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박대연 회장은 티맥스소프트를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2022년 3월 티맥스소프트 매각이 발표됐을 때 개인적으로 박대연 회장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티맥스소프트는 박대연 회장이 가진 알짜 회사였기 때문이다. 당시 박 회장은 티맥스소프트를 비롯해 티맥스데이터, 티맥스A&C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티맥스소프트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지 못한 회사들이었다. 티맥스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소프트웨어 회사고, 티맥스A&C는 AI,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그런데 박 회장은 알짜배기 회사인 티맥스소프트의 IPO를 추진하다 실패하자, ‘매각’이라는 선택을 내렸다. 자신과 자신이 소유한 회사, 가족 등 이 보유한 지분(60.9%)을 모두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매각가는 약 5600억원이다.
박 회장은 티맥스데이터, 티맥스A&C는 버리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에 달하는 회사를 매각하고, 적자인 회사를 키우기로 한 박 회장의 결정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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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박 회장의 의중을 이해하게 된 건 이 매각에 ‘콜옵션’이 걸려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박 회장(티맥스그룹)은 매각 시 지분 매각 2년 뒤부터 2년간(2024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지분을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받았다.
즉 박 회장은 티맥스소프트를 매각한 것이 아니라, 스카이레이크에 티맥스소프트를 잠깐 맡겨둔다고 생각한 것이다. 티맥스소프트 매각을 통해서 현금을 확보하고, 티맥스데이터와 티맥스A&C를 성공시킨 후 다시 티맥스소프트를 인수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티맥스소프트의 주인이 스카이레이크로 바뀐 지 2년이 지났다. 즉, 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박 회장과 티맥스그룹(티맥스데이터+티맥스A&C)은 콜옵션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을까?
일단 티맥스데이터는 지난 2년 동안 꽤 괜찮은 성과를 냈다. 2022년 673억원의 매출과 1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25% 정도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 해에는 매출이 더 성장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아직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작년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매출 1000억원이 넘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년 동안 티맥스데이터는 건실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반면 티맥스A&C는 상황이 좋지 않다. 2022년 기준 매출은 43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적자가 480억원에 달한다. 영업적자가 매출의 10배를 넘는 최악의 실적이다. 2023년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은 어려웠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티맥스그룹(티맥스데이터+티맥스A&C)이 보유한 능력만으로는 티맥스소프트를 되찾아오기는불가능하다. 2022년 감사보고서 기준 티맥스데이터의 부채만 4000억원에 달한다.
박 회장이 티맥스소프트를 인수하려면 외부의 조력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조력자로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이한 캑터스PE)가 꼽힌다. 캑터스PE는 지난 해 티맥스A&C에 500억원을 대출해준 박 회장의 키다리아저씨다. 최근 한국경제 등의 보도에 따르면 캑터스PE는 다시 한 번 박 회장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계획이라고 한다. 신문은 캑터스PE가 티맥스데이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전환사채(CB)를 인수할 가능성을 전했다. 예상되는 투자금 규모는 7500억~1조원가량이다.
보도대로 진행된다면, 티맥스데이터는 수혈된 자금을 거의 모두 티맥스소프트 인수에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매각 당시 스카이레이크 투자 시점부터 연 16%의 수익률을 약속했다. 5600억원에 매년 이자가 16%씩 붙는 걸 계산하면 최소 7500억원이 필요하고 콜옵션 행사시기가 늦어지면 천문학적인 이자가 붙는다.
박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 더 최악의 상황이 된다. 스카이레이크는 티맥스소프트를 박 회장에게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콜옵션/풋옵션 모두 박 회장이 감당하지 못하면, 스카이레이크가 티맥스티베로(티맥스데이터의 100% 자회사)의 지분 67%를 가져간다는 담보가 잡혀있다. 자칫 애써 키워놓은 티맥스티베로를 거져 스카이레이크에 상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금 박대연 회장과 티맥스 그룹의 운명은 캑터스PE의 손에 달려 있다. 과연 캑터스PE가 박 회장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계속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