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CTO “오피스 회사에서 기술 공급 회사로 변신하겠다”
[무료 웨비나] 개발자를 위한 클라우드플레어를 소개합니다
◎ 일시 : 2025년 2월 6일 (목) 14:00 ~ 15:00
[무료 웨비나] 중동의 ICT 및 테크 기업 생태계 – 사우디 아라비아, UAE를 중심으로
◎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패키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기술을 딜리버리 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가 가고 있는 길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문장이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정지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한컴의 방향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정 CTO가 언급한 ‘패키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는 아래아한글을 비롯한 한컴 오피스 제품을 의미한다. 199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 30년 동안 오피스 제품을 만들어왔다. 한컴 그룹 전체로 보면 여러 인수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한컴만 보면 30년 동안 오피스 소프트웨어에만 매진해 왔다. 한컴 비연결 매출의 대부분은 오피스 제품에서 발생한다.
이는 한컴의 장점이자 약점이다. 30년 동안 한 분야에 매진함으로써 제품은 성숙했고, 고객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미래 경쟁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컴 제품은 공공 및 교육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 않는다. 크게 혁신하지 않아도 밥벌이(?)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한컴이 현재의 모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컴 오피스 이외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 CTO는 이를 “기술을 딜리버리 하는 회사”라고 표현했다. 오피스 제품을 만들면서 개발된 기술을 정리해서 그 자체로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정 CTO는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굉장히 기술 집약적인 제품”이라며 “그 안에 들어가는 기술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 저희의 새로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완성차를 판매해왔는데 앞으로는 엔진이나 시트, 인포테인먼트 장치 등 차량을 구성하는 모듈을 따로 떼어서 판매하겠다는 의미다.
이 전략으로 한컴은 내부 기술을 모듈화해서 SDK(Software Development Toolkit)이나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로 만들어 공급한다. 대표적으로 한컴은 자사 오피스의 핵심 엔진을 SDK 형태로 만들어 대만의 케이단모바일(KDAN Mobile)이라는 회사에 공급했다. 이 회사는 이 SDK를 기반으로 대만 이용자에 맞게 인터페이스를 더해 ‘케이단 오피스’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문서 뷰어 기능이나 OCR(광학문자인식) 등의 기술도 한컴 오피스 안에 내재돼 있는데 이런 기술도 따로 떼어내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고 정 CTO는 설명했다.
이 전략은 AI 분야에서도 이어진다. 김연수 대표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새로운 한컴 기업으로 글로벌 도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 AI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컴이 챗GPT와 경쟁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역시 앞서 이야기한 ‘기술 딜리버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컴은 최근 ‘데이터 로더’라는 SDK 제품을 선보였다. 이는 문서 내 텍스트·표·차트·이미지를 벡타 데이터로 바꿔 AI 학습이나 RAG(검색증강생성)을 위한 메타데이터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이 보유한 각종 문서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SDK다. 요즘은 거대언어모델(LLM)의 환각 증세를 줄이기 위해 특정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내는 RAG를 많이 도입하는데, 데이터 로더는 RAG를 보다 쉽게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툴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코파일럿처럼 한컴 오피스에서 이용자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상반기 안에 질의응답 솔루션인 ‘한컴 도큐먼트 QA’와 문서 작성 도구인 ‘한컴 어시스턴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한 소형 LLM도 개발 중이다.
이는 전통적인 한컴 고객도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되는 것이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폐쇄망에서 업무를 하는 공공기관의 경우 일반적인 생성형 AI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한컴은 폐쇄망에서도 생성형 AI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일반 기업도 보안 등의 이유로 외부의 AI 서비스를 제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외부 서버에 연결되지 않는 AI를 공급하면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폐쇄망이나 내부망에서 sLLM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GPU 등 인프라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정 CTO는 파트너와 함께 고객의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컴의 HWP가 AI 발전의 장애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HWP는 AI가 읽기 어려워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CTO는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강변했다.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컴은 2010년부터 HWP 포맷을 공개했고, HWPX는 문서를 데이터로 읽어 들이는 부분의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면서 “많은 업체들이 저희가 공개한 포맷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HWP를 AI용 데이터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검증했다”면서 “AI 데이터 변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HWP여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