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역대급 과징금 ‘확률형 아이템’…공정위 vs 넥슨
‘확률로 소비자 기만했다’ 공정위 과징금 116억원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에 사과 공지
“전자상거래법 위반” vs “과거 확률 미고지 문제삼을 수 없어”
넥슨 “이의신청 또는 사법부 판단받을 것”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3일 브리핑을 열어 넥슨코리아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는 이날 메이플스토리 홈페이지에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공지를 올렸다. 다만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자사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의결서를 전달받게 되면 이의신청 또는 사법부 판단을 받는 등 검토에 나선다.
과징금 대상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다. 주요 논란 중 하나가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아이템이다. 큐브는 캐릭터 장비에 추가 잠재 옵션(능력치)을 붙이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다. 개당 레드큐브 1200원, 블랙큐브 2200원이다. 더 강력한 장비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 이용자들이 반복 구매하는 확률형 상품으로 보면 된다. 이 상품으로 나올 수 있는 대표적 최고 옵션이 ‘보보보(보스 몬스터 공격력 추가 데미지 옵션 3중첩)’와 ‘방방방(몬스터 방어율 무시 옵션 3중첩)’이다.
게임 이용자 입장에선 보보보와 방방방은 로또 1등에 비견되는 최고 옵션이다. 넥슨 입장에선 게임 콘텐츠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너무 강력한 오버스펙 옵션이었고, 2011년 8월 같은 옵션 3중첩이 등장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3중첩 최고 옵션을 띄우기 위해 큐브 반복 구매했다는 주장으로, 공정위는 넥슨이 보보보 등 총 7개의 중복옵션 출현 확률을 0%로 만들고도 이용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불리하게 변경했다고 봤다.
공정위 주요 지적 사항
“첫째, 넥슨은 2010년 5월 큐브 상품 도입 시에는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하였습니다. 그러나 2010년 9월 15일부터 큐브 사용 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인기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둘째, 넥슨은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큐브 사용 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등을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을 0으로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더하여 넥슨은 2011년 8월 4일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 공지하였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로, 넥슨은 2013년 7월 4일부터 장비의 최상위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하면서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하였다가 그 확률을 2013년 7월부터 12월 기간 중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었고,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아니하였습니다. 나아가 큐브 확률 변경 히스토리 노출 범위를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의 방침은 2021년 3월 4일 확률 공개 이후에도 지속되었습니다.”(브리핑에서 김정기 공정위 시장감시국장)
김정기 국장은 넥슨이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답변하거나,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보류)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하여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던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징금 왜 이렇게 커졌나?
공정위가 넥슨에 부과한 116억원은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역대 최다 과징금이다. 종전 최고액은 카카오 음원 상품 판매 관련한 과징금 2억7400만원으로 두 건의 격차가 크다. 넥슨 건은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이기도 하다.
공정위 측은 “게임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등에 대해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관련 사업자로 하여금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큐브를 메이플스토리 전체 수익을 견인하는 핵심 상품으로 봤다. 매출액 비중 평균 28% 수준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2021년 상위 10명의 연간 큐브 아이템 구입 금액도 공개했다. 그해 최고액 과금자가 약 2억7950만원을, 10위 과금자가 약 1억2040만원을 썼다.
전자상거래법 위반 시엔 영업정지도 이뤄진다. 그러나 넥슨의 경우 게임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산정해서 부과했다. 법 위반을 했다고 보는 10여년간 큐브 관련 일평균 매출액을 산정하고, 6개월(180일)로 산정한 영업정지 일수를 곱해서 나왔다.
과징금은 각각 메이플스토리에 115억9300만원, 버블파이터에 49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 매출액의 추후 확정 과정에서 최종 과징금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과거 확률 미고지까지 위법? 넥슨, 공정위 의결에 반박
넥슨은 공정위가 2021년 4월, 2022년 6월 두 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서비스 중인 게임들에 대한 과거이력과 현황까지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과거 2010년과 2011년, 2013년, 2016년의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큐브’의 확률 조정 후 미고지한 행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회사 입장은 이용자에게 확률을 미고지한 오래전 행위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2024년 3월 개정 게임법 시행에 따라 확률 공개가 의무화되기 훨씬 전부터 그리고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자발적 확률 공개를 해온 기업에게 과거 강화형 아이템의 확률 미고지를 확대해 법 위반으로 모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다.
넥슨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겸 한국게임정책기구 의장의 발언을 빌려 반박했다.
“법적으로나 자율규제 상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던 시기에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기업이 확률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전의 과거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위법행위로 처분을 내린 것은 행정적 제재를 위해 준수해야 하는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2024년 3월부터 게임산업법에 따라 반드시 확률을 공개해야 하는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처분은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에 공개되지 않은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결정으로 국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든어택 과징금 돌려받아…이번에도 줄어들까?
넥슨은 과거 공정위와 다퉈 일부 승소를 이끈 바 있다. 2019년 8월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의 ‘넥슨 일부 승소’ 판결에 문제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서든어택’ 이용자가 확률형 아이템 획득 정보를 오인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공정위 판단은 옳다고 봤으나, 과징금 산출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당초 공정위가 9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넥슨 일부 승소로 9억원 가량 대부분 돌려받았다.
이번 건은 공정위가 본 법 위반 기간과 5500억원에 달하는 큐브 관련 매출액을 어떻게 재산정할지 그리고 서든어택에 이은 두 번째 법 위반 사례로 영업정지일 2배 가중된 부분 등에서 넥슨이 이의신청을 제기하거나 법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넥슨 측은 “공정위의 소급처분은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고, 콘텐츠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회사가 입을 피해는 예측하기조차 어렵다”고 우려를 전했다.
메이플스토리 보보보와 방방방 등 큐브 아이템 확률 문제 제기는 넥슨도 잘못을 인정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업계 최대 수준의 대폭적인 확률 정보 공개를 진행한 바 있다. 2021년 12월엔 확률 로직이 정상 작동되는지 이용자가 모니터링 검증할 수 있는 ‘넥슨 나우’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