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오픈AI도 긴장하는 ‘앤트로픽’은 누구?

생성 인공지능(AI)이라는 폭탄을 투하했던 오픈AI. 늘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게 IT 시장이지만, 챗GPT가 가져온 충격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생성AI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개념이 됐고, 구글과 메타 등 빅테크의 추격에도 오픈AI의 공고한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스타트업의 등장은 오픈AI마저 긴장하게 했다. 최근 출시한 AI 모델이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강력한 적수로 떠올랐다. 꼭 필요한 기능만 넣고 정확도를 높인 모델로 오픈AI를 바짝 뒤쫓으며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 이야기다.

오픈AI 멤버들이 창업…안전한 AI 개발에 집중

앤트로픽은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오픈AI 창립 멤버들이 앤트로픽을 세웠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오픈AI 창업을 함께했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와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남매를 비롯한 4명이 공동으로 앤트로픽을 창업했다. 나머지 두 명의 멤버 잭 클락(Jack Clark)과 자레드 캐플런(Jared Kaplan)도 오픈AI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앤트로픽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기업 목표. “우리는 AI가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 앤트로픽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AI의 기회와 위험에 대한 연구를 만드는 데 전념한다”는 게 이들의 핵심 메시지다.

이들이 오픈AI를 떠난 건 상업적으로 변하는 회사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 외형 성장과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한 샘 알트만(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철학 차이가 앤트로픽 탄생의 계기가 됐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여동생인 다니엘라 아모데이는 각각 오픈AI에서 연구 부사장과 안전·정책 부사장을 맡았었다.

특히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효과적인 이타주의(EA·Effective Altruism)’에 꽂힌 인사로 알려졌다. EA는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동”을 뜻한다. 회사는 현재 안전한 AI 개발을 모토로 삼았다. 회사의 형태도 영리법인이 아닌 공익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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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전 이사회 멤버였던 헬렌 토너(Helen Toner) 교수는 논문을 통해 앤트로픽을 칭찬하기도 했다. 토너 교수는 지난해 11월 알트만 CEO 해임 사태 당시 알트만 축출을 주도했던 이사진 중 하나다. 그 또한 EA를 신봉하는 인사로 알려졌다.

토너 교수는 ‘Decoding Intentions’ 논문에서 앤트로픽을 옹호했다. 솔루션 출시를 연기하면서 안정성과 윤리성을 검토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내용이었다. 알트먼은 해당 논문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충돌은 알트만 축출 사태의 단초가 됐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TheInformation)과 로이터통신(Reuters)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알트먼이 이사회에서 축출됐을 당시 오픈AI는 다리오 아모데이 CEO에게 회사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지금 앤트로픽 경영에 집중한다는 게 이유였지만, GPT 스토어를 출시하는 등 유료 시장 수요를 적극 겨냥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 간의 성향 차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앤트로픽은 자체적인 윤리 규범도 세웠다. 일종의 ‘헌법’ 개념을 모델 개발 과정에 투영한다. 영문으로는 ‘Constitutional AI’라 이름 지은 접근 방식이다. 큰 틀의 기본 규범인 헌법처럼 AI 개발에서 꼭 지켜야 할 원칙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모델을 학습하겠다는 선언이다.

역시 생성AI의 윤리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앤트로픽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원칙 몇 가지를 보면 ▲가능한 한 무해하고 윤리적인 응답을 낼 것 ▲인종 차별적·성차별적·폭력적·비윤리적인 행동을 조장하거나 지지하는 응답을 내지 말 것 ▲너무 설교적이거나, 불쾌하거나, 과민한 응답은 피할 것 등 답변의 정확도와 함께 윤리성에 초점을 맞춰 모델을 훈련한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헌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면서도 “우선 지도학습 단계에서 응답을 비판하고 수정할 때 활용한 뒤, 두 번째 절차인 강화 학습 단계에서 어떤 결과가 더 우수한지 평가할 때 이러한 원칙들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의 ‘Constitutional AI’ 적용 과정 도식도. (자료=앤트로픽)

앤트로픽은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챗봇 클로드(Claude)의 첫 모델을 내놨다. 컴퓨터 과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의 이름을 땄다. 이진법 방식의 비트(bit) 개념을 제시한 섀넌은 디지털 통신과 정보이론의 아버지로 불린다.

