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진격하는 ‘캔바’…전통의 강호 어도비까지 노린다
디자인 제작 툴 ‘캔바(Canva)’의 기세가 무섭다. 이제까지는 초심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인기를 끌었다면, 강력한 생성 인공지능(AI) 기능으로 시장 터줏대감 어도비(Adobe)의 자리까지 넘보는 모습이다.
2013년 호주에서 설립한 캔바는 190여 국가에서 1억7500만명 이상이 사용한다. 캔바에 따르면 이제까지 150억개가 넘는 디자인이 캔바를 통해 만들어졌다. 웹페이지 접속만으로도 바로 캔바를 사용할 수 있고, 모바일이나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한다. 안드로이드용 앱 다운로드 수만 해도 1억건 이상이다.
가장 큰 장점은 쉬운 인터페이스다. 복잡한 메뉴를 익히거나 단축키를 외울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디자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점이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라면 어도비의 포토샵(Photoshop)이나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를 쓰겠지만, 단순한 배너나 포스터를 만든다면 캔바로 충분하다.
세밀한 이미지 편집이나 조정 같은 포토샵의 다양한 기능 모두를 따라갈 수는 없어도 다양한 템플릿을 기본 제공해 처음부터 자간이나 디자인 틀을 잡을 필요가 없다. 또 검색창을 통해 원하는 사진 에셋을 바로 선택하고 그 위에 바로 텍스트를 입력하는 등 직관적인 사용성이 캔바의 성장 비결이 됐다.
기본 이용료는 무료다. 클릭 한번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누끼(이미지 핵심 피사체의 외곽선을 따는 작업) 기능, 다양한 이미지와 1억개 이상의 이미지 에셋 제공 등 추가 기능을 넣은 프로 버전도 월 1만4000원만 내면 된다. 포토샵 이용료가 월 3만800원인데 반해 꼭 필요한 기능만 사용하면서 비용은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캔바는 서드파티 생태계를 통해 다양한 생성AI 기능으로 최근 더 주목 받았다. 물론 어도비도 텍스트 프롬프트 기반 생성AI ‘파이어플라이(Firefly)’를 접목했지만 캔바의 생성AI 생태계는 놀라울 정도다.
지난 2022년 말 스테이블디퓨전(StableDiffusion)을 접목했던 캔바는 시중의 생성AI 다수를 플러그인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오픈AI의 ‘달리(DALL·E)’를 비롯해 구글의 ‘이마젠(Imagen)’, 동영상 생성AI ‘런웨이(Runway)’ 등 다양한 생성AI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구글 포토나 인스타그램과 연동해 해당 플랫폼에 저장한 사진을 바로 가져와 편집하거나 캔바로 만든 콘텐츠를 바로 업로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캔바 인터페이스 내에서 간단하게 인스타그램 아이콘만 누르면 매직 미디어로 만든 영상이나 이미지를 쉽게 업로드할 수 있다.
반대로 유튜브 앱을 연동해 유튜브 영상을 캔바로 만든 프리젠테이션 파일에 쉽게 삽입할 수도 있다. 또 초안만 작성해주면 마케팅용 광고 문구로 새로 다듬거나 요약해주는 ‘매직라이트(MagicWrite)’ 기능도 선보였다.
캔바는 어도비의 고유 시장이었던 전문가 분야 또한 넘본다. 지난달 영국 기업 셰리프(Serif)의 어피니티(Affinity) 제품군 인수를 발표했다. 이번 인수에 들어간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수억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보도했다.
어피티는 어도비의 포토샵의 대항마인 ‘어피니티 포토’와 일러스트레이터의 라이벌 격인 ‘어피니티 디자이너’를 선보인 기업이다. 쉬운 사용성으로 인기를 끈 캔바가 어도비의 타깃인 전문 디자이너 그룹까지 겨냥했다.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담당하는 셰리프 팀 90명이 캔바에 합류한다.
캔바의 언급으로도 이 같은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 10년 동안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99%에게 집중해 왔지만, 전 세계의 진정한 디자인 역량 강화에는 전문 디자이너의 역량도 포함된다”며 “어피니티와 힘을 합쳐 디자이너의 모든 스펙트럼을 잠금 해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어도비는 반대로 시장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피그마(Figma) 인수가 최종 결렬됐다. 200억달러를 들여 인수를 추진했지만 디자인 툴 시장 독과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인수를 불허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디자인 툴 피그마로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자 했던 어도비는 되레 10억달러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어도비의 계획은 꺾인 데 반해, 캔바는 디자인 전문가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았다. 쉬운 사용성과 AI를 만난 캔바가 “디자인 소프트웨어는 어도비”로 통했던 기존의 시장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