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나를 기억해줘요(2)

[먼저 읽기: 22대 국회, 나를 기억해줘요(1)]

앞선 기사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개정안에 관한 논의를 공유했는데요. 이번엔 유니콘팜에서 지난해 발의한 총 여섯 개 법안 중 네 개 법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다른 두 개정안은 1편에서 다뤘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 유니콘팜이 뭐하는 곳이냐고요? 위 기사를 클릭하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다시 소개합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자는 데 뜻을 모은 국회의원들이 만든 스타트업 연구모임인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로 신 산업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들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죠.

오늘 살펴볼 네 개 법안은, △의료 광고 자율심의기구 관련 법안 △비대면 진료 확산과 관련한 법안 △일명 ‘로톡법’이라고 불리는 변호사법 개정안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 익명 처리 적정성 심사를 도입하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 등입니다.

국회 유니콘팜이 2023년 12월 20일 제출한 연구단체활동결과보고서에서 발췌

비급여의료서비스 광고기준을 마련하는 의료법(의안번호 2120593)

유니콘팜의 공동 대표이기도 한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3월 발의했습니다. 이 법은 성형 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와 연관이 깊은데요, 쉽게 말해서 “의료광고 심의를 하는 심의위원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좀 의아하죠? 스타트업은 왠지 관리감독을 약화해달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여기에는 이런 속사정이 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의료 광고가 혹시나 부정확한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을 담지 않도록 관리감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역할을 현재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협의 심사 규정 일부가 현행법하고는 조금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플랫폼 측의 주장입니다. 예컨대 현행법에서는 의료 광고에 가격을 적지 말라는 내용이 없는데, 의협은 가격을 광고에 넣지 않게 관리감독하고 있죠. 스타트업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법대로 심사하도록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말한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내용을 강훈식 의원이 개정안에 담아 발의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이 안은 다른 유사한 의료법 개정안과 합쳐져 대안폐기돼 상정됐으나 현재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그러나 계류된 것을 스타트업 업계에선 딱히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스타트업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내용도 대안 개정안에 함께 들어갔기 때문인데요. 이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갑론을박이 컸던 게 법안이 짬뽕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느쪽도 마음에 들어할만한 그런 법안이 아니게 됐습니다. 오히려 다음 회기에, 보다 또렷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는 모습이죠.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1133)

지난해 4월,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한 법안인데요.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개정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의료기관 출입이 어려워진 환경을 개선하고자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했었죠. 김성원 의원 발의안에서는 당시를 두고 “2020년 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약 2년 10개월간 재택치료자를 포함한 누적 이용자 수가 1300만 명에 달하는 등 비대면진료가 국민 일상에 자리 잡은 상태”로 파악하고 있네요.

그러나 팬데믹 종료 후 비대면진료를 다시 제재하려는 정책적 기류가 형성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개정안은 “대면진료를 보완해 비대면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비대면진료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 을 매개하려는 자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의 근거를 마련”하자고 말합니다. 모든 제도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실행이 가능하니 비대면진료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역시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2402)

일명 ‘로톡법’ 입니다. 해당 법안은 변호사광고에 대한 변호사단체의 부당 규제 권한을 제한해 변호사들에게 폭넓은 광고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로톡과 같은 플랫폼에서 광고를 한다고 제재를 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죠. 유니콘팜이 지난 달에 “21대 임기 중에 ‘변호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요. 지난해 5월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고, 역시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과 같은 취지의 법안을 지난달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내놓으면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주장하는 법안이 됐습니다.

유니콘팜 대표이기도 한 강훈식 의원은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법률시장에 AI 가 활용되는 이 시대에, 3만4000명의 변호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다 할 국내 리걸테크 기업 하나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회 유니콘팜은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이번 법안(변호사법 개정안)과 함께 법사위에 계류 중인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변호사법 개정안들을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법사위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같은 뜻을 담은 법안이 계속해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변호사 광고에 대한 부당 규제를 해소하고 신산업의 발전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 다시 한번 여야가 뜻을 같이 했다”면서 “새로운 기술로 신신업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들에게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22946)

이제 마지막 법안이네요. 지난해 6월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했고요,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어 있죠. 지난번 기사에서 설명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과는 조금 다른 내용입니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개인정보를 익명처리에 대한 정의 규정을 추가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왜 익명처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까요? 현행법에서는 시간이나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할 때 다른 정보를 더 추가한다고 해도 개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정보를 ‘익명 정보’라고 합니다. 이런 익명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해당되지 않는데요. 그러나 이 ‘익명’이라는 것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익명 처리할 때 그 절차의 적정성이나 보장, 평가 등에 관한 사항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익명 처리에 대한 안전성 역시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겠죠. 누군지 모를 익명정보처리자에게 내 개인정보의 익명처리를 맡겨놨지만, 사실 그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정보주체는 알 수 없습니다. 정보주체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적정하게 익명처리되었는지를 알 수 없고, 익명정보처리자 역시 익명처리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그런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게 되면 익명처리된 개인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는 더 큰 한계가 생길테고요.

따라서 개정안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보호위원회에 익명처리의 적정성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적정성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처리자가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입니다. 즉, 개인정보가 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좀 줄여보자는 것인데요. 법률에 개인정보의 익명 처리에 대한 정의 규정을 추가하고, 익명 처리에 대한 적정성 심사와 익명처리의 적정성 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다면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테고, 그렇게 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익명처리된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 법안 역시 논란은 있습니다. 정무위원회 고상근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는 “익명처리 적정성 심사가 법제화되면 사실상 익명처리 적정성 심사가 의무화될 우려가 있다는 한국인터넷기 업협회의 의견이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고요, 또한 “익명처리 기록보존의무 부과에 반대하는 의견(한국 인터넷기업협회)과 의무의 대상을 모든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보호 위원회에 익명처리 적정성 심사를 요청한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보호위원회)이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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