앤트로픽이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7월이다. 클로드 1를 출시한 지 넉 달 만에 클로드 2를 공개했다. 문서 요약 기능이 챗GPT 보다 앞선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서 파일을 바로 업로드해 요약하는 형태다. 엑셀 같은 그래프나 표 기반 포맷도 무리 없이 요약해내면서 입소문을 탔다.

방대한 데이터 입력이 가능한 점도 장점이었다. 프롬프트 창에 한번에 입력할 수 있는 토큰 수가 10만개다. 단어 수로 환산하면 7만5000개 수준이다. 이는 GPT-4 기반의 챗GPT보다 3배가량 많은 분량이다. 입력할 수 있는 분량이 많을수록 더 정확한 정보와 질의를 넣을 수 있어 답변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2 출시 당시 “안전성을 개선함으로써 공격적이거나 위험한 답변 생성을 유도하기 어렵게 제작했다”며 “정기적으로 답변 결과를 수동으로 확인하고 모델을 체크하는 내부 레드팀 평가를 거친다”고 밝혔다.

클로드 2 출시 이후에는 월 20달러 요금의 클로드 프로(Pro) 상품도 출시했다. 늘어나는 컴퓨팅 자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프로는 무료 버전보다 5배 더 많은 질의 사용량을 제공하고 많은 사용자가 몰릴 때 무료 사용자보다 우선권을 준다. 신기능 업데이트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또 지난해 11월 나온 2.1 버전은 2 버전보다 더 늘어난 약 15만 단어의 프롬프트 입력을 지원한다.

이어지는 투자, ‘클로드 3’으로 충격

앤트로픽의 기세는 생각보다 무섭다. 유수의 빅테크가 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아마존과 구글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냈다. 각각 40억달러와 2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엔스로픽에 걸었다. 우리나라 SK텔레콤도 1억달러를 투자했다. 창업 이후 앤트로픽이 유차한 투자금 규모는 70억달러(한화 약 9조2000억원) 수준이다.

클로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생성AI 플랫폼 베드록(Bedrock)과 구글클라우드에도 탑재되며 외연을 넓혔다. 모두 앤트로픽에 투자한 기업들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LG CNS도 실리콘밸리 내 투자사인 LG테크놀로지스벤처스를 통해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이달초 내놓은 클로드 3는 앤트로픽을 오픈AI의 대항마로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클로드 3는 ▲하이쿠(Haiku) ▲소넷(Sonnet) ▲오퍼스(Opus) 등 3가지 모델로 제공되는 데 이중 가장 고급 모델인 오퍼스는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다중작업언어이해(MMLU) 테스트에서 86.8%의 정답률을 기록해 GPT-4(86.5%)와 제미나이 1.0 울트라(83.7%)를 앞서 놀라움을 안겼다.

더 쉽게 성능을 체감한 건 ‘IQ 테스트’ 결과다. 데이터분석가 맥심 로트(Maxim Lott)가 진행한 테스트 결과 IQ 100을 넘겼다. 로트는 클로드3를 비롯해 다양한 생성AI 모델에 멘사 테스트를 두 차례씩 진행했다.

클로드 3는 IQ 101의 결과로 GPT-4를 적용한 챗GPT의 85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3위는 또 앤트로픽이 제작한 클로드 2(IQ 82)였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는 IQ 77.5로 그보다 밀렸다. 메타의 라마(LLaMa) 2의 IQ는 64로 추정됐다.

높은 벤치마크 성능에 더해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앤트로픽은 단숨에 오픈AI의 최대 라이벌로 부상했다. 단 클로드 3에도 약점은 있다. 이미지 생성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텍스트 분석 능력에 집중했다는 설명이지만 확장성 측면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또 정보 최신화도 챗GPT에 비해 떨어진다. 현재는 지난해 8월 이전의 데이터까지만 지원한다.

오픈AI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오픈AI가 이르면 올 상반기 내 GPT-4.5를 출시할 거란 이야기가 AI 커뮤니티 등지에서 들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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