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 액셀러레이터가 이끄는 데모데이 가보니
스낵(SNAAC)은 서울대 학생들로 이뤄진 액셀러레이터다. 서울대 출신 창업자가 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투자 이력이 없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달파, 옵티마이저AI 등과 같은 스타트업이 스낵의 손을 거쳤다. (참고 기사: [인터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위해 뭉친 서울대 학생들)
스낵은 액셀러레이팅 참가 신청을 받아 육성할 스타트업을 선발한다. 그리고 약 두 달간 스타트업의 사업 전략을 강화하고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한 밀착 지원한다. 이후 열 곳의 파트너 벤처투자사(VC)들이 참여하는 데모데이를 열어 우승 팀에게 상금을 수여한다. 이 과정에서 스낵의 지분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
학생 액셀러레이터들이 이끄는 스낵의 데모데이는 어떤 분위기일까.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디캠프 건물에 스낵의 다섯 번째 데모데이인 ‘넥스트 스탭’이 열렸다. 이날 스낵의 학생 액셀러레이터들이 직접 선발해 사업화 등을 도운 스타트업 여섯 곳이 모였다.
참여 기업은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팀 로보틱스, 미세먼지 억제제를 개발한 해화, 인공지능(AI)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개발한 파도, 농업관리 플랫폼을 제공하는 시드케이, 채팅형식의 앱개발 노디밸롭 툴을 개발한 앱빌챗, 무역서류 검토 서비스 트래독스다. 이들 모두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팀이다.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각 팀의 치열한 회사 서비스와 비전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 끝에, 팀 로보틱스가 대상을 받으며 상금 2000만원을 받았다. 최우수상에는 파도를 선정해 상금 500만을 수여했다. 12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여섯 팀 중에서도 이날 VC들의 선택을 받은 팀 로보틱스와 파도는 어떤 곳일까.
대상-팀 로보틱스
제조 공장의 인건비, 인력난 문제로 공장 자동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자율이동로봇(AMR)이 개발됐다. 인간의 개입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일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그러나 중소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공장이 좁아 자율이동로봇이 주행하기 좋지 않은 환경이거나, 초기 도입 비용에 민감한 편이다. 팀 로보틱스는 수년간의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중소 제조업 환경에도 적합하면서 가성비 있는 자율이동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백승민 팀 로보틱스 대표는 “로봇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는 환경(브라운필드)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형태의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제로 고객들을 만나면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비용에 대한 문제를 첫 번째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주행과 비용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수요를 기반으로 팀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팔레트 로봇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가격이 기존 경쟁 제품 대비 약 5분의 1수준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격 책정이 가능했던 것은 고가의 3D 라이다가 아닌 저가의 라이다 센서를 여럿 채택하고, 다른 필요 요소를 소프트웨어로 보완했다.

백승민 대표는 “로봇은 자사가 가진 3D 라이더의 센서와 비전 카메라를 기반으로 공간을 인식한다”며 “그 공간에 팔레트가 어디 있는지 알아서 파악하고, 공간에 빈 곳이 어디 있는지 알아서 업로딩하는 자율 작업 기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현재 제품이 자율주행에 한계를 보인다면, 카메라 비전을 추가로 활용해 공장 전역에서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을 제공할 계획이다. 파도가 만들 첫 번째 제품은 팔레트 운반 설루션이다. 이 외에도 조선소, 농업 등으로 산업 분야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파도는 올 초 법인을 설립해 플랫폼을 만들고, 핵심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 필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올해 시드 투자를 받아 개발 인원을 충원해 핵심 기술을 보강하고, 현장에서 검증, 고도화를 계획하고 있다.
백승민 대표는 “누구나 편하게 전자상거래를 하듯 고객들은 현장에서 필요한 로봇 설루션을 쉽게 찾고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은 합리적일 것이고 효용 가치는 확실할 것이라는 미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우수상-파도
투자자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고 이를 검증, 위험성(리스크)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주식 등을 매수할 수 있다. 이후에는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이때 ‘아이디어 검증’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찾아 원하는 형태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데이터를 가져오고 정리하는 것은 복잡하고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파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 금융 데이터소스에 연결되어 사용자가 질문하면 원하는 형식으로 답을 하는 인공지능(AI) 리서치 어시스턴트 ‘소피아(Sophia)’를 개발하고 있다. 소피아는 엑셀과 같은 형태로 사용자의 물음에 각종 표 등의 형태로 답변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소피아에 데이터를 입력하지 않고 드래그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피아에 “삼성전자 5개년 분기별 제품별 매출 비중을 알려줘”라고 명령하면, 18초 만에 엑셀을 활용한 표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또 “삼성전자 자기자본이익률(ROE) 10년치 알려줘”, “시스템 반도체 개발하는 기업 중 당기순이익 10% 넘는 곳 알려줘”라고 하면 10~20초 만에 답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소피아와 비슷한 서비스도 여럿 있다. 그러나 파도는 사용성, 가격 측면에서 소피아가 타 서비스 대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헌 파도 대표는 “소피아의 이용료는 월 30달러”라면서 “이에 반해 기존 제품들의 경우 비싸고 누락된 정보가 있으며 조작 난이도가 높고 (데이터를 사용자가) 가공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도 측에 따르면 소피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점과, 물어보면 답을 주는 형태로 조작 난이도가 쉽다는 점, 사용자가 데이터를 가공하지 않아도 원하는 형태의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 소피아는 주가와 같은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한다. 사용자는 소피아의 결과 값을 누르면, 원문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참석한 한 VC는 파도에 “데이터 원가가 들어갈텐데 30달러가 수익성 측면에서 타당하냐”고 질문을 했다. 이에 정 대표는 “데이터 원가를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파도는 에이전트 비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