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20년 만에 IT 역량을 내재화하는 이유

우리금융그룹이 IT 개발을 내재화한다. 그동안 우리금융은 IT개발을 외주에 의존했다면,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FIS)의 인력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에 파견해 직접 개발과 기획을 함께 수행한다. 기술 개발 내재화로 직원들의 IT업무 능력을 향상하고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 시간 등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그룹은 1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IT개발 내재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우리금융의 IT업무는 IT자회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FIS)가 맡았으나, 앞으로 우리은행이나 우리카드 등은 필요한 IT 기술개발을 직접 하게 된다. 모바일 뱅킹 같은 디지털 개발 업무 뿐만 아니라 계정계, 정보계 등 코어뱅킹 업무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 업무 등이 해당된다. 

이를 위해 우리FIS에서 우리은행으로 임직원 약 800명, 우리카드로 약 200명이 이동했다. 우리FIS는 앞으로 그룹 공동웨어, 그룹 공동포털 등 그룹의 공동사업이나 인프라 운영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개발 기간이 이전 대비 최대 50% 단축되는 동시에, 외주개발 최소화로 인한 비용절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IT인력이 내재화됨으로써 우선적으로 자체 개발을 우선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외주개발을 해 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라며 “100명 정도의 중복 인력을 제거하고 필요한 다른 IT 부문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조직개편으로 달라지는 점은 크게 다섯가지다. 먼저, 비즈(Biz)-IT 통합조직의 출범이다. 모바일뱅킹, 기업모바일, AI 같은 10개의 플랫폼 부서를 신설해, IT 개발인력과 기획인력이 한 부서에서 일한다. 현업 직원 260명, IT 개발자 240명이 개발, 기획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기존에는 개발절차가 7단계였다면, 이번 조직개편으로 3~5단계로 약 50% 이상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에 IT개발직무가 생겼으며, 현업과 IT업무의 성과를 연동, 상호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은 조직개편에 맞게 개발환경도 갖췄다. 모바일 전용 개발 환경을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개발자가 필요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프라의 경우, 지난해 10월 2단계 작업을 통해 그룹 공동 클라우드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했다. 연내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재 구축 중인 그룹사 통합 앱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환경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왜 조직개편을 시행했나

우리금은 지난 2001년 지주체제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우리FIS가 그룹사의 IT업무를 수행해주는 ‘그룹사 간 IT 위수탁 운영 방식’이 자리 잡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 조직을 개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우리금융은 은행과 우리FIS 임직원 겸직, 교차근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룹사 간 인력이동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노사, 계열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옥일진 부사장은 “그동안 은행, 카드 모두 IT 경쟁력 강화를 위해 (IT조직) 개편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2014년 민영화 노력, 2019년 지주체제 개편으로 안정화의 필요성이 있었고, 우리FIS 노조가 반대하는 이슈 때문에 실행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그룹 신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 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IT 거버넌스 개편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후 매달 한 번씩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CEO가 모여 IT 거버넌스를 고민하고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 지난해 7월에는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력 이전 방안’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말, 우리금융 노사는 최대 난제였던 인력 이전 노사합의를 도출했다. 곧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3사는 ‘IT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IT 비상대응체제를 가동, 막바지 재편 작업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이번달 5일 우리FIS 인력이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재배치되면서 우리금융의 10년 숙원사업인 ‘IT 거버넌스 개편’이 마무리됐다. 상암동에 소재한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인력 780여 명이 우리은행 소속으로 이적했다. 카드 전담인력 170여 명 역시 우리카드로 이적하며 수송동 카드 본사로 이동했다. 우리FIS 직원 중 90% 이상이 담당 업무를 따라 움직였다. 

우리FIS는 그룹 시너지와 효율성을 고려해 IT보안, 그룹웨어 개발, 운영 업무를 지속하며, 은행, 카드 외 그룹사에 대한 IT 아웃소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기대 효과는 무엇?

우리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IT 개발과 유지보수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의 신규개발 업무는 은행 현업직원 260여 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인력 240여 명이 한 팀이 되어 한 자리에서 이뤄진다. 

이에 따라 개발,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FIS를 경유하던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된다. 길게는 30일이 걸리던 개발기간이 2주 이내로 최대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측은 “그만큼 변화속도가 빠른 시장과 고객 니즈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비용절감 효과도 예상된다. 외주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을 확대해 은행, 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경우 약 130억원, 카드의 경우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의 판매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줄인 비용은 다시 디지털, IT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과 카드 현업직원들이 자체적으로 IT 개발역량과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 기존에 우리FIS가 IT를 위탁 수행하던 방식에서는 현업직원이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걸림돌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같은 조직, 같은 공간에서 한 팀이 되어 개발을 수행한다. 

조직개편 이후, 해야 할 일 

이번 조직개편으로 우리은행은 새로운 뱅킹 앱 구축, 서비스형뱅킹(BaaS), 생성형AI 빅데이터, 디지털자산(STO, CBDC) 등 디지털사업 추진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원(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은 은행, 카드, 캐피탈, 종금, 저축은행 등이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앱이다. 앱 화면(UI/UX) 구성뿐만 아니라 앱 운영 인프라와 개발환경 등 새판을 짜는 사업이다.

모바일뱅킹 재구축은 그룹 디지털, IT 역량이 집중되는 전략사업이지만 지금까지 우리금융은 모바일뱅킹 개발을 외주 개발업체에 의존했다. 은행 실무 부서가 개발을 요청하면 우리FIS는 요청사항을 검토한 후 외주 IT업체 등을 통해 개발을 이행하는 식이었다. 이 경우 개발 속도가 더딜 뿐만 아니라 현업직원들이 모바일뱅킹 기술 습득과 운영 효율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 개편으로 IT 자체개발 역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작년 7월부터 뉴 원 프로젝트에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인력 120여 명이 참여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했다. 

생성형AI, 빅데이터 등 신기술 활용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오는 3월 선보일 예정이다. 원뱅킹 내 챗봇에 탑재할 계획이다. AI 뱅커는 은행 창구에서 직원과 고객 간에 오고 가는 대화를 분석, 언어모델을 학습해 은행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직원용 AI 지식상담 서비스’도 올해 안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 카드 등 전 업무영역에서 활용 중인 빅데이터를, 그룹 데이터로 통합해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 차원의 데이터 관리체계 정의를 완료했으며, 올해 그룹 데이터 통합플랫폼을 오픈할 예정이다. 조만간 그룹 데이터포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체계 메타데이터 관리시스템 등을 구현한다.

우리금융은 토큰증권(STO), 디지털화폐(CBDC) 등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올해 한국은행 CBDC 테스트 일정에 맞춰 CBDC 플랫폼을 구축 예정이다.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수익모델 구축 ▲분산원장 표준화 ▲유통시장 연결망 ▲블록체인 지갑 연계 등의 과제가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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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현행 문제점은 대규모 재개발 사업의 외주화, 수준미만 외주인력에 의한 시스템 개발, 그룹IT인력은 유지보수만 하는 개발 사이클의 반복이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였는 데, 현업과 IT의 통합과 융합을 이루어 시너지가 나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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