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나를 기억해줘요(1)
한 달도 안 남은 임기 중에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 법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얼마 전 국회 유니콘팜에서 낸 “21대 임기 중에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는 입장문이 인상깊었습니다. [관련기사: 국회 유니콘팜 “21대 국회, 변호사법 개정안 통과시켜라”] 오는 29일 종료되는 21대 국회 임기 전까지, 마지막 힘을 내서 주어진 과제를 외면하지 말자는 성명이었습니다.
유니콘팜은 여야를 막론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은 국회의원들이 만든 스타트업 연구모임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신신업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들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죠. 지난해 총 여섯개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입법의 높은 문을 뚫지는 못했습니다. 신 산업의 특성 상 상충하는 이해관계자가 있고, 따라서 조율에 애를 먹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죠. 이들이 “변호사법이라도 통과시키자”라고 하는 것은, 이 개정안이 스타트업 관련 법안에서는 드물게도 여야 의원 간 이견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변호사법 개정안을 비롯해 21대 국회에서 끝내 처리하지 못한 스타트업 관련 법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몇개의 법안이 결국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된 채 묻혀버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법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해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없는 내용은 당연히 아니라서 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꾸준히 요구해 온 일들이라, 다음 회기에서라도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이야기되는 법안들입니다. 1편에서는 유니콘팜이 발의한 법안 중 두 건을 먼저 확인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19814)
지난 2023년 2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이 대표발의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정보주체나 제 3자의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업자가 함부로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이 ‘유일성’이 강하기 때문에, 유출되면 다른 정보 대비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봐서죠. 2010년대 초반에, 각 카드사들이 주민등록번호를 과도하게 수집했다가 해킹·유출되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이때 주민등록번호를 사업자(개인정보처리자)들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지금은 ‘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할까요? 시대가 바뀌어 ‘법률·의료·세무’ 등, 개인의 건강이나 재산과 관련한 중요한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하는 산업들이 나오고 있어서 입니다. 이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법으로는 아직 막혀 있죠. 이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는 근거가 모호합니다.
이 개정안의 검토보고서(정무위원회 고상근 수석전문위원)에 맞춤한 예시가 있습니다. 세금환급서비스인 삼쩜삼은 개인을 대신해서 국세청 홈택스에서 종합소득세 환급 신청을 하지요. 이럴 때 주민등록번호의 입력과 확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삼쩜삼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주민등록번호 처리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법적인 불명확성은 이 서비스가 지금은 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불법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 되죠.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은 삼쩜삼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호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개정안이 주장하는 바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허용(예외)의 범위에 “법률과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업무를 정보주체의 위임을 받아 수행하는 경우”를 추가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보주체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관련한 신산업과 스타트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법률 검토안이 설명하고 있네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0471)
가장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분야를 꼽으라면, 이제는 문화 콘텐츠가 그 한 축을 당연히 차지합니다. 일명 ‘K-콘텐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는데요. 이렇게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IP 산업의 성장은 문화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재산의 가치 평가를 위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하고, 또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산업적 기반을 조성해야지요. 그래서 문화 지식재산과 전통 금융서비스가 잘 융합해 새로운 선순환 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 영역을 만들자는 것이 해당 법안입니다.
황보승희 의원(자유통일당, 전 국민의힘)이 2023년 3월 발의한 이 개정안은 한 마디로 요약해서 “문화지식재산금융의 정의와 지원 근거를 신설하자”는 것입니다. 법으로 정의 내리지 않으면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지식재산금융’이라는 것의 뜻부터 정확히하자는 건데요. 개정안에서는 이를 “문화산업을 통해 창출되는 ‘지식재산 기본법’에 따른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각종 금융 활동”이라고 정리했네요.
다만 이 법안은 “문화 기반의 지식 재산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활동을 지원하고 지식재산 금융 활성화를 위한 산업적 기반을 조성해 문화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지만, 아직은 논점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에서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기존의 다른 법안과 상충하거나 혹은 부서 간 업무의 영역을 침범하는 부분이 있어 향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개정안 검토보고서(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에 따르면, 문화지식재산금융의 정의에서 ‘각종 금융 활동’이라든지 ‘인프라 구축’ 등의 범위가 너무 넓게 해석되거나 혹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고요. 그래서 문체부에서 소관하는 이 법안이 금융위원회의 소관 법률과 상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게다가 특허청이 이미 ‘지식재산기본법’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에 기반한 금융 활성화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등의 상황을 봤을 때,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당위성과는 별개로 부처 간 갈등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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