로 희망하고 있다. 계획대로 된다면 174억~21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게 된다. 예상 시가총액은 1318억~1591억원이 된다.
오버행(매도 가능한 대규모 물량) 우려도 있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정 주식 중 상장 첫날 유통될 수 있는 주식이 절반 이상이다. 상장 1개월 후에는 보호예수기간이 풀리면서 15.97%가 추가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오버행은) 과거 최대주주가 엑시트하면서 풀렸던 물량”이라면서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노그리드는 오는 6월 24~25일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고, 7월 중 상장할 예정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