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덜컹대는 이노그리드, 고비 넘을 수 있을까

클라우드 컴퓨팅·디지털전환 전문기업 이노그리드의 기업공개(IPO) 여정이 순탄치 않다. 증권신고서를 여러 차례 수정했고 밝지만은 않은 전망이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클라우드 시장이 생각보다 장밋빛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22일로 예정했던 IPO 기자간담회 일정을 연기했다. 당초 이날 수요예측 시작과 함께 흥행몰이를 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회사는 “다시 한 번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여곡절이 많은 모습이다. 2023년 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게 지난 2월이다. 거래소 규정상 영업일 45일 이내 심사가 원칙이지만 서류 보완 등을 이유로 연이어 심사가 미뤄졌다. 가까스로 낸 신고서도 또 3차례의 정정을 거쳐야 했다.

이노그리드가 지난 1일자로 낸 세 번째 정정신고서에서 눈에 띄는 건 투자위험 부분이다. 공공 매출 비율이 72%가량인 상황에서 관련 정부 정책 변경이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현재 정부는 2021년부터 공공 시스템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공공부문 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생각보다 추진 상황이 더딘 것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2024년 행정·공공기관 클라우드컴퓨팅 사업 수요정보에 따르면 클라우드 전환 대상 시스템은 1만9561개다. 이 가운데 조사에 응답한 1만6504개 시스템 중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는 곳은 33.1%(5465개)에 그쳤다. 올해는 2.2%에 불과한 365개 시스템이 클라우드 시스템 전환을 예정하고 있다. 3659개 시스템(22.2%)은 2025년 이후에 클라우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모든 이들이 계획대로 클라우드 전환을 진행하더라도 다른 디지털 전환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정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도 모두 계획대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이노그리드는 정정신고서에서 “만약 당사에 불리한 클라우드 관련 정책이 발효될 경우 당사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 당사가 예상하고있는 추정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과거 IPO 과정에서 난관을 겪은 기업 사례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기업 파두 사태가 대표적이다. 기술특례로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파두는 본래 추정치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주주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검토가 더 까다로워 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주주들의 낮은 이해도도 우려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존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제공사(MSP)와 차별화 지점이 명확하지 않고 대형 MSP가 고전하고 있는 점이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시장이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며 “큰 MSP들도 아직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데 디지털전환 기업들도 이러한 우려가 나오지 않겠나”라고 진단했다.

현재 이노그리드는 또 한 번 정정 신고서 제출을 준비하는 단계로, 수요예측 일정도 다시 잡을 계획이다. 단 이노그리드의 향후 전망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바뀐 정부 정책 중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도 존재한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이노그리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손질되면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대기업 참여가 제한되고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 사업 액수 상한이 20억원 미만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추후 사업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3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0억7000만원이다. 2022년 141억원 매출에 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에 비하면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내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거라는 게 회사의 전언이다. 이노그리드는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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