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클라우드의 밋밋한 ‘생성 AI’ 전략, 그래도 DB가 있잖아?

오라클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새로운 무기로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들고 나왔다. 여러 거대언어모델(LLM)을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 후발주자이지만 앞서 생성 AI 서비스를 내놓은 경쟁사들에 비해 두드러진 차별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되레 데이터베이스(DB)에서의 강점으로 클라우드 사용자를 끄는 전략이 눈길을 끈다.

25일 한국오라클은 강남구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오라클 클라우드 서밋 2024’를 개최했다.

회사는 이날 오라클클라우드인프라스트럭처(OCI)에 접목한 생성AI 서비스의 정식 출시를 알렸다. 다양한 비즈니스 사용 사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코히어(Cohere)’와 메타의 ‘라마(LLaMa)2’ LLM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자체 LLM이나 AI 챗봇이 아닌 타사 LLM을 OCI 내에서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는 형태다. 클라우드와 함께 OCI 전용 리전(OCI Dedicated Region)을 통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야심찬 발표와 다르게 경쟁사보다 차별화한 지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OCI 생성AI 서비스에 포함되는 코히어와 라마2는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생성AI 플랫폼 ‘베드록(Bedrock)’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또 AWS는 최근 ‘아마존 Q’라는 자체 AI 챗봇을 내놓으며 한 발짝 더 나아간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또한 오픈AI를 등에 업고 ‘코파일럿(Copilot)’을 통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구글클라우드 또한 ‘버텍스(Vertax) AI’라는 자체 플랫폼을 제공하는 상황이다.

비노드 맘타니 OCI AI 플랫폼 및 생성AI 서비스 부사장이 새로운 생성AI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국오라클)

오라클은 이 같은 지적에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장점으로 제시했다. 오라클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인적자원관리(HCM), 공급망관리(SCM) 등을 비롯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 전반에 생성 AI를 통합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비노드 맘타니(Vinod Mamtani) OCI AI 플랫폼 및 생성AI 서비스 부사장은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단순히 개발자를 위한 생성AI가 아니라 기업 사용자들이 바로 빠르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밝혔다.

맘타니 부사장은 “엔터프라이즈 고객에 의해 수백개의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어떻게 (LLM을) 미세조정하고 통합할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독창적 차별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라클의 보도자료도 맥락을 같이한다. “하나의 제품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사전구축 생성AI 서비스와 기능 제품군을 제공한다”는 게 자료에 담긴 그렉 파블릭(Greg Pavlik) OCI 수석부사장의 언급이었다.

바꿔 생각해보면 데이터 분야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전략일 수 있다. 이날 오라클은 가트너의 매직 쿼드런트 ‘전략적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리더(Leader) 선정을 빌어 스스로 ‘빅4’라고 주장했지만 점유율면에서 빅3와 분명 적지 않은 격차가 있다. 반면 DB 분야에서 오라클의 영향력은 아직도 독보적이다.

그래서 더 주목해야 할 게 DB를 활용한 클라우드 유입 전략이다. 이날 오라클은 OCI 생성AI 에이전트 베타 출시 소식도 함께 알렸는데, 기에 포함된 ‘검색 증강 생성(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기술은 DB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오라클 DB 23c 버전은 사전 학습된 LLM과 독점 비즈니스 데이터를 결합해 더 높은 정확도로 응답을 제공하는 RAG 기능을 제공한다. 벡터화한 데이터를 LLM과 연결해 질의에 따라 답을 내는 것이 골자다. 벡터화한 데이터라 생성AI의 한계로 지적되는 환각 현상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이를 OCI로까지 끌어온 게 OCI 생성AI 에이전트다. 오라클 DB의 넓은 외연을 활용해 OCI 활용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어차피 쓰고 있는 DB와 가장 연동이 잘되는 클라우드로 사용자를 유입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 또한 강점이 될 수 있다. 서밋에서도 고객사 사례로 나선 포스코는 가격 측면에서 강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실제 오라클도 DB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도입 비용을 OCI의 무기로 내세운 모습이다.

탐송 한국오라클 회장은 “후발주자로 들어와 같은 프라이싱(Pricing·가격 정책)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저렴한 비용이 OCI의 강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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