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왜 알뜰폰을 하려고 할까

이제는 은행이 금융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빅테크, 핀테크가 금융에 침투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은행도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통신업, 배달앱, 중고차 거래,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통신업은 여러 은행에서 관심을 보이는 영역 중 하나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만, 현행 법에 따라 금융사는 알뜰폰을 부수업무로 할 수 없어, 금융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되어야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현재 금융 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된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를 자행 금융상품과 접목했다. 특정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을 위한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 할인을 해준다. 국민은행은 이러한 저가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그 결과 알뜰폰 가입자 수가 4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를 위해 관련 조직을 꾸리고 컨설팅 회사로부터 사업 계획 등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은행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우리은행이 알뜰폰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관련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서비스 부수업무 지정 확정 시 금융 플랫폼을 통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직접 알뜰폰 서비스를 하거나 검토하려는 방향이 아닌 제휴를 통해 간접 진출한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올 3월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인 고고팩토리와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이 간접진출을 한 것은 위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의 경우 저가 전략으로 인해 기존 알뜰폰 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하나은행은 “사업 기획단계부터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해 직접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접 진출이든 간접 진출이든, 금융사들이 알뜰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은행에게 알뜰폰은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은행만 하더라도 알뜰폰 사업이 아직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통신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고객에게 있다. 은행들은 고객을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일단 고객들이 계좌를 만들기만 하면 통신요금 납부, 금융거래 등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의 경우 가입 요건으로 국민은행의 입출금 예금계좌, 신용카드를 보유해야 한다. 즉,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계좌 보유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알뜰폰 고객의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은행이 잡고 싶어하는 미래 고객이다. 알뜰폰 가입자 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2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70%가 2030세대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은행은 알뜰폰이라는 사업을 매개로 예금, 대출을 할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금융과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이라며 “은행의 부수업무로 알뜰폰 지정을 받으면 직접 진출하는 은행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권의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금융위원회는 금융사가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로 했다. 지난 4월, 금융위는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했다. 은행법에 따라 은행이 부수업무로서 통신 요금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한 것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알뜰폰 부수업무 신고 준비를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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