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공정위, 도대체 어쩌란 것일까
엄마 말을 들으면 아빠한테 혼나고, 아빠 말을 들으면 엄마 말을 혼나는 아이가 있다면 제대로 자랄 수 있을까? 뭔 말 같지도 않은 질문이냐고 하겠지만, 우리나라 정부 내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이상한 엄마와 아빠다.
현재 공정위는 통신3사(SKT, KT, LGU+)의 불공정 담합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통신사가 단말기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에 대해 담합혐의가 있다고 본다. 담합으로 결론이 내려지면 시정명령과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의심하는 그 행위가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을 따른 일이라는 점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는 유통점이 소비자에게 단말기 지원금으로 공시지원금과 함께 공시지원금의 15% 범위 내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15%를 초과하는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는 이른 바 ‘성지’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방통위는 추가 판매 장려금이 30만원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30만원을 초과하면 불법 지원금이 된다. 공정위는 이 30만원 제한이 담합이라고 조사하는 것이다.
조사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가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당초 연내에 이 사안에 대해 답을 내리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는 12월이다. 지난 4월 현장조사를 마치고 이후 계속 진술조사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3사가 비밀리에 담합을 한 것도 아니고 방통위 가이드라인데 따라 함께 움직인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조사하기에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대통령의 입에서 시작돼 공정위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초 “통신 이권 카르텔”을 질타한 바 있다. 대통령이 통신산업을 이권 카르텔로 지적했으니 공정위는 뭐라도 담합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을 담합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에 대해 공정위의 고심이 깊어진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방통위의 태도도 문제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산업을 관장하는 주무부처다.
자신들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업활동이 공정위의 칼날 앞에 있는데, 방통위는 이를 조율해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별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최근 방통위는 통신보다 방송분야에만 매달린 모습이다. 얼마전 퇴임하긴 했지만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YTN 연합뉴스TV 매각 등 방송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새로 내정된 방통위원장 후보 역시 검찰 출신으로 통신에는 전혀 문외한이어서 업계는 우려가 크다.
기업인에게 가장 싫어하는 것 하나를 고르라면 누구나 불명확성을 꼽는다. 차라리 공정위가 빠르게 결정을 내리면 그것이 과징금과 시정조치라고 할지라도 불명확성이 사라져 긍정적이다. 정해진 룰에 따라 다시 비즈니스를 펼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공정위처럼 결론을 내리지 않고 시간만 끌면 기업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비즈니스 기회만 놓치게 된다.
공정위를 경제검찰이라고 부른다. 결국 공정위도 경제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공정위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업이 안고 있는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일일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