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왜 그렇게 반대 많았나? 작년 발의안 평가 중 ‘최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발간
발의 빈도 상위 5개 법안 중 온플법 평가 가장 낮아
“플랫폼 정의 내리지도 못하고, 헌법상 침해 소지도”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회장 박성호) 디지털경제연구원은 인터넷산업의 동향과 규제 현황을 정리한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를22일 발간했다. 인터넷산업규제 백서는 2021년부터 연간 발행되고 있으며, 2023년 백서에는 국내 인터넷 산업 현황, 인터넷 산업 규모 산정, 인터넷 산업 인식 현황 및 산업 관련 규제 입법평가 등을 담았다.

이 중 입법평가는 외부 전문가 집단이 상하반기 2회에 걸쳐 평가를 진행하고, 법안 1건에 대해 3인이 각각 평가한 뒤 최종 점수는 개별 점수를 평균으로 하는 방식이다. 개별 평가 취합 후 모든 평가위원이 주요 결과를 검토해 백서에 결과를 싣는다.

2023년 한해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산업규제 입법안을 분석·평가한 결과, 인터넷산업 관련 발의안은 법률안 기준 총 139건으로 평균 20점(100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갈무리

발의 빈도 상위 5개 법안의 평균을 비교해본 결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법안은 온라인플랫폼법안(온플법, 9점)<사진 참조>이다. 플랫폼 관련 법안은 총 12건이다. 지난해 진보 보수 매체 성향을 가리지 않고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온플법 반대 여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인기협은 온플법 입법 평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평가 대상이 된 12건의 온플법(안)에 대한 평가는 대분류와 소분류 모든 항목에서 20점을 넘는 항목을 발견할 수 없고, 평가항목 전반에 걸쳐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분류별 평가 결과 평균을 보면 ‘용어정의’ 6.9점, ‘헌법합치성’ 8.2점, ‘산업 및 기술 이해도’ 6.9점, ‘행정 편의주의’ 13.2점, ‘관할 문제’ 13.2점, ‘자율규제 가능 여부’ 3.5점으로 평가됐다.”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갈무리

“’용어정의’, ‘헌법합치성’, ‘산업 및 기술 이해도’ ‘산업 및 기술 이해도’, ‘자율규제 가능 여부’의 4개 항목은 1점대(한자릿수)로 평가된 만큼, 전체 평가 대상 법안 중에서 하위권일 뿐 아니라 절대적인 기준에서 부족하게 평가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결과는 2023년 전반에 걸쳐 쏟아진 온라인 플랫폼 규제들이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아 플랫폼을 명확히 정의 내리지도 못하고, 제안된 규정들이 헌법상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지금까지 논의됐거나 현재의 조건에서 도입해볼 수 있는 자율적인 규제방식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갈무리

“온플법(안)은 21대 국회가 시작하던 시점부터 논의가 뜨거웠기 때문에 최근 발의된 법안에는 초기 법안보다 더 많은 학습을 통해 플랫폼 생태계를 잘 작동시킬 방안이 담겼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초기 법안들과 논의 방향만 달라졌을 뿐 전반적인 품질은 오히려 더 낮아짐을 확인했다. 이는 현재 국회가 복합적이고 변동성이 높은 디지털산업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동반하지 않고 섣부른 대안을 남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온플법을 포함해 지난 1년간 발의된 법안들도 이전 년도 법안들보다 내용 면에서 더 후퇴했다는 게 인기협 입법평가 결과다. 평균 점수가 크게 하락했을 뿐 아니라, 평가지표 대분류와 소분류 어느 항목에서도 평균적으로 개선된 지표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용어 정의가 미비하다고 지적 받았다. OTT/문화콘텐츠와 AI 분야는 주력으로 등장한 산업 관련 용어들에 대해 제대로 개념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법안 처리도 지지부진했다. 2021년과 2022년 평가에 포함했던 법안도 2023년 말 국회에서 처리가 완료된 건은 16.2%에 불과했다. 80% 이상의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과거보다 내용적 측면에서 보강 없이 섣부른 발의가 이어졌다는 게 백서에 담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러한 입법 패턴은 현재의 입법 활동에서 유사한 이슈에 대한 대안이 시기별로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 발의된 법안과 논의 결과를 통한 학습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인터넷산업은 사회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며, 더불어 글로벌 경제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쏟아지는 규제안이 치열한 논의와 학습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도출되지 않는다면,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산업이 가져올 혁신과 경제적인 이점도 잃게 될 우려가 크다. 인터넷산업 규제와 관련한 현재의 입법 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3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갈무리

한편 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인터넷산업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6% 증가한 622.1조원이었으며, 국내 인터넷산업 종사자는 전년 대비 16.8% 증가한 187만명이었다. 특히 인공지능 서비스 시장의 증가가 눈에 띄는데, 2022년 인공지능 SW 및 서비스 분야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7% 증가한 3.9조원이었으며, 종사자 역시 전년 대비 32.4% 증가한 3.8만명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금융의 성장도 주목할만하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매출은 2021년 대비 110.1% 증가한 2.9조원이었다. 간편결제를 통한 결제 및 송금 매출은 2021년 대비 161.0% 증가한 13.7조원에 달했다. 더욱이 간편결제의 경우 기존의 금융업뿐만 아니라 핀테크, 휴대폰 제조사, 유통, 배달, 통신 등 비금융업자들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성장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