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남언니, 일본에서 터진 비결
성형 수술 후기공유 플랫폼 강남언니를 서비스 하는 힐링페이퍼가 지난해 매출 성장과 흑자전환을 했다. 기업이 성장하고 돈을 버는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난해 국내외 경기침체와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만한 성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적호조 배경에 ‘글로벌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현재 힐링페이퍼의 전체 매출액 중 일본 사업 매출이 4분의 1을 차지한다. 1년 전, 일본 사업이 전체 매출의 30분의 1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놀랍다.
힐링페이퍼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제휴 병원으로부터 일본인 관광객들이 강남언니 서비스 캡쳐 화면을 들고 온다는 피드백을 여러 차례 받고, 일본판 강남언니 서비스를 내놨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 등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현지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일본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일본에 진출한 지 올해로 6년차를 맞은 힐링페이퍼는 일본 사업성과가 뚜렷하게 나오고 있다고 봤다. 나아가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삼고 글로벌 사업에 나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19일 강남에 위치한 힐링페이퍼 사옥에서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이사, 임현근 최고사업책임자(CBO) 겸 일본법인대표를 만났다.
실적과 근황
최근 2~3년간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강남언니는 요즘 어떤가?
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이하 홍승일): 저희도 2022년부터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된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적으로 떠올랐다. 보수적으로 인재를 영입을 했고 마케팅비도 많이 안 써서 간신히 흑자구조를 만들었다. 우리의 의지대로 고객중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작년에 흑자전환을 했는데 어떤 요인이 있었나?
홍승일: 한국 사업 매출이 크게 성장을 한 것은 5년 전으로, 당시 강남언니는 수술 중심의 서비스였다. 그때부터 시술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투자를 많이 했었다. 4~5년이 지난 지금, 시술 서비스가 전체 사업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즉, 시술 영역의 성장과 다른 지역으로의 서비스 확장, 이 두 가지 테마를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해외에 진출한지는 4년이 넘었다. 서비스를 준비한 것까지 고려하면 5년이다. 현재 일본사업 매출이 연간 기준으로 약 80억원이다. 월 기준으로 보더라도 (전체 매출액의) 4분의 1 정도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30분의 1도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가 된다. 내부적으로 일본의 잠재시장을 한국의 세 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
긴축 기조가 실적에 도움이 됐나?
홍승일: 긴축이라기보다 비용 효율화를 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비를 전년보다 30% 덜 썼는데, 일방적으로 비용을 아꼈다기보다 더 잘 썼다고 본다. 예를 들어, 캠페인 단위로 관리했던 광고를 캠페인에 등록되는 소재 단위의 성과를 보고 예산을 배분했다.
또 서비스형인터넷(SaaS)의 경우 안 쓰는 것을 끊기도 하고, 자주 쓰는 것은 개별 협상을 통해 장기간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가격을 줄였다.
올해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지?
홍승일: 목표로 보면 한동안 한국 사업에서 지속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해외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일본 사업
일본 시장에 진출한 배경은?
임현근 최고사업책임자(CBO) 겸 일본법인대표(= 이하 임현근): 그때가 2019년이었는데, 당시 제휴 성형외과로부터 일본인들이 강남언니 서비스 화면을 캡쳐해서 들고 온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내부 사용자를 분석해보니 실제로 일본 사용자가 늘고 있었고, 일본어로 서비스를 만들어달라는 후기가 있었다.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사용자들과 투자를 검토했던 분들을 만났고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현지에 진출했다.
일본이 우리나라 성형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홍승일: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성형수술, 시술) 가격이 두 세 배 저렴하다. 또 한국 의사들이 윤곽시술 같은 난이도가 높은 시술의 경험이 많다. 요즘에는 워낙 쉽게 오갈 수 있어서 큰 수술이 아니더라도 시술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일본인들이 많다.
일본 서비스, 얼마나 성장하고 있나?
임현근: 일본 서비스가 작년에 5배~7배 정도 성장을 했다. 아직 고도성장기다.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 수준과 지금 수준의 차이가 생길 정도의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어서, 아직은 시장 반응에 대응하고 있는 단계다.
일본 진출 시기가 코로나19가 터졌을 때인데, 코로나19가 서비스에 미친 영향은 없었는지?
임현근: 2019년에 일본 수요를 파악해 빠르게 서비스를 내놨고, 매달 두 배 성장하는 등 잘 됐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경이 폐쇄, 비즈니스가 한 순간에 제로가 됐다. 2021년부터는 영업에 특화된 현지 팀을 꾸려 현지 병원 영업을 본격적으로 했다.
일본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지 않았나?
임현근: 그렇다. 지난 2020년 루코모라는 서비스를 인수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서비스만 인수를 했다. 당시 코로나19가 발발한 시기로 일본 사용자들이 한국에 오지 못하게 되면서, 고객 후기를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했다. 서비스에 제일 중요한 것은 실제 고객 후기인데, 당시 루코모에 고객 후기가 8만개 정도 있었다. 이 후기를 현지 강남언니 앱에 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인수했다. 2년 정도 서비스를 각 앱에서 운영하다가 앱과 고객센터를 현지 강남언니 앱 하나로 합쳤다.
일본 앱에서 한국 병원과 현지 병원 연결이 모두 가능한데, 어떤 비중이 더 높은지?
임현근: 코로나 때문에 사용 비중이 엎치락 뒤치락 했는데 지금은 반반 정도다.
홍승일: 일본 현지 앱의 경우 월활성사용자수(MAU)는 10만명이 넘지만, 일본에서 일본 병원을 선택(상담신청 혹은 예약)하는 사용자는 1만명, 일본에서 한국 병원을 선택하는 사용자는 1만명 정도다.
