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착한 관종? 가자지구에 ‘스타링크’ 쏘는 일론 머스크의 속내

기행을 일삼던 그가 이제는 ‘착한 관종’이 되기로 결심한 것일까. 일론 머스크가 전쟁의 중심에 선 가자지구에 네트워크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터넷이 끊긴 지역에 자신이 세운 회사의 기술 지원을 약속한 건데, 정말 선의일지 또는 자신의 우주사업을 자랑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기행일지 지켜볼 시점이다.

세계의 시선을 자신에게…

로이터통신(Reuters)과 CNN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주 가자지구에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이 다시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공습하며 해당 지역은 전쟁의 중심에 선 상황.

특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지하 통신선을 끊어 네트워크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 모두 먹통으로 만들어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였다.

여기서 머스크가 등판했다. 지난달 29일 이같은 통신 단절 조치가 비인도적 성격이라는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의 X(옛 트위터) 게시글에 머스크는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구호단체와 함께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고 답을 남겼다. 해당 지역에 인터넷을 무료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계획은 세계적인 화제가 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이후 ‘#starlinkforgaza(가자지구를 위한 스타링크)’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수백만건 이상 유통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링크 스탠다드형 안테나의 모습. 마당이나 옥상 등에 세워 설치하는 형태다.(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캡처)

그래서 스타링크가 뭔데?

스타링크는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만든 통신 위성 서비스다. 3년 전 처음 위성을 발사한 뒤 5000개가 넘는 스타링크 위성이 우주에 떠 있다. 고도 550km 이하의 저궤도에 위성을 띄워 사각지대 없이 인터넷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스타링크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는 3만5000km 이상 고도에 띄운 위성을 통하기 때문에 데이터 통신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스타링크는 낮은 고도에서 위성이 돌면서 600밀리초(ms)에 달하는 기존의 지연 시간보다 훨씬 짧은 25ms의 지연 시간만 보인다는 설명이다.

위성 자체도 다르다. 스페이스X가 자체 제작한 ‘팰