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욕 치른 구글의 생성AI, 반전 꾀할 수 있을까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부침을 겪는 모습이다. 생성AI 기술의 원조격인 기업이지만 후발주자의 기세에 밀려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가 논란에 휩싸였고 영상 생성AI 분야에서도 오픈AI에 시장의 찬사를 빼앗겼다. 구글의 생성AI 기술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끌어낼 수 있을까.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글은 ‘제미나이(Gemini)’로 생성AI 브랜드를 일원화하고 시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화용 챗봇 이름은 ‘바드(Bard)’, 워크스페이스용 AI는 ‘듀엣(Duet) AI’이었던 것에서 모두 제미나이로 명칭을 바꿨다. 오픈AI가 자체 LLM인 GPT를 바탕으로 한 챗봇을 챗GPT로 이름 붙인 것과 같은 형태다.

또한 지난에는 영상 생성AI인 ‘루미에르(LUMIERE)’를 출시하고 지난주에는 제미나이를 바탕으로 한 오픈 모델 ‘젬마(Gemma)’를 내놨다. 지난해 연말 제미나이를 선보인 이후 연일 공격적인 행보다.

하지만 노력과 다르게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챗봇은 오픈AI의 챗GPT에 밀리고, 오픈 모델은 먼저 오픈소스를 내세운 메타의 후발대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영상 생성AI는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 지난 16일 오픈AI가 공개한 ‘소라(Sora)’는 구글의 기세를 누르기 충분했다. 구글이 루미에르를 공개한 지 한달 만에 나온 소라는 더 사실적인 영상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오픈AI가 공개한 소라 샘플 영상 캡처. 피부의 잡티나 머리카락, 귀를 뚫은 모습 등 이제까지의 영상 생성AI 중 가장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구글 자체적으로도 악재가 생겼다.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오류를 일으켰다. 프롬프트를 잘못 이해해 사실과 다른 이미지를 내놓으며 곤욕을 치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를 요청하는 프롬프트에 흑인 이미지를 결과로 내놓는가 하면, 1940년대 독일군을 요청하자 흑인 여성으로 묘사하는 등 다수의 오류 사례가 발견됐다.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이마젠(Imagen)2’ 엔진을 활용한다. 이마젠2는 구글클라우드의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 버텍스(Vertax) AI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에도 탑재할 정도로 구글이 밀어붙이던 기술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체면을 구겼다. 현재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멈춰있는 상태다.

프라바카르 라가반(Prabhakar Raghavan) 수석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을 내놨다. 오류의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다양성에 집중한 결과 보여주지 않아야 할 범위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둘째 이유로는 알고리즘이 계속 신중해지는 경향을 띄면서 특정 프롬프트에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2016년 세계를 놀래켰던 알파고는 물론 2017년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으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기반이 된 트랜스포머 모델을 제시하며 AI 선구자로 불렸던 구글 입장에서는 연일 자존심 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 오류에 대해 ‘교훈(Lessonslearned)’을 얻었다고 표현했다. 블로그를 통해 “이것(제미나이 오류)은 우리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미나이 포 워크스페이스 예시 화면.(사진=구글 홈페이지 캡처)

다만 구글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존재한다. 오픈AI와 메타 등 경쟁사보다 앞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있다. 특히 워크스페이스의 넓은 활용 범위는 구글 입장에서 자사 생성AI를 뿌리내리는 최고의 무기다.

가격도 장점이다. 제미나이 프로를 적용한 챗봇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AI는 월 구독료 20달러의 GPT플러스 구독자에게만 신형 GPT-4 엔진을 제공한다. GPT-3.5 버전이 무료이긴 하지만 데이터 기준점이 2021년 9월 이전이라 최신 정보를 반영한 제미나이보다 기능이 떨어진다.

또한 오픈AI의 경우 GPT스토어를 통해 다른 GPTs를 쓰는 방식으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반면 제미나이는 챗봇에서 바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기능 개선을 거쳐 이미지 생성 기능이 재개되면 더 높은 편의성과 비용적 장점으로 반전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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