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홀딩스 지분 통매각 유력…’새우등 터질라’ 우려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사내이사 해임으로 판세 기울어
일부 지분 매각 시 돈 묻어두는 모양새…통매각 추진
‘제값’ 받기 위한 장기전 돌입…소프트뱅크 자금 여력 관건
한일 강대강 대치에 ‘조 단위 비즈니스 협상 휘둘릴라’ 우려
“’싼값에 나가라’ 상황은 막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 없어야”
네이버(대표 최수연)가 라인야후(LY)를 지배하는 A홀딩스 50% 지분 매각을 두고 소프트뱅크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이제 판이 바뀌었다. 현상 유지는 협상 카드에서 제외했다. 지분 통매각이 유력하다.
12일 네이버 내외부에 따르면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의 라인야후 사내이사 해임이 결정됐을 때, 협상의 판세가 기울었다. 라인야후 경영권은 이제 소프트뱅크가 완전히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네이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데 경영권은 이미 넘어간 거 아닌가”라며 “이 상황에서 지분 일부 매각은 돈을 묻어두는 것이나 다름없어 이제 정리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지분 통매각의 전제는 ‘네이버가 제값을 받아내느냐’다. 소프트뱅크와 지분 가치 책정을 위한 밀당이 협상의 최대 안건으로 떠올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소 10조원 이상이 거론된다.
관건은 소프트뱅크의 자금 조달 능력이다. 양측의 치열한 지분 가치 협상에 소프트뱅크가 인수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대책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결론이 날 상황은 아니다.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를 깊숙하게 활용 중인 라인과의 완전한 기술 분리 프로세스 역시 장기전이 될 협상 테이블의 주요 안건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국가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강대강 대치가 불거질 경우 조 단위 수싸움이 전개될 기업 간 비즈니스 협상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수면 위가 아닌 물밑에서 그리고 전방보다는 후방에서 핀셋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네이버의 입장을 존중하며’, ‘네이버 의사에 반한다면’ 등의 전제를 달아 다소 미적지근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비쳐졌으나, 실제 네이버 의중을 반영한 대응이라는 게 업계 일각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 분위기는 딴판이다. ‘대일 굴욕 외교’, ‘라인 강탈’ 등 연일 강렬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이용선 의원은 12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이번 사태를 양국간 중대 외교 사안으로 격상시켜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하다 하다 우리 기업이 키운 아시아 대표 메신저마저 일본에 빼앗기는 눈 뜨고 코 베이는 정부를 국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네이버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총무성을 업고 ‘싼값에 나가라’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나, 기업 대 기업으로 경영 통합했다가 이제 분리하기 위한 싸움을 하는 건데 잘못하면 (국가간) 고래싸움이 벌어져 (네이버가)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와 국회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