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은 온라인 쇼핑에 쓸모가 있나 없나
구매라는 행위는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상품마다 워낙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가격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있고 각 브랜드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적절한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사전정보가 있어야 쇼핑도 잘 합니다.
예를 들어 캠핑 초보가 첫 캠핑을 준비한다고 가정해보죠. 어떤 텐트가 적합하고, 필요한 물품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몇 날 며칠 각종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헤매야 할 때가 많습니다.
AI 쇼핑 챗봇은 이런 이용자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습니다. 첫 캠핑을 준비하는 초보 캠퍼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AI 쇼핑 챗봇에게 남길 수 있습니다.
“처음 캠핑을 가는데 적합한 텐트 브랜드와 초보자에게 적합한 텐트 목록을 인기순으로 제시해줘. 가격은 너무 싸거나 비싸지 않은 중간대로.”
만약 원하는 답을 바로 얻을 수 있다면 상품 정보를 얻기 위해 쓰이는 시간과 스트레스는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많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AI 쇼핑 챗봇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마존도 지난달 ‘루퍼스(Rufus)’라는 AI 쇼핑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아마존의 제품 데이터베이스, 고객 피드백, 커뮤니티 Q&A의 데이터를 학습한 AI 챗봇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의 제품 문의에 응답하고, 항목을 비교하고, 정보에 입각한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쇼핑 경험을 단순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루퍼스의 목표입니다.
아마존이 루퍼스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최종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품을 줄이는 것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예산 내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AI 챗봇이 추천할 수 있다면, 장바구니에 담겨 점차 잊혀지는 상품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것입니다.
아마존은 루퍼스를 모든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오픈하지 않고 일부 고객에게만 기능을 제공하면서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베타 테스트 단계라고 봐야겠네요.
최근 해외 커뮤니티나 언론에 루퍼스 사용 경험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평가는 많이 엇갈립니다. 긱와이어의 창립자 토드 비숍은 꽤 괜찮은 경험을 전합니다. 그는 자전거 트레이너(로라)를 구매하려고 아마존 루퍼스를 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자전거 제조사와 모델은 알고 있었지만, 바퀴 크기나 호환되는 트레이너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Raleigh cadent 2에 맞는 트레이너를 추천해줘”라고 루퍼스에 질의했습니다. 답변은 유용하고 정확했다고 합니다. 자전거 이름만으로 그 자전거의 휠 사이즈와 호환되는 트레이너를 찾아낸 것입니다. 다만 루퍼스가 이 대화를 오래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다시 특정 트레이너가 자신의 자전거와 호환되는지 물었지만 정보가 충분치 않다면서 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내 주문은 언제 도착하나”라는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문 페이지 링크를 제공해서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의 쉬라 오비데 기자는 루퍼스에 대해 “재앙은 아니지만 대부분 쓸모가 없었다”고 경험을 전했습니다. 그는 집에서 퇴비화 처리를 위해 어떤 물건들이 필요한지 물었습니다. 그러나 적당한 제품을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또 겨울에 손을 따뜻하게 할 싸이클 장갑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역시 요청에 맞지 않는 상품을 추천했습니다.
다만 특정 상품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잘 했다고 오비데 기자는 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계 모델이 방수가 되는지, 특정 무선 키보드의 배터리 수명과 같은 질문입니다.
오비데 기자는 “AI 챗봇 중 상당수는 사용자가 대화 방법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사실적인 정보에는 쓸모가 없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와 같은 기존 기술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부정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처럼 어떤 질문을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아직 AI 쇼핑 챗봇의 답변은 유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은 이용자들의 피드백이 “긍정적”이라면서 앞으로 계속 AI의 품질을 개선해 나갈 예정임을 밝혔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및 리테일 기업들도 AI 도입에 한창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적용된 AI 챗봇은 별로 없지만, 조만간 국내 서비스에서도 AI 챗봇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저 같은 쇼핑 바보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나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