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근주 핀산협 회장 “앞으로 2년, 의미 있는 결과 내겠다”
“과거 2년은 틀을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2년은 만들어놓은 체계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시간이다. 회원사들이 한국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애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15일 핀테크산업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이근주 한패스 공동대표가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핀산협 첫 연임 회장으로, 정기총회에서 회원사의 과반 득표를 받아 선임됐다. 이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서비스별 분과 개설, 각종 협의회 및 위원회 설립, 핀테크 아카데미 개설 등 규제개선,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핀테크 업계도 지난해 경기침체로 투자유치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에 맞닿아있는 서비스인 만큼 규제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한 인슈어테크 업계 위축,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과 관련 업계 법의 상충으로 인한 기관투자 유치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향후 2년간 금융플랫폼 규제 개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마이데이터 2.0추진, 토큰증권 입법화, 금융규제샌드박스 제도개선 등의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핀산협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모아 조율해 당국에게 이를 전달한다. 당국에게 산업육성을 위한 규제개선을 설득해야 하는 동시에, 회원사들에게 당국이 중요시하는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관철해야 한다. 올해는 스타트업 업계의 생존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그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 28일 이근주 핀테크산업협회장을 만나, 연임 소회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근주 회장은 누구?
이 회장은 IBK기업은행 스마트금융부장, 핀테크산업협회 사무국장, 소상공인간편결제추진단장,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패스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연임 소회는 어떤가?
연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회원사들의) 지난 2년 동안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내주신 만큼 앞으로 2년은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연임은 첫 사례라고. 연임 확정 시 회원사들의 당부가 있었는지?
가장 큰 것이 회원사 간 소통에 대한 문제였다. 규모가 큰 기업은 큰 기업대로,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각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동시에 낼 수 없으니 의견 수렴을 하는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얘기했다. 안건을 정할 때 회원사들이 모여 치열하게 논의 과정을 밟아보자는 취지로, 관련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핀테크를 하는 회사들이 모인 것이긴 하지만, 세부적인 사업 내용이나 사업 규모 등 회원사 안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을 것 같다.
내부에서 현안에 따라 만든 분과만 11개다. 소액해외송금, 지급결제, 블록체인, 토큰증권(STO) 등 서비스별로 분과를 만들었다. 기존처럼 가능한 분과회의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듣고 내면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난 2년간 핀테크 업계는 어땠는지?
기준금리 상승으로 투자유치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토스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기업가치가 15조원을 기록하는 등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중소 사업자들도 토스와 같은 성장세를 지향하지만 아직 어렵다. 다행인 점은 정부에서 제2, 제3의 토스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요즘 핀테크 업계 화두는 무엇인지?
최근에는 자금세탁방지(AML) 이슈가 중요하다. 현재 AML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각 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전자금융업자들의 AML, 고객신원확인(KYC)에 대한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높아진 기준에 대한 AML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회원사도 있어 협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협회의 주요 안건은 무엇인가?
업계가 겪는 구체적인 애로를 찾아서 해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규제샌드박스다. 정부가 (기존에는 법에 가로 막혔던 서비스를) 혁신 서비스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다만, 혁신 서비스 지정 시 소비자 보호 등의 문제로 부가 조건이 붙는다. 몇몇 회원사들 사이에서 당국이 혁신 서비스를 심사하고 허가를 내줄 때 부가 조건을 많이 붙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건이 엄격해서 혁신 서비스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지급지시전달업(이용자의 결제, 송금 지시를 은행 등 금융회사에 전달하는 업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급지시전달업은 핀테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의미있는 라이선스로,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토큰증권(ST)의 법제화도 있다. 현재 토큰증권 기반의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할 때마다 약 300~500페이지에 달하는 증권신고서를 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렇게 되면 조각투자에 대한 발굴이 더뎌진다.
-향후 2년간 핀테크 업계를 전망한다면?
어렵겠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내놓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곳이 출현할 것이라고 본다. 해외진출에 대한 구체적 성과를 내는 곳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이다.
-임기기간 동안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난 2년간 체계를 갖췄다면, 이를 바탕으로 규제개선 등 진짜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올해는 협회에 정책자문위원회를 만들고자 한다. 정책자문위원회에 회원사들의 정책 담당자들이 참여해 규제 이슈를 발굴하고 대응전략을 짜는 등 산출물을 도출하고자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