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뽑기 아이템, 유럽 시장도 쉽지 않네
벨기에, 우연에 따른 결과로 보고 도박법 적용
스페인도 판매 금지 추진…의회 해산돼 법적 규제 피해
그 외 국가도 고도의 자율규제 적용…도박 저촉 피해야
유럽 국가들은 국내 게임사의 주요 수익모델(BM)인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용자가 돈을 쓰는 유료 재화 뽑기 기준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회가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2023 글로벌 게임 정책 법제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란 게임사가 정한 확률 테이블에 따라 무작위 아이템이 나올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이용자가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자를 구매한다고 보면 된다. 국외에선 ‘루트 박스(loot box)’로 불린다. 유럽에선 판매를 금지한 국가도 있고, 법적 규제는 없더라도 고도의 자율규제를 운용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가 가운데 벨기에가 법적으로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금지하고 있다. ‘우연에 의한 게임’으로 간주하고 벨기에 도박법에 근거해 금지했다. 대다수 국내 게임은 벨기에 진출이 막힌 셈이다. 단,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재화를 통한 무료 뽑기는 예외다.
스페인은 아동과 청소년 대상으로 확률형 뽑기 아이템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한 바 있다. 2022년 의회가 관련 법을 승인했다가 절차가 끝나기 전에 총선이 실시돼 의회가 해산됐다. 이 때문에 새로운 입법부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지 법적 규제는 없다.
다만 비디오 게임 내 확률형 뽑기 아이템에 대한 구성 및 홍보에 대해 일반적인 소비자 보호 규정을 적용한다. 실제 포장과 디지털 상점 창에 구체적인 경고(게임 내 구매: 무작위 아이템 포함)를 추가해 부모와 이용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도박으로 분류할지 논쟁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도박 여부는 교환 가치를 따진다. 게임 외부에서 아이템을 교환하거나 거래할 수 없는 경우 도박 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는 법으로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법적 규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보다 강력한 고도의 자율규제가 있다.
영국 정부는 확률형 뽑기 아이템 사용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률이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2020년 9월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한 뒤 자율규제로 결론 냈다. 정부 주도의 게임 업계 기술 실무 그룹이 구성돼 현지 게임협회(UKIE)가 11가지 자발적 원칙을 마련했다.
이 중엔 18세 이하 이용자가 부모의 동의 없이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얻은 것을 효과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 마련에 대한 규약이 있다. 이용자는 물론 부모 대상으로 기술적 통제 방안에 대한 캠페인을 실시해 세부 정보를 공개하고 알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부모 동의 없이 구매한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위해 사용된 게임 내 재화에 대한 관대한 환불 정책도 운영한다.
독일에선 확률형 뽑기 아이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그러나 무분별한 운용은 현지 도박법에 의해 막힐 수 있다. 개별 디자인과 사례별로 도박의 정의에 해당하는지 판단한다. 독일에선 한국처럼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대다수 게임에 만연한 BM은 아니다.
0.5유로센트(약 718원) 이상을 걸고 금전적 가치가 있는 우연에 기반한 디지털 아이템을 받는 경우, 잠재적 도박으로 간주될 수 있다. 환금성을 따진다. 도박에 관한 규정은 매우 엄격하다. 일부 온라인 도박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사이 광고를 금지한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이 도박에 해당하지 않아도, 우려 요소가 있다. 독일 등급위원회(USK)에서 상호작용 위험으로 간주해 도박과 유사한 요소로 표시할 수 있다. 경품 행사 진행 시 도박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구매 불필요’와 같은 문구를 표시한다.
네덜란드도 법적 규제는 없으나 현지 게임 규제 기관(KSA)이 확률형 뽑기 아이템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연에 의해 결정된 내용물이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게임 외부에서 거래될 수 있는 경우, 도박법 규제를 받을 수 있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게임 내 통화와 함께 실제 통화(유로)로 가격 표시도 이뤄져야 한다. 법률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네덜란드도 소비자 보호 장치를 권고하고 있다. 앱 내 결제 시마다 확인을 요청하거나 신원 확인을 위한 암호 요구 등이 있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을 얻는 과정에서 소비자 구매를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미성년자에 대한 압박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