사용자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
주 사용자 층은 한국과 일본이 다르다. 한국의 경우 20대 초반 여성들이 제일 많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대 후반 여성들이 좀 더 많다. 가격차이가 원인인데, 한국은 보톡스를 만원 대에 받을 수 있다면 일본은 싸게 해도 10만원~20만원 사이다.
일본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임현근: 코로나19 때가 가장 힘들었다. 보통 글로벌 사업할 때 대표가 현지에 가서 살아야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온라인으로만 현지 동료들에게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교육해야 하고, 회사 문화를 전파해야 하는 점, 또 영업 등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갔다. 특히 코로나19가 언제 종료될지 몰라 마케팅 기획 등의 불확실성이 컸다.
일본에 경쟁 앱이 또 있나?
임현근: 저희보다 약 3년 정도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트리뷰라는 앱이 있다. 현재 관련 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이런 면에서 함께 해줄 수 있는 팀인 것 같다.

강남언니의 전략
지난 2015년 서비스를 처음으로 내놨을 때와 지금의 방향성이나 전략, 달라진 점이 있나?
홍승일: 비슷하다.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누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2012년 친구들과 창업을 했다. 지금까지 마인드셋 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형수술, 시술 외에도 확장하고자하는 비급여 진료 서비스가 있는지?
홍승일: 비급여 의료 전반을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남언니가 처음에는 성형수술 중심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안티에이징으로 확장되어 시술까지 아우르고 있다. 지금은 교정, 치아 미백, 라식, 라섹, 지방흡입 등의 미용의료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올해 회사의 주요 전략은 무엇인가?
홍승일: 국내는 지역 확장이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생각을 한다. 현재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강남, 서초에 국한되어 있다. 그런데 시 술시장은 다른 지역에도 클러스터가 있다. 보톡스만 해도 경기권, 대전, 부산, 대구 등 주요 거점 지역이 있어, 시술 영역으로 침투하는 것이 성장을 이끄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지?
홍승일: 지역 확장 관련해서는 부산 지역에 집중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할 계획이다. 마케팅 활동이 먼저 되어야 병원 입점이 수월해진다. 강남에서 마케팅을 한 것처럼 대대적인 옥외광고 등을 부산에서 펼칠 계획이다. 병원 침투가 되면 사용자 침투가 이뤄진다.
또 시술정보 표준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들이 커머스에서 기대하는 고객경험이 있다. 콜라를 산다고 하면 제로콜라인지, 100ml당 얼마인지 등 구매하려는 상품을 표준화해서 비교할 수 있다. 반면, 시술은 아직 (표준화가) 안 되어 있다. 커머스처럼 시술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표준화하려고 한다.
시술정보를 표준화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가격이나 효과 등을 비교하기가 수월할 것 같다.
홍승일: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다. 회복기간이 될 수 있고 통증정도, 마취방법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사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에 맞게 정렬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자 한다.
국내외 안팎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 영향을 받고 있진 않나?
홍승일: 미용 병원은 경기침체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불경기에는 효율을 추구하는 만큼 플랫폼 기업에게는 일시적으로 득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시장 규모가 줄어든다.
요즘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은?
홍승일: 2022년도에는 인재 유치도 긴축 기조였다. 인재 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극도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1년에 6명 정도 늘렸다. 그런데 이 사이에 회사는 두 세배 성장을 했다. 결국 직원들의 부하가 늘어난 것과 마찬가지여서, 지금은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려고 한다. 특히 제품 조직 규모를 1년에 걸쳐 두 배 정도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발표를 했다. 관련해 당국과 소통을 하고 있나
홍승일: 당국과 소통 자체는 늘고 있고, 소통의 질도 좋아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분들의 생각을 보면, 저희 같은 플랫폼이 (비급여) 시장을 최적화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명확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기타 해외 진출 계획
작년 12월, 일본 이외의 해외진출을 위해 ‘언니’라는 플랫폼을 내놨다. 사용자 반응은 어떤가?
임현근: 시장 반응을 보고 싶어서 영어로 이뤄진 서비스 ‘언니’를 만들었다. 호주, 캐나다에서 반응이 오고 있고, 영어를 안 쓰는 국가 중에서 중국과 태국의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찾는다. 중국의 경우 현지 사용자보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많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이 들어, 어느 나라를 선택해 확대할지는 고민을 하고 있다.
강남언니에게 글로벌 사업은 어떤 의미인가?
홍승일: 계속해서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하고 싶다. 결국 어떤 단계에 이르면 중국, 미국 등 (수술, 시술 등) 클러스터화된 곳들과 경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언니는 한국, 일본을 포함한 태국, 싱가포르 등을 아울러 동아시아를 클러스터로 만들고 싶다. 결국 글로벌 사업은 저희가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해서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최근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팁을 전해준다면?
임현근: 크게 두 가지의 실패 사례를 통해 팁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일본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해외진출을 할 때 그동안 한국에서 사업을 해온 것이 있으니 똑같이 하면 잘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은 사회적 자본이 중요한 곳이어서 길게 사업을 한 곳이 더 신뢰받고, 신뢰가 생겨야 서비스를 쓰는 문화가 있어서 (안정화까지) 한국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1년 미만 정도 사업을 하고 안 되서 접는 등 이 시기를 못 기다리는 곳들이 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두 번째는 현지 팀을 꾸릴 때 (소통을 위해) 한국어 잘하는 현지인으로 팀을 꾸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시니어들 중에서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한국어를 잘 하는 분들을 모시면 결국 경험이 적은 주니어들의 비중이 높아진다. 그러다보면 팀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기업간기업(B2B) 사업의 경우 시니어가 많아야 한다. 커뮤니케이션보다 일을 잘하는데 초점을 두고 팀을 꾸려야 잘 되는 경우가 많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