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E, 주니퍼 140억달러에 인수…시스코 대항마 될까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주니퍼네트웍스를 140억달러 규모에 인수한다.

HPE는 전액 현금으로 주니퍼네트웍스를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주당 40달러 가치로 주니퍼네트웍스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HPE는 주니퍼와의 결합으로 고수익 네트워킹 비즈니스를 강화해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 전략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주니퍼 인수로 HPE 네트워킹 사업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앞으로 HPE는 주니퍼 제품군을 결합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I 네이티브 환경을 주도하고 HPE의 ′엣지투클라우드(Edge to Cloud)′ 전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HPE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사업을 주축으로 엣지부터 클라우드까지 기업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보호, 분석하는 기술 솔루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시장에는 지난 2010년 이더넷 스위치 업체인 쓰리콤을 인수하면서 본격 진출했고, 2015년 당시 무선랜 전문기업인 아루바를 인수한 뒤 현재까지 유무선 네트워킹 사업을 활발히 벌여오고 있다.

지난해 HPE는 그간 별도로 운영해온 아루바 브랜드를 HPE와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HPE 아루바와 주니퍼 솔루션이 결합돼 시장을 확장하고 네트워크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HPE는 주니퍼 인수합병 후 네트워킹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2023 회계연도 기준 전체 매출의 16% 수준에서 31%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PE 전체 영업이익의 56% 이상 기여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1996년 설립된 주니퍼는 전통적인 라우터 강자로 오랜기간 입지를 굳건히 해왔다. 라우터부터 스위치, 방화벽을 비롯한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까지 공급하며 시스코에 이어 네트워크 시장 선두기업으로 자리해왔다. 지난 2019년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클라우드 기반 무선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미스트시스템즈(Mist Systems)를 인수한 뒤 AI와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킹 솔루션 사업을 크게 강화해왔다.

주니퍼는 미스트 AI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포함한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킹 솔루션,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HPE 아루바 네트워킹과 HPE AI 상호 연결 패브릭, 주니퍼의 네트워킹 솔루션이 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도 주니퍼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사업자 네트워킹 사업과 AI, 폭넓은 보안 제품군은 기존에 HPE에 부족했던 부분이어서, 회사측 기대대로 네트워킹과 보안을 포함한 관련 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양사의 제품군과 기술, 조직 간 통합이 빠르게 잘 이뤄져 시너지를 제대로 창출할 경우, 이 분야의 오랜 선두기업인 시스코와 치열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라미 라힘(Rami Rahim) 주니퍼 최고경영자(CEO)는 HPE 네트워킹 사업을 총괄하며 HPE의 안토니오 네리(Antonio Neri) CEO에게 보고하게 될 예정이다.

안토니오 네리 HPE CEO는 “주니퍼 인수는 업계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나타내며 네트워킹 시장의 역학을 변화시키고 고객과 파트너에게 가장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공할 것”이라며 “거시적 AI 추세가 가속되는 가운데 이번 거래는 HPE의 입지를 강화하고 전체 시장을 확대하며 AI 네이티브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세계를 연결하는 동시에 주주를 위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을 위한 추가혁신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미 라힘 주니퍼 CEO는 “혁신적이고 안전한 AI 기반 솔루션에 다년간 집중해오면서 주니퍼네트웍스는 뛰어난 성과를 이끌어냈다”며 “우리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과 단순화된 운영을 성공적으로 제공했으며 HPE에 합류함으로써 여정의 다음 단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민든다. 재능있는 HPE 팀과 협력해 캠퍼스, 지점, 데이터센터, 광역 네트워크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기업, 서비스 제공업체, 클라우드 고객을 위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니퍼의 주주는 주당 40달러를 받게 되며, 이는 언론발표 전 마지막 거래일인 8일 주가에 약 32%의 프리미엄을 붙인 액수다.

이번 인수 거래는 주니퍼 주주 승인과 규제기관 승인 등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HPE는 지난해 3월 시큐어 서비스 엣지(SSE) 플랫폼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보안 업체인 엑시스시큐리티(Axis security)를 인수한 바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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