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1플러스 따라하는 쿠팡이츠, 불안한 점주들

쿠팡이츠가 배달의민족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줄여 앱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다만 시장 점유율 80% 가량을 점유한 두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점주 부담 배달비를 결정해 과점 기업의 횡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 운영사 쿠팡이츠서비스는 이달 초 업주들에게 ‘스마트 요금제’ 신설을 공지했다. 자난 5일부터 쿠팡이츠 신규 가입하고자 하는 점주는 반드시 스마트 요금제로 가입하게 되며, 기존 점주들 경우, 오는 3월 7일부터 해당 요금제로 자동 전환된다. 만일 원래 이용해온 요금제를 유지하고 싶다면 3월 2일까지 기존 요금제로 전환을 신청해야 한다.

스마트요금제의 특징은 쿠팡이츠가 점주 부담 배달비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쿠팡이츠서비스의 신규 약관에 따르면 스마트 요금제는 가게가 주문금액 9.8%를 주문중개 수수료로, 2900원을 배달비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지역 별 점주 부담 배달비 할인을 적용할 경우 점주 부담 최소 배달비는 1900원이다.

기존 쿠팡이츠 요금제 경우, 점주가 가게 부담 배달비를 설정할 수 있다. 쿠팡이츠서비스는 ▲수수료 일반형(주문중개 수수료 9.8%/ 배달비 1764~5400원) ▲수수료 절약형 (주문중개 수수료 7.5%/ 배달비 2364~6000원) ▲배달비 절약형 (주문중개 수수료 15%/ 900원 혹은 2900원) ▲배달비 포함형 (주문중개 수수료 및 배달비, 27%) 기존 4가지 요금제를 운영했다.

쿠팡이츠가 새롭게 도입한 스마트 요금제는 배달의민족이 올해 본격 도입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와 운영 구조가 동일하다. 주문중개 이용료를 하나로 통일하고 점주 부담 배달비를 플랫폼에서 결정한다는 점에서다. 지역별로 점주 부담 배달비를 달리 책정했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이는 입점 업체 수, 해당 지역의 배달 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1플러스 요금제 경우, 배민1(현 배민배달) 한집배달과 알뜰배달 요금제를 하나로 합친 것으로 점주는 주문금액의 중개 수수료 6.8%에 더해 플랫폼이 정한 점주 부담 배달비 2500~3300원(지역별 할인 적용)을 내야 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모두 지역별 점주 배달비를 차등 적용한다. 왼쪽이 배달의민족이 2024년 1월 31일 변경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 가입 점주 지역별 부담 배달비. 오른쪽은 쿠팡이츠서비스가 2024년 2월 5일 업데이트한 지역별 점주 부담 배달비

업계는 이같은 요금제를 택한 이유로 ‘소비자 부담 배달비 인하’를 꼽았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점주들이 고객부담배달비를 설정해 물가와 임대료 인상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 배달비에 전가시키는 측면이 있었다”며 “고객부담배달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내놓은 게 알뜰배달로, 한집배달까지 확대해 운영하고자 내놓은 것이 배민1플러스다”고 설명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쿠팡이츠 출시 이후, 양 사는 계속해 서로의 마케팅이나 정책을 곧장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쿠판의 요금제 변경도 그와 같은 모양새라는 것이다.

일각에사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 사의 신규 요금제가 점주의 자율성을 줄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배민원 한집배달 요금제와 쿠팡이츠 요금제 경우, 점주는 주문중개 수수료 수준이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었고, 가게 부담 배달비도 스스로 설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문중개 수수료가 하나로 통일될 뿐만 아니라 배달비 부담에 대한 점주의 선택권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이전부터 배달의민족 한집배달 기본형 요금제를 이용한 점주는 배민1플러스 전환 이후 배달비 최대 3300원을 추가 부담할 수 있다. 쿠팡이츠도 동일하다. 쿠팡이츠의 수수료 일반형을 이용한 업주가 기존 최저 배달비인 1764원을 부담했다면 스마트 요금제 전환 이후 최대 1136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업체 부담 배달비를 낮게 설정해온 점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배달앱에 입점한 한 점주는 “요금제 변동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야 알게 됐다”며 “외식업황이 좋지 않은 지금, 배달앱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사가 이 같이 하나의 요금제만을 제공하는 이유는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낮추는 것 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기존 요금제는 점주가 직접 배달비를 설정한다. 이 때 가게 부담 배달비가 낮다면, 소비자 부담 배달비는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이 때 고객 부담 배달료를 줄이고자 하는 배달앱은 별도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했다. 반면 신규 요금제 적용 시 플랫폼이 점주와 소비자 양측의 배달비를 통제할 수 있어 보다 비용 통제가 용이하다.

배민과 쿠팡은 배달앱 시장의 75~80%를 차지한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달의민족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전년 동월 대비 1.4% 늘어난 2244만7074명이다. 요기요 경우, 지난 1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1% 줄어든 636만277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재반등한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46.2% 성장한 553만3766명이다. 데이터 수집 기업, MAU 혹은 매출 등 기준은 다양하지만,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시장의 65% 가량을, 쿠팡이츠가 1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소비자가 받는 혜택이 늘어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권익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두 회사의 독과점이 공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쿠팡이츠의 스마트 요금제 전환이 와우혜택을 인질로 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이츠는 오는 3월 7일부터 스마트 요금제 이용 점주에게만 다건 배달 ‘세이브배달’ 매장에 적용하는 최대 1000원 할인 ‘세이브할인’과 와우 멤버십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최대 10% 할인 ‘와우할인’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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