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의 IoT 장비가 캄보디아의 우버를 만든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흔한 교통 수단으로 ‘툭툭’이란 게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생긴 녀석이죠. 삼륜 오토바이인데, 우리로 치면 택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전기 삼륜 툭툭을 개발하고 있는 한국인 창업자가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툭툭에 특별한 장치를 하나 달기로 했습니다. 차량의 속도나 배터리, GPS와 운전자 정보 같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무선으로 클라우드에 그 정보를 올려주고, 명령을 받아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그런 스마트 IoT 기기를 달기로 한 것이죠. 왜 이런 정보가 필요했을까요? 차량의 데이터를 모아서, 툭툭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캄보디아에서 타다나 우버와 같은, 그런 서비스를 선보인 겁니다.

툭툭을 만드는 이 회사가 IoT 장비를 직접 만들긴 어렵겠죠. 한국에서, 200대의 IoT 무선 장비가 캄보디아로 수출됐습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은 툭툭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바로 이 IoT 무선 장비를 만드는 ‘컨포트랩’이라는 회사입니다. 티맥스 출신의 김기중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곳입니다. 컨포트랩의 장비는 전기 툭툭의 배터리를 교체하는 스테이션에도 설치됐습니다. 600개의 배터리를 한 번에 충전하는 대규모 스테이션인데요, 각각의 배터리가 어떻게 충전되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해서 송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컨포트랩이 꾸려 공급한 것이죠.

컨포트랩은 교통은 물론이고 공장이나 농장, 물류센터, 학교 같은 곳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 IoT 장비를 개발해 공급합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흥미로운 이야기 같진 않습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독자님들이라면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농장을 만들기 위한 IoT 장비 만드는 회사를 이미 여럿 알고 계실 테니까요.

하지만 이 회사의 문제제기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왜냐면, “스마트팩토리 좋은 거 누가 모르냐? 그게 다 비싸니까 전체의 90%에 달하는 영세 공장에선 IoT 장비를 못 쓰지”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거든요. 캄보디아에서 툭툭 한 대가 대략 400만원 가량 하는데, 500만원 짜리 장비를 쉽게 달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이거 좀 공감갑니다. 세상이 모두 디지털화 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사실은 아직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곳들이 많으니까요. 작은 물건 하나 살 때도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데, 사실 얼마 제대로 쓰지도 못할 것 같은 장비를 세팅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것은 규모가 작은 공장, 농장, 학교, 물류센터 등에선 선뜻 하기 어려운 결정이거든요.

열쇠는 어떻게 싸게, 그리고 별다른 노력 없이 이런 시스템을 쓸 수 있게 만드느냐겠죠. 그 해결책이 있다고 창업한 김기중 컨포트랩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세상의 많은 공장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게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그에게, 조금 더 쉽게 방법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기서 컨포트랩의 기술이 들어간 또 다른 레퍼런스 하나를 보겠습니다. 이번엔 공장주와 임대사용자를 이어주는 앱 서비스 ‘공장장’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리얼라이저블입니다. 세상엔 커다란 공장만 있는 게 아니라 큰 공장의 일부 빈 호실을 빌려서 운영하는 작은 공장들이 많습니다. 마치 오피스텔을 임대하듯 말이죠.

같은 건물에 있어도 임대사용자가 다 다르니 각자 전기와 수도, 가스 요금을 따로 내야겠죠. 영세 공장들은 진짜로 자기가 쓴 만큼만 비용을 내고 싶을 겁니다. 마치 아파트 관리비가 각 가정이 쓴 전기와 수도, 가스 요금을 집계해 청구되듯이요. 공장장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러려면 각 호실에서 얼마만큼의 전기와 가스를 쓰고 있는지 집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기요금이 뭐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물으신다면, 공장마다 다르겠지만 예컨대 작은 규모의 절삭가공 업체도 한 달에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전기요금이 든다고 하니 돈 내는 사람 입장에선 예민할 수 밖에 없는 문제죠.

김기중 대표는 “공장에서 얼마나 전기를 쓰는지, 한전에서 달아 놓은 여러 계량기를 바탕으로 대충 전기요금을 나눠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기술로 실시간 전기 사용량을 수집해 공장장 서비스에 연결해 요금을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짚어봐야 할 문제는, 대체 어떤 장비로 정보를 수집하느냐는 건데요. 아래 사진을 봐주세요. 박스의 왼쪽 상단에 ‘PORTA CON(포타 콘)’이라 쓰인 네모난 박스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IIoT 프로그래머블 게이트웨이인데요. 말이 어려워서 그런데, 여러 센서나 장치와 연결해서 데이터를 시스템에 맞게 추출, 가공해서 서버에 전송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공장의 계량 시스템에 저 포타콘을 달아서, 전기를 얼마나 썼는지 그 정확한 숫자를 전달하는 거죠. 전기요금 똑바로 계산하라고요.

