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그리고 토스뱅크의 고민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44%까지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분기 말 기준 34.36%인 가운데,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약 10%를 더 올려야 한다. 관련 업계에선 토스뱅크가 당국에 제출한 목표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다른 인터넷은행은 토스뱅크보다 목표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목표치가 토스뱅크보다 낮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올 3분기 기준으로 28.7%다. 목표치인 30%에 이미 근접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목표치가 32%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7.4%다. 올해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치와 차이가 좀 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다만,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토스뱅크에게 이런 고민이 더 큰 것은 중저신용자 목표치가 타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많게는 14%가 차이난다.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토스뱅크는 왜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중저신용자 목표치 비중이 가장 높고, 왜 도달하지 못한 것일까.
다른 인터넷은행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토스뱅크는 양날의 검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중저신용자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의무와 동시에 건전성과 연체율을 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특히 토스뱅크에게 이런 고민이 더 큰 것은 중저신용자 목표치가 타 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많게는 14%가 차이난다.
토스뱅크가 인터넷은행 3사 중에서 가장 높은 목표치를 갖게 된 배경은 출범 시기에 있다.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가를 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다. 지난 2019년 12월 금융위원회는 토스뱅크의 은행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당시 당국이 토스뱅크에 예비인가를 내준 것은 혁신성, 포용성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가진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더 많은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내포됐다. 게다가 당시 영업 중이었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와 달리 중저신용자 포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결과적으로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에서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포용 목표치를 안게 됐다.
인터넷은행 3사 중에서 토스뱅크의 목표치 미달성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토스뱅크가 받게 되는 불이익은 무엇일까. 지난 2021년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목표치 계획을 공개하면서 미 이행 시 신사업이나 인허가 등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 서비스와 상품 개발 시도가 잦은 인터넷은행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인 점은 금융당국이 토스뱅크의 중저신용자 목표치 미달성과 관련해 따가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당국에서도 토스뱅크가 3사 중에서 가장 목표치가 높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출범 후 1금융권 은행 중 가장 높은 중저신용자 포용 비중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과 논의해 내년도 중저신용자 목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세 인터넷은행의 의견을 취합 중이며 이번 달 중으로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관건은 세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목표치가 이번처럼 다를지, 혹은 동일한 목표치를 세울지다. 일각에선 세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비중이 다른 점과 관련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당국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