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게임별 매출 비공개하자 “주주가치 역행말라” 쓴소리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엔씨)가 2023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연결기준)을 8일 발표했다. 예상대로 전년 대비, 전년동기 대비 급락한 실적을 냈다. 대형 야심작으로 내세운 ‘쓰론앤리버티(TL)’ 출시 효과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는 이번부터 게임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전했다. 대신 모바일과 PC로 구분한 플랫폼 매출을 밝혔다. TL 출시 이후 첫 분기 실적발표라서 시점이 공교롭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대번에 쓴 소리가 나왔다.

엔씨 작년 실적은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75%, 51% 줄었다. 지역별로는 한국 1조1497억원, 아시아 3499억원, 북미유럽 1358억원이다. 로열티 매출은 1445억원이다. 해외 및 로열티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35%다.

플랫폼별 연간 매출은 모바일 게임이 1조2004억원, PC 게임이 3651억원, 로열티 매출은 1445억원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은 매출 4377억원, 영업이익은 39억원, 당기순이익은 252억원이다. 매출은 모바일 게임 매출 증가로 전분기 대비 3%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각각 77%, 43% 감소했다.

왜 게임별 매출 공개 안 하나?

이장욱 엔씨 IR실장은 “TL이 출시되며 당사의 라이브 서비스 중인 타이틀 수가 증가했고, 글로벌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이러한 당사의 사업 구조의 변화를 고려해서 이번 분기부터는 게임별 매출이 아닌 플랫폼별 매출로 구분하여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TL 출시 외엔 이렇다 할 사업적 변화가 없는 상태이나, 엔씨는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회사 발표 없이도 TL이 어느 정도 흥행했는지 유추는 가능하다. TL이 포함된 작년 4분기 PC게임 매출을 보면 전년동기, 전분기 대비 모두 줄었다. TL 출시 효과는 전무한 수준이고,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등 기존 라이브 PC게임도 매출이 빠졌다고 볼 수 있다. TL 부진을 넘어 사업 전반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주주로서 심히 우려돼” 이례적 질책

이번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질문이 아닌 질책이 나왔다. 이례적인 경우다. 게임별 매출 비공개 정책을 짚으면서 김택진 대표의 과도하다고 볼만한 연봉과 성과급, 방만한 인력 운용 그리고 5800억 비용을 예상한 신규 사옥 RDI 센터 건립 등 여러 사안을 지적했다. 베어링 자산운용의 문준기 연구원의 언급이다.

“회사가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어제 공시나 오늘 IR 자료를 보면 오히려 역행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상장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대응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주주로서 심히 우려돼서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는 이번 IR 자료부터 게임별 매출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사실 실적이 창피하다고 해서 숨기는 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김택진 대표이사가 현재 최악의 실적을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작년 기준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가셨습니다. 그 전 해에도 100억 원 이상의 금액을 가져가셨다. 회사는 내부적인 계산 방식이 있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대한민국의 다른 상장사와 비교를 해보시면 100억 이상 가져가는 회사는 거의 없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현재 지배주주인 경영자분들 보면 연봉과 성과급 받는 분들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고요. 거의 대부분이 주주로서 배당을 받아가고 계십니다. 이게 회사의 실적과 현금 흐름과 연동되는 부분이 있으니깐요.”

“그리고 세 번째는 저희가 이제 연결 기준으로 순현금이 1조 이상 있는데 이 금액을 M&A나 주주 환원 같은 향후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도 전체 직원이 5000명이 넘습니다. 경영관리 직원이 1500명이나 되고요. 사실 게임사답지 않은 인력 규모와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감원을 하는 게 아니라 추가적으로 여기에 5800억짜리 RDI 센터를 짓는다는 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100보 이해해서 RDI 센터를 세우고 개발비 인건비를 더 쓰실 거면 주주한테 게임 파이프라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셔야지 게임별 매출을 감추는 거는 제대로 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주들이 갖는 의문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주시고 회사가 지금처럼 주주 가치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는지 나중에 답변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IR 통해 게임별 매출 공개…올해 중 많은 결과물로 소통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같은 지적에 “너무 좋은 말씀 해주셨다. 충분히 이해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지속 논의하고 있어 드릴 수 있는 사항은 말씀드리겠다”며 답했다. 다만 김택진 대표 연봉과 성과급에 대해선 “보상위원회를 통해 모든 게 이뤄지고 있어서 회사와 재무팀이 관여하는 사항은 아니”라며 “어떤 취지인지 이해한다. 주주총회 통해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게임별 매출을 발표하다가 이번에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저희가 가만히 봤더니 전 세계 회사 중에서 저희처럼 (게임별로) 발표하고 있는 데가 없더라고요. 프랙티스(관행)를 따라가고자 하는 것이지 게임별 IP별 매출을 숨기고자 하는 거는 전혀 없고요. IP별 매출은 얼마든지 저희가 IR을 통해서 계속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공개할 테니까요. 그건 어떻게 보면 오해라고 제가 명확하게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실적이 안 좋다 보면 어떤 행동이나 어떤 변화도 그렇게 이해될 수 오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저 부터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건 IR팀을 통해서 계속 저희가 오픈하겠습니다.”