“적절한 가격에 적정 기술이 들어간 스마트 솔루션이 필요한 상황”

김기중 대표의 말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장은 크고 작음과 상관 없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려면 프로그래머블 로직 콘트롤러(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PLC)라는 비싼 장비를 썼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공장은 그냥 전기사용량 정도만 체크하면 되는데, 굳이 비싼 장비를 쓸 필요 없겠죠. 조건은 그겁니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쓰는데 드는 돈이 그간 초과해서 내왔던 전기요금보다 쌀 것”. 그러니 각 공간에서 원하는 정도의 센서만 단 포타콘을 만들어 공급하면 영세한 공장이라도 일단은 부담 없이 솔루션을 채택할 수 있겠죠.

컴포넌트가 비싼 것 외에도 그간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 비쌌던 이유는 더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보통 산업용 디지털 시스템은 현장의 정보를 수집하는 시스템, 이 정보를 처리하는 디지털 플랫폼, 운용 서비스라는 세 부분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장비를 구성하는 각각의 컴포넌트도 비싸지만, 이 솔루션을 엔지니어링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는 거죠. 그래서 대체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수, 운영해주는 SI 업체를 고용하게 됩니다. 만약 제가 전기요금 정도를 똑바로 계산하고 싶은 공장주라면, 이런 시스템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되겠네요.

비용을 줄이려면, 각 공장의 수요에 맞춘 부품으로 가격을 낮춘 IoT 장비와, 굳이 SI 업체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코딩 없이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손 볼 수 있는 노코드 방식의 서비스를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이미 스마트팩토리와 관련한 시스템을 설치했다면, 굳이 그걸 철수할 필요 없이 함께 연동해 쓸 수 있도록 지원도 해야 하고요.

그런 기능을 위해서 컨포트랩은 ‘PORTA STUDIO(포타 스튜디오)’란 걸 만들었다고 합니다. 포타콘 안에는 여러 센서가 있는데요, 이런 센서가 어떤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야 할지를 포타 스튜디오를 통해서 노코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포타콘에 온도 센서를 넣어서는 온도가 얼마 올라가면 알려달라, 혹은 습도를 체크하는 센서를 넣어서 습도가 몇 퍼센트 이상 떨어지면 말해달라 이런 명령을 소프트웨어로 내리게 하는 건데요. 덧붙여, 디지털 서비스와 현장 간 연결을 지원하는 ‘PORTA LINK(포타 링크)’라는 것을 제공합니다. 이 서비스들을 모두 묶어서 포타 솔루션이라고 부르더군요.

쉽게 쓰도록 하는 게 왜 중요하냐면,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져다놓아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 마침 저희 집에, 사다놓고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운동기구가 보이네요? 바로 그런 것이죠. 김 대표는 “정부 주도로 진행한 스마트 공장 사업 중에서는 1~2년 지나면 유지보수가 안 돼서 실제로 공장에서 사용도 못하고 철거도 못하는 폐품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컨포트랩은 이 기술로 내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쇼 ‘CES 2024’에서 혁신상도 받습니다. 회사의 이력이 짧은 것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좋은 성적을 낸 겁니다. 산업 자동화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는 많지만, 여기에 IoT를 연동해 쓰기 쉬운 토털 솔루션을 만드는 업체는 흔치 않다는 것에서 평가를 받았다고 김 대표는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흔히 ‘시스템 소프트웨어 불모지’라고도 불립니다. 산업용 IoT 시장에서도 기반기술이 약한 편이고요. 시장에서 잘 나가는 제품을 보면 외산이 많죠. 김 대표는 저렴하고 쓰기 쉬운 솔루션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면, 이런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리얼라이저블과 함께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전체 제조 공장의 96%가 영세 공장”이라면서 “이러한 곳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솔루션과 기능을 찾아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앞으로는 컨설팅과 더불어 IoT 시스템 교육 사업 진행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를 밝혔는데요. 아까 말했듯, 현장의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산업 현장에서 진짜로 일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인력을 키워보고 싶다”는 이유죠. 이 일을 맡아서 해줄 전문 인력이 많이 공급되어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 보는 거죠.

바라보는 무대는 국내로 한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미 캄보디아에 제품을 수출했듯, 디지털 전환 욕구가 높은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하니, 이 회사가 어디까지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업데이트

  • 2024년 2월 15일: 컨포트랩-에스에프원, 산업 현장의 디지털 혁신 및 유지보수 일원화를 위한 업무 협약 체결

컨포트랩의 주요 제품인 포타 솔루션과 에스에프원의 팩토리닥터는 각각 산업 현장에서의 효율적인 디지털 전환과 유지보수의 최적화를 위해 개발된 솔루션으로 이번 업무 협약은 양사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 현장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고, 유지보수 작업을 일원화하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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