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로코 10주년, 잘 된 이유 있었네’ 상장보단 비즈니스 집중
달변이자 다변이다. 안익진 몰로코(Moloco) 대표 얘기다. 7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 몰로코 창립 10주년을 돌아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는 봇물 터진 듯 얘기를 쏟아냈다. 말을 아끼는 모습은 없었다. 그는 최근 보강한 새 임원진을 소개하면서 사실상 간담회 진행까지 했다. 회사 소개에 자랑을 더하고 디테일까지 챙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몰로코가 잘 된 이유가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몰로코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수익 창출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요 솔루션으로 ▲‘몰로코 클라우드 DSP’(수익 창출에 최적화된 광고 캠페인 집행 지원) ▲‘몰로코 리테일 미디어 플랫폼’(커머스 플랫폼과 마켓 플레이스가 자체적인 퍼포먼스 광고 사업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 ▲‘몰로코 수익화 솔루션’(스트리밍 및 OTT 플랫폼을 위한 머신러닝 기반 수익화 플랫폼)이 있다.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 창업해 현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 중에서도 선두권에 꼽힐 만큼 성장했다. 2021년 몰로코 시리즈C 평가액은 15억달러(1조9800억원)이었으며, 올해 초 2차 주식 공모를 통해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 & Research Company)와 싱가포르 글로벌 투자자 EDBI 등을 신규 투자로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평가된 몰로코 기업가치는 20억달러(2조6400억원)로, 2021년 평가액보다 40%이상 증가한 수치다.
“머신러닝을 통해 모든 규모의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시작한 몰로코가 어느덧 애드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업계 리더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창업 이례 1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기업가치 20억달러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몰로코 비전을 꾸준히 실천해 온 몰로코 임직원들의 결실입니다. 현재 몰로코 직원 수는 500명이 넘으며, 이는 작년보다 2배 증가한 숫자로 2024년도를 직원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직장의 모범이 되기 위한 이니셔티브 실행의 원년으로 삼겠습니다.”(안익진 대표)
회사는 당분간 비즈니스에 집중하면서 나스닥 상장 시기를 조율한다. 급변하는 시장을 고려하면 내년 상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 봤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 있으며 미국, 영국,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에 13개의 오피스를 두고 있다.
“몰로코의 주요 전략 시장인 서울 오피스를 비롯해 전 세계 13개 오피스를 통해 세계적인 인재를 배양,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만들어 가겠습니다.”(제이 트리니다드 사업 총괄)
“앞으로도 고급 머신러닝과 기업 보유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고객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할 것이며 한국이 글로벌 혁신 허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안재균 한국 지사장)
머신러닝 훈풍 탔다
안 대표는 머신러닝이 주목받기 전부터 사내에서 솔루션을 준비했고, 알파고 등 외부 이벤트로 기술 자체에 이목이 쏠리면서 비즈니스 임팩트 기회가 생겼다고 소회했다.
“저희가 10주년이 되었고요. 2013년엔 머신러닝이라는 AI 개념 자체가 굉장히 생소했던 것 같아요. 특히 ‘광고를 AI로 한다’ ‘머신러닝으로 한다’ 자체가 굉장히 생소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게 저희가 이제 처음으로 마케팅(솔루션을) 출시했습니다. 2016년과 17년에 알파고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때 한번 좀 도움을 많이 받게 됐는데 올해는 특히 저희가 한 번 더 도약하는 그런 준비들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2023년이 너무나 머신러닝 AI가 뜨거운 한 해가 됐죠. 회사로서는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한 단계 좀 인더스트리가 발전한 모습들을 보이면서 희망찬 한 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정말 노력해 주신 저희 팀원분들, 저희를 또 이렇게 응원해 주신 여러 대외에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는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계속 R&D(연구개발)로 보냈었고, 그 다음 2018년을 전후로 해서 실제 비즈니스를 급속히 성장시켰습니다. 2018년까지 많은 R&D 투자와 실험을 반복했고, 그해 처음으로 딥러닝 모델을 냈습니다. 요즘엔 딥러닝을 넘어 AI 시대가 되고 있죠. 딥러닝이 나오면서 저희 비즈니스가 급속도도 성장했고, 머신러닝이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큰 임팩트를 볼 수 있는지 저희 비즈니스 자체를 통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5000억건↑ 인프라 역량 자신
몰로코는 하루 5000억건 이상 실시간 광고 입찰(비딩)을 받아 전 세계 280만개 이상 앱에 산재한 적재적소의 지면(인벤토리)에 맞춤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대략 초당으로 환산하면 800만건의 딥러닝 프리딕션(예측)을 처리하는 스케일입니다. (건당) 0.02초 안에 처리하는 시스템을 운용 중입니다. 이런 정도의 인프라스트럭처를 운용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굉장히 손에 꼽는 정도입니다. 저희가 톱 순위에 속하고요. 단순히 스케일뿐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저희가 최신 하드웨어 기술인 TPU(텐서프로세유닛, AI특화칩) 등을 사용해서 더 고도화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계속 3년째 회사가 흑자로 굉장히 건실하게 운영 중인데 사실 그런 것들이 단순하게 달성되는 게 아니라 이런 머신러닝 애플리케이션들을 굉장히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더 투자하고 운영을 할 수 있는 거죠. 저희가 볼 때는 글로벌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독보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범용 엔진 기술 자신’ 광고주가 반응했다
올해 몰로코 광고 솔루션을 이용한 기업 수는 전년 대비 500% 증가했다. 이는 한 분야에 특화한 엔진이 아니라 범용(유니버설) 엔진을 만들어 고도화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초반 5년을 머신러닝 R&D에 투자하면서 굉장히 유니버설한 머신러닝 엔진을 만들어 게임이든 이커머스든 어떤 버티컬이든 그게 한국이든 미국이든 다 통할 수 있는 유니버설한 고도화한 머신러닝 엔진을 만들자가 저희 초반 5년의 목표였습니다. 챗GPT가 나오면서 굉장히 제너럴하게(일반적인) 어떤 리퀘스트를 해도 하나의 엔진이 다처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광고 엔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커머스형 광고를 만들 수도 있고 게임 광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가 있었고요. 제너럴한 모든 버티컬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는 엔진을 만드는 회사는 구글 페이스북밖에 없었습니다. 아마존은 커머스형 광고 플랫폼이고요. 저희는 굉장히 유니버설한 고도화한 엔진을 만드는 게 목표였고, 고객사들이 이렇게 많이 온보딩할 수 있는 엔진으로 성능을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상장 쉽지 않아”
“지금 너무나 시장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운이 좋게도 고를 수 있습니다. 저희가 흑자가 아니라면 쉽게 말해서 돈 떨어지면 IPO로 가야 되는 건데요. 저희는 당연히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팀원과 주주들에게 가장 좋은 시점을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라던지 저희 주주인 피델리티가 다양한 마켓 서베이 업데이트를 공유해 주십니다. 안타깝게도 내년에도 시장이 그렇게 좋을 것 같지는 않고요.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몰로코의 수익화 솔루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효율적 성장을 하고 수익화하는 게 시장에서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당분간 좀 비즈니스 포커스 하고 싶다 그렇게 이해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