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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트위치 한국 철수가 시사하는 것

트위치가 한국을 떠난다. 망 비용이 너무 비싸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것이 이유다.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블로그에서 “현재 한국에서 트위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다”며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계 서비스 하나가 한국에서 장사를 잘 못해서 떠난다는 소식이 뭐 그렇게 중요한 뉴스일까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트위치의 한국 탈출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망 비용, 얼마나 비싸길래

클랜시 CEO는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망 사용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진행한 트위치 라이브 방송에서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단호히 “망 비용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대체 한국의 망 비용이 얼마나 비싸길래 글로벌 기업 트위치가 도망가는 것일까? 망 비용은 기업의 비밀 계약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정확한 수치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의 망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 업체인 클라우드플레이어가 2021년 11월 발표한 ‘세계적인 상호접속사례와 한국의 망이용료 담론’이라는 리포트를 보면 한국이 망 비용이 유럽 미국 일본 인도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비싸다. CDN 업체는 세계 곳곳의 ISP와 계약을 맺어야 때문에 망 비용을 가장 정확히 비교할 수 있는 회사다.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한국의 망 비용은 유럽, 미국, 일본, 인도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싸다. (출처 : 클라우드플레어)

이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망 비용은 6년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금을 회수하면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망 비용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 일반론이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한국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트래픽이 많은 유일한  주요 경제국이다. 국내 망비용이 비싸다보니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는 해외 기업과 해외에 서버를 두는 국내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한국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속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가 지난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1Mbps 당 망 비용으로 3달러77센트를 내야 한다. 이는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다. 서울에 서버를 놓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미국이나 유럽보다 4배에서 8배 많은 접속료를 내야한다는 이야기다.

망 비용 비싼 게 왜 문제인가

트위치가 한국 통신사에 망 비용을 얼마나 내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대신증권의 아프리카TV 투자 리포트(2022년 10월)에 따르면, 트위치는 망 비용으로 당시 500억원을 냈고 향후 900억원의 비용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150억원 정도의 망 비용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700억원 정도 망 비용을 지출한다고 전해진다.

아프리카TV의 망 비용이 트위치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것은 P2P (또는 그리드 컴퓨팅) 기술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는 이용자의 컴퓨터 자원을 이용해서 콘텐츠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아프리카TV에서 고화질 영상을 보려면 ‘고화질 스트리머’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P2P 콘텐츠 전송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내 컴퓨터에서 아프리카TV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다른 이들에게 콘텐츠를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끼리 콘텐츠를 전송하고 전송받다보니 아프리카TV 서버에서 보내는 트래픽이 줄어들고, 이는 아프리카TV 망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네이버 역시 고화질 생중계 서비스에 P2P 콘텐츠 전송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아프리카TV의 경우 P2P 기술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망 비용으로 연간 900억원이 넘게 든다. 이는 아프리카TV 영업이익보다 많은 금액이다.

P2P 콘텐츠 전송 기술이 지금은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지만 과거에는 많은 비난을 받았다. CP 업체가 이용자의 컴퓨터를 자신의 필요성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는 이용자의 컴퓨팅 자원을 훔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판도라TV와 같은 초기 동영상 서비스는 충분한 설명없이 P2P 기술을 이용했다가 이용자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는 P2P 콘텐츠 전송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다. 유튜브 서버에서 직접 서비스 하거나, 각 통신사 네트워크 내에서 캐시 서버를 운영한다. 이 때문에 유튜브를 웹에서 시청할 때 이용자는 아무런 프로그램도 설치하지 않는다.  P2P 전송 기술을 이용하는 국내 기업은 유튜브에 비해 더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트위치도 국내에서 P2P 전송기술을 도입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P2P 기술을 활용해온 국내 서비스에 비해 갑자기 한국에서만 P2P를 도입하려한 트위치의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 비용은 국내 영상 서비스의 화질 향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유튜브는 4K 화질의 동영상 제공하지만 국내 영상 서비스는 4K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OTT 스타트업 왓챠 박태훈 대표는 과거 한 토론회에서 “한국에서 4K 콘텐츠를 빵빵 틀 수 있는 사업자는 딱 정해져 있다”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통신사업자 서비스(웨이브 등) 뿐”이라고 말했다.

비싼 망 비용은 국내 기업이 쉽게 해외에 고화질 영상을 서비스할 수 없는 이유도 된다. 해외 이용자는 동영상을 보기 위해 컴퓨터에 무언가 설치해야 하는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P2P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국내 서버에서 해외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 트래픽이 터지면, 망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늘어난다.

특히 문제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과도한 망 비용 아래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영상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만약 온라인으로 VR/AR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가 국내에서 창업해 인기를 끈다면, 망 비용 폭탄을 맞게 된다.

전기요금이 10배 비싼 나라에서 제조업이 발전할 수 없는 것처럼 망 비용이 10배 비싼 나라에서 인터넷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신사에 협상력이 강한 유튜브는 매우 저렴하게 캐시서버를 운영하고, 협상력이 약한 국내 스타트업은 10배 비싼 망 비용을 내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이 발전하길 바라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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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비슷하게…
    예전에는 “통신사 계열사”들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죠.
    지금은 그게 음악 스트리밍에서 영상 스트리밍으로 넘어갔을뿐, 크게 달라진건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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