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의 실적이 흥미로운 이유
일반적으로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면 순이익도 증가한다.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등을 뺀 것이기 때문에 영업이익과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순이익이 매출액,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나무 실적은 왜다를까.
두나무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19% 증가한 약 5311억원, 영업이익은 58.39% 늘어난 3356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순이익은 18.05% 감소한 267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봐도 순이익은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두나무의 연간기준 매출액은 1조154억원, 영업이익은 64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21% 줄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배나 증가한 805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기업들과 달리 두나무의 순이익이 매출액, 영업이익과 별도로 널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두나무 측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이 순이익으로 잡힌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즉, 가상자산의 시세가 오르면 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반대로 시세가 내려가면 순이익 또한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두나무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은 업비트의 가상자산 마켓,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취득한 것이다. 이렇게 두나무에 쌓인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해 실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경기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두나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시세가 오르면서 당기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럼 올 1분기 실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트코인은 한 때 1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상자산 시세는 작년 말보다 올랐는데 왜 순이익은 감소한 것일까.
힌트는 두나무의 가상자산 회계처리 방식에 있다. 두나무는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실적에 반영하기 위해 재평가 모형이라는 회계적 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재평가를 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의 시세가 변동되기 때문이다. 취득 당시의 시세로 보유 중인 전체 가상자산의 평균값(이를 취득가액이라고 한다)을 구하고, 가상자산의 시세가 그 평균값보다 적으면 순이익에, 많으면 자본(기타자본구성요소)에 포함시킨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랐다는 것”이 두나무 측의 설명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두나무는 가상자산의 취득가액을 월마다 산정하고 있다. 취득 당시 가상자산의 원가를 평균값으로 하고, 월 말의 시세를 적용해 평가한다. 취득원가보다 아래 구간을 ‘당기순이익’에 포함하고 상회하는 구간을 ‘기타자본구성요소’로 인식한다.
정리하자면, 올 1분기 두나무의 당기순이익이 떨어진 이유는 취득가액을 넘어선 가상자산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취득가액을 넘긴 가상자산이 집계되는 ‘기타자본구성요소’가 올 1분기 657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6배 이상 오른 이유다.
가상자산 시세는 두나무의 당기순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두나무가 사업을 잘 하든 그렇지 않든 유무를 떠나서 경기와 그에 따른 가상자산 시세에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올 초보다 적은 폭으로 시세가 올랐던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순이익이 오르는 결과를 가져다줬고, 가상자산 시세가 급등한 올 초에는 오히려 순이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가상자산을 팔아 자본으로 흡수할 수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수 없다. 지난 2021년 12월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직접 운영 중인 플랫폼에 매각할 수 없다. 따라서 두나무가 보유한 가상자산이 순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순이익이 두나무 경영 지표의 대표성을 띠기는 어려워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