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겜심’…고개 숙인 넥슨-엔씨 “변하겠다”

2024년 게임 시장이 연초부터 어수선하다. 국내 대표 게임 기업인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같은 날(9일 저녁) 라이브 방송을 진행, 게임 이용자들에게 연신 머리를 숙이며 진땀을 뺐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등 발언이 수시로 나왔다.

넥슨은 연초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로 게임 이용자 여론이 좋지 않다. 회사가 이미 머리를 숙인 사안이나, 거액의 과징금 발표가 나오자 다시 한번 커뮤니티가 떠들썩했다.

<참고기사: 연초부터 역대급 과징금 ‘확률형 아이템’…공정위 vs 넥슨>

“성숙하지 못했던 그 당시의 판단과 과오에 대해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선택과 결정이 서비스 전체와 이용자분들에게 미치는 무게와 영향을 망각한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

문제 근원인 확률형 강화 아이템 ‘큐브’에 대해선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격변 수준의 변화가 예상된다.

“저희 메이플스토리는 더 이상 확률형 강화 상품인 큐브를 판매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잠재 능력 재설정은 인게임 재화인 매소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모든 용사님들의 플레이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합니다. 용사님(메이플스토리 게이머)들께서 잘 아시다시피 현재 저희 메이플 스토리가 판매 중인 확률형 강화 상품 큐브는 현재 우리 메이플 스토리의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상품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바로 이 큐브는 용사님들께 메이플 스토리에 대한 불신을 드리게 된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바로 이 큐브를 용사님들의 플레이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데 사용되도록 바꾸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신뢰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메이플 스토리의 잠재 능력 재설정은 현재 나오고 있는 표와 같이 설정된 매소를 통해 진행이 됩니다.”(김창섭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이를 두고 게임 이용자 소통 측면에서 업계 최전선에 있는 넥슨다운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을 살피며 찔끔 혜택을 늘리고 문제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스리 슬쩍 넘어가는 방식 대신 메이플스토리의 핵심 매출원인 큐브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다만 이 같은 발표에도 게이머들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핵심 재화가 된 ‘메소’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따라 게임 플레이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는 까닭이다. 넥슨은 대규모 변화를 앞두고 메소 획득에 제한이 없던 현 시스템을 레벨 구간별로 얻을 수 있는 메소 총량에 제한을 건다.

관련 영상 댓글엔 ‘유저들 시선 돌리기냐’, ‘우리가 또 속냐’, ‘책임지는 사람은 없나’, ‘매출 하락을 메꿀 새로운 BM(수익모델)이 등장할 것’ 등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는 동시에 ‘메소 수급처가 늘어나면 좋을 듯’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반응이 보인다.

엔씨 쓰론앤리버티(TL) 라이브 방송 갈무리

엔씨소프트(엔씨)는 같은 날 대형 야심작 ‘쓰론앤리버티(TL)’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다. 방송 처음에 사과부터 했다. 최근 계정 도용 사건이 불거지며, 2차 보안 서비스 강화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먼저 무엇보다 운영상의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전체 책임자로서 사과 말씀드립니다. 빠르게 공지하고 진행하겠다고 전 방송에서 말씀드렸는데 부족함이 아직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꼭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최문영 TL캠프 캡틴)

“저희가 생각하는 TL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느린 대응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점들에 대해서 정확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최선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유저분들한테 불편을 드렸던 것 같고 이런 부분들은 사과 말씀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빠른 커뮤니케이션은 방법으로 꼭 개선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이번 계정 도용 사태에 대해서는 저희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2차 보안 서비스를 통해서 추가 계정 도용의 위험성을 차단하는 조치를 진행했지만 벌써 피해 방지 조치 이전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계정 도용 건에 대해서는 원상복구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안종옥 프로듀서)

이밖에 엔씨는 게임 내 필드 이벤트 어뷰징(오용) 대응에 대해 “공지도 대응도 늦었다”며 거듭 사과했다. 국내에서 조단위 매출을 일구지만, 대고객 사과에 인색하고 일방향 통보 정도로 갈음했던 이전 엔씨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계신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 이벤트고요. 개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안건 중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다루고 있는 부분은 지역 이벤트 보상과 관련된 문제 그리고 무기별 불균형 문제 이 두 가지를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을 하고 있고요.”

이날 방송에 출연한 엔씨 개발진은 ▲대규모 전투 최적화 방안 ▲어뷰징(abusing) 이용자 대응 ▲코스튬(costume) 추가 ▲신규 던전 콘텐츠 개발 계획 등 실시간 채팅에서 확인되는 다양한 이용자 의견과 질문에 답했다. 최문영 캡틴은 “미숙한 운영으로 이용자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며 “매번 방송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씀만 드렸던 것 같다. 즐거운 주제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방송을 마무리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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