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제화, 어떤 논란이 있나요?

“외국에서도 환자분들이 많이 오면서 비대면 원격진료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중동지역하고도 하고…여러가지 툴을 통해서 외국하고 (비대면 진료를) 많이 하고 있는데, 굉장히 만족하고, 이렇게 진료가 잘 되고 있는데 이런 좋은 시스템이 국내 환자분들한테 다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은…굉장히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분야를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사협회의 입장은 매우 명확합니다. ‘약배송은 절대 안 된다’. 그런데 그게 모든 약사들의 의견은 아닙니다. (본인 역시 약사로서) 약배송을 반대하는 분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왜냐하면 (약사들도) 약국에서 약을 택배로 받거든요. 특정 기관으로 (약 구매가) 집중된다든지 이런 일이 생길까봐 반대하는 건데, 그렇다면 지역별 쿼터제를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가 많아서 약배송이 어렵다고 하기도 하는데, 바쁜 약국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약배송을) 열심히 해주는 약사님도 많아요. 약배송이 어떤 약국에는 가뭄에 단비가 되기도 합니다.”

누가 한 말일까요? 흥미롭게도 의사와 약사입니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관련한 좌담회가 열렸습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실에서 주최했는데요. 이 자리에 토론자로 조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종필 약사가 참여했습니다. 흔히 의료계에서는 비대면진료가 환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 발언으로도 들렸습니다.

비대면의료 시범사업은 지난해 6월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감염병이 심하게 돌 때, 정부에서는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의 길을 열어놨었는데요.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는 대신 화상으로 진료를 받고, 약도 배송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이었죠. 팬데믹의 위험도가 낮아지면서 한시적 허용이 끝났고, 지금은 일부만 허용한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 중에 있습니다. 사실상 재진 중심인데다, 약배송 역시 거의 막혀 있는 상황이죠. 다만, 지난해 12월에는 비대면진료의 시범사업 범위가 일부 확대됐는데요. 휴일이나 야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 꼬리표를 떼고 법으로 제 자리를 얻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계에서 큰 반대가 있습니다. 이날 발표를 맡았던 국회 입법조사처 김은정 조사관에 따르면 “시범사업이 확대된 모델에 대해서 각계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 조사를 해봤더니 의료계에서는 의료 과소비, 병원의 쏠림 현상, 시설이 잘 돼 있는 큰 병원으로 쏠릴 것이다”라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약 배송과 관련해서도 “의약품 오남용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걱정도 언급했죠. 비대면진료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의 반대가 있으니, 쉽게 입법되기 어려운 거죠.

우려하는 부분이 실제로는 어떨까요? 김은정 조사관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계도기간으로 진행됐던 지난 2023년 6월부터 7월까지, 비대면진료가 코로나 시국 대비 69%에 해당하는 총 15만건이 있었는데 그때 큰 병원으로 쏠림 현상은 없었고, 사람들이 찾은 병원은 99.9%가 의원급, 즉 동네 병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비대면진료를 도입할 때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는 문제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언했습니다. 왕 교수는 “그간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제출된 의원들의 안 모두가 법리적으로 하자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면서 “남은 문제는 이해당사자의 이해관계 조율인데, 이런 것은 결국 위정자의 정책 결정 대상이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왕 교수는 “정책 결정자가 결정을 하고 피해 보는 일이 생겼을 때 보상문제로 가서 그 부분에 관한 것을 타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태기도 했죠.

법안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 소속 박준형 서기관이 “환자의 의료 접근성 문제라든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음에 있어 안전성 문제, 의료진의 진료 권한 문제 등이 모두 (입법을) 설계하고 추진하는데 중요한 기준”이라고 언급 했고요. 김은정 조사관은 “각각의 이해 단체가 계속 의견을 개진하다보면 사업 진행이 전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이야기 한 후 “포괄공제제도로 바꿔 일단 모두 혀용은 하되 거기서 비대면진료를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을 빼내는 방법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전했습니다.

올라케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하는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도 “비대면진료 시행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더 다양한 주제를 논의해야 하고, 더 민감한 가치 충돌을 다뤄야 하는데 이런 것을 어떤 방법으로 받을 것인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증진하는데 사용될 것인가 하는 여러가지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구해야 하는데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를 제거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비대면진료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인 ‘환자’의 입장은 논의에서 많이 배제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청중으로 좌담회에 참석한 중증질환연합회 김성주 회장은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환자단체나 시민단체에서 (비대면진료 문제와 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 소비자 단체 중 환자 단체가 초대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게 굉장히 아쉽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민간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의료민영화, 영리병원의 길을 여는 것 아니냐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죠.

토론 패널로 참석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비대면진료와 관련해서) 시민사회, 소비자 단체 안에서도 조금 이견들이 있고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의료의 상업화에 대한 부분,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진행되는 것에) 집중되는 부분, 개인 정보와 관련한 여러가지 다양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박준형 서기관, 국회 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 조재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박종필 약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김성현 블루앤트 대표,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컨퍼런스] AI 에이전트와 지능형 인터페이스 시대

◎ 일시 : 2025년 3월 27일 오후 12:30 ~
◎ 장소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ST Center (과학기술컨벤션센터) 지하 1층 대회의실 2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