“방만함 맞습니다. 방만한 걸 줄이려고 저희 계속하고 있고요. 지원 조직 숫자까지 말씀 주셨는데 과도하다 저희가 충분히 유념하고 지금 거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고요. 곧 여러 가지 좋은 안을 저희가 도출해서 실행하려고 하고 있고요. RDI 센터 말씀하셨는데 모두에 말씀드린 거랑 같은 취지입니다. 논퍼포(무수익) 애셋은 퍼포밍(수익) 애셋으로, 리턴을 발생시키는 애셋으로 바꾸려고 하는 게 지금 현재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제일 중요한 원칙입니다. 어제 회사 이사회에도 있었습니다만, 이사회에서도 그 점을 이사회 멤버들께 분명히 말씀을 드렸고요. 이사회에서도 동의를 해 주셨고요. 지금 말씀하신 거를 저희 매니지먼트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거를 그 방향에서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 결과물을 오래 끌 생각 없습니다. 올해 중으로 많은 결과물이 계속 시장에 저희가 커뮤니케이션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주주분들께 저희의 변화하는 모습을 또 능력을 커뮤니케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작 타임라인은 회사 기조가 실적 발표를 통해서 말씀드리는 것보다 저희가 엔씽(소통채널)이라든지 여러 가지 개별 IP의 개발팀이 직접 소통하는 것을 작년부터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온2 등 저희가 연중으로 계속 커뮤니케이터 하겠습니다. 회사가 기존엔 뭐라 그럴까요 신비주의라고 그러면 좀 이상하고 그런 기조에서 오픈 기조로 지금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 점도 철저하게 시장과 커뮤니케이트가 있도록 하겠습니다.”

신규 IP 적극 확보…하반기부터 신작 성과 반영

엔씨는 리니지 등 자체 IP 중심의 사업 전략을 내려놓고, 외부 IP까지 적극 수급해 글로벌 확장을 노린다.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 중심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엔씨만의 전략이었으나 한계에 부딪혔다. 넥슨 등 경쟁사처럼 다양한 IP로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다.

“기존 IP도 중요합니다만 새로운 IP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전과 달라진 점은 신규 IP 또는 판권 확보를 통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입니다. 저희가 모든 걸 자체 IP화 이런 식으로 한다는 점 그거에서 저희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점을 꼭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타겟하기 위해 BM(수익모델) 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각 게임에 맞춰서 BM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자체 IP 전략에 대해) 아이온2는 굉장히 중요한 IP로 전사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희가 잘할 수 있는 MMORPG 마켓에서 가장 중요한 IP입니다. (탐험과 제작 등 상대방 없이도 즐길 수 있는) PVE 콘텐츠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PVE 콘텐츠 제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PVP(대전)는 기본으로 확장을 해서 엄청난 PVE 콘텐츠를 준비합니다. 24년에 외부 테스트를 계획 중으로 여러 채널을 통해 개발팀이 직접 커뮤니케이트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하반기부터 신작 성과가 반영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TL을 포함한 (글로벌) 지역 확장 그 다음에 저희 IP 게임 출시 등을 통해서 매출 체력이 강화가 될 것 같고요. 상반기에는 이런 걸 준비하기 위한 경영 효율화에 대한 계획 효과가 이제 집행되기 시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년부터 이미 시작했고 올해 한 상반기쯤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가이던스를 드리기는 어려운데 저희가 이제 여러 가지 그런 가이던스를 저기 어닝스를 예측하실 수 있도록 계속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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