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50만원도 못 벌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버닝비버’의 존재 이유
“텀블벅 펀딩으로 130만원 넘게 받았고, 실제 게임 매출로는 50만원도 못 벌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했습니다. 하고 싶은 거 하려고요.(웃음)”(‘플로리스 다크니스’ 개발사 올드다이스 박재형 대표)
1일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스마일게이트가 주최한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 2023’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말그대로 인디게임 축제다. 전년 행사보다 규모가 커지고 더 화려해진 것이 눈에 띈다. 지스타와 같은 어엿한 게임쇼 느낌이다.
<참고기사: 이런 인디게임쇼 있었나요? ‘버닝비버 2022’ 호평 일색>
배고픈 인디게임이라고 하나, 박재형 대표에게 실상을 듣고 보니 버닝비버와 같은 대외에 게임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더욱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운영 중인 인디게임 게임 포털 ‘스토브 스토어’를 한국판 스팀(STEAM)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국내 인디게임의 글로벌 진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디 이 목표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버닝비버 현장에서 만난 박 대표는 “50만원도 못 벌었다”는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2023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굿게임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지난 7월 선보였다. 이 정도면 인지도가 있으리라 여겼으나 기자의 오산이었다. 인디게임의 현실은 혹독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같은 플레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게임이다. 눈을 가리거나 감고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리만 듣고 미로를 탈출해야 한다. 직접 플레이해보니, 너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시각장애인의 현실을 되새길 수 있는 게임이다. 지난 오프라인 행사에선 100명이 이상이 도전한 가운데 3명이 탈출에 성공했다.
퍼즐게임 ‘고스티드(ghosted)’를 내놓은 스튜디오 안과 어드벤처 게임 ‘편집장(THE EDITOR)’을 내놓은 데카트리게임즈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매출이 얼마 되지 않는다”, “게임을 출시했지만 주변에선 모른다”, “게임을 알리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스마일게이트가 마련한 버닝비버와 같은 자리 마련에 감사함을 표했다. 올드다이스 등 세 곳 회사 대표 모두 인디게임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유로 “하고 싶은 게임을 하려고”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데카트리게임즈의 이도현 대표는 ‘신문편집’이라는 소재로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 메이저 게임사에선 시도하지 않는 다소 특이한 소재다. 이 같은 소재를 택해 게임을 만든 이유로는 역시 “하고 싶어서”였다. 이용자는 편집장 게임 내에서 보도 사진을 선택하고 기사 제목을 얼마나 자극적으로 할지 등 지면을 구성할 수 있다. 황색 저널리즘을 계속 고수했다간 해고당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변수를 마련했다. 12월 한달 간 패키지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인디게임 현주소를 접할 수 있는 버닝비버 2023은 오는 3일까지 열린다. 온라인 전시도 있다. 오는 10일까지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의 후원으로 마련된 ‘버닝비버 온라인 전시관’에서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료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90개의 인디게임 체험 부스, 인플루언서 무대 이벤트, 기획전시, 굿즈 스토어 등 인디게임 관련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올해 페스티벌은 전시와 동선 자체를 하나의 게임으로 즐길 수 있게 ‘비버월드로의 모험’이라는 세계관을 전시에 도입한 것이 주목할 만하다. 관람객은 현장에서 퀘스트(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모험을 수행하고 전용 재화를 획득해 굿즈 아이템으로 교환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전시에 몰입할 수 있다.
올해 참여팀의 전시작 중 10개 작품의 프로토타입(시범제작물)을 체험해보고 초기 개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ver 0.0.1’ 기획 전시가 행사 기간 상시 진행된다. 인플루언서들과 함께하는 게임 시연회, 사인회, 토크쇼 등 다양한 무대 이벤트도 행사 기간 동안 매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오는 2일에 ‘실시간 인디게임 배틀 with 여까’와 ‘케인과 함께하는 게임 리뷰 맛집’ 이벤트가 진행된다. 마지막인 3일에는 남도형 성우의 토크쇼가 열린다.
행사 기간, 일반 관람이 종료된 저녁 시간에는 ‘비버들의 밤’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버닝비버에 참가한 창작자들이 만찬과 함께 서로의 전시작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3일 오후 5시에 개최하는 ‘비버피처드 2.0’에서 창작자들이 응원하고 싶은 게임을 선정해 상을 수여한다.
버닝비버 2023 오프라인 티켓은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 가능하며, 전시 현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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