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1호 콜로세움, 주주들 설득한 비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투자를 받는다. 이때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경영과 기술개발에 필요한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의 지분을 초기에 확보, 투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내어주는 만큼, 창업주의 의결권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관철하기 어려워져 회사가 초기에 그리던 전략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창업자의 지분희석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복수의결권제도’가 시행됐다. 복수의결권은 1주 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제도로 스타트업 업계에서 오래 요구해왔던 제도다. 창업주의 1주가 기존에는 1개의 의결권을 가졌다면, 최대 10개까지의 의결권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선 요건을 갖춰야 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하며,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창업주가 발행할 수 있다. 이때 창업주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 지분율 30% 이상 소유한 최대주주여야 한다. 또 해당 기업의 누적 투자유치금액이 100억원을 넘겨야 하며, 마지막 투자유치 금액은 5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서는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주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요건에 해당되는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30% 이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제도 시행 약 3개월 만에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1호 기업이 탄생했다. 물류 플랫폼을 운영하는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은 21일 강남 서초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최근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자세한 발행 규모는 비공개로 부치고 있으나, 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의 회사 지분은 30% 이상을 넘겼다.
콜로세움은 어디?
2019년 출범한 콜로세움은 통합 인공지능(AI) 물류솔루션 콜로(COLO) 서비스를 비롯해, 국내외 38개 물류센터와 배송망, 자동화설비 등의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기업들에게 풀필먼트, 리테일 등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00억원 이상이며, 시리즈A 투자사로는 넥스트랜스, 우리은행, 기술보증기금, 에이스톤벤처스, CTK가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창업자의 의결권이 커지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와 달리 콜로세움은 창업자가 세운 회사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는 점, 상장 시 대표의 지분이 어느정도 필요하다는 점, 회사와 투자사간 신뢰관계가 두텁다는 점 등에서 주주들이 흔쾌히 찬성을 해줬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이 제도를 활용할 때 어떤 장점과 우려점이 있는지 객관화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주주들과 논의하며 설득했다”며 “감사하게도 주주들이 도입 과정에서 흔쾌히 수용을 했고, 염려하는 부분을 더 깊이 검토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복수의결권 도입에 찬한 이유에 대해 “회사와 대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홍상민 넥스트랜스 대표는 “창업자가 회사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한 복수의결권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다”며 “복수의결권주식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경영자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제도가 100% 긍정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자가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신뢰를 해주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결국 사업이 잘되고 있는 점과 비전, 성장에 대한 모멘텀, 의사결정에 대한 투명성 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투자사로 참여한 로이어파트너스 또한 ‘신뢰’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유진영 로이어파트너스 대표는 “콜로세움은 매달 투자자들에게 지출현황이나 매출 등을 보고해왔는데, 이런 것이 없었다면 아마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찬성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이밖에도 콜로세움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투자사들에게 항상 보고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콜로세움처럼 투자사들에게 회사 현황을 자주 보고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이런 점에서 앞으로 단기간에 성장한 회사보다 지속적으로 투자사와 유대관계를 맺은 곳들이 아니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진 우리은행 팀장은 “투자할 때 기본적으로 보는 것 중 하나가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사업전망, 팀워크”라며 “투자 과정이 길게는 1년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 대표가 얼마나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보면서 신뢰도를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복수의결권제도가 궁극적으로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제도 시행 취지처럼 창업자가 초기에 설정해놓은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장민규 에이스톤벤처스 팀장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대표가 의결권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어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궁극적으로 상장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콜로세움 측에서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인한 고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양도소득세에 대한 어려움은 있다고 전했다. 창업자는 복수의결권주식을 신주로 발행해야 하는데 이때 양도소득세가 발생한다.
박진수 대표는 “(양도소득세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것은 아니다”라며 “걱정이 많지만 (이를 보완해줄) 여러 제도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빨리 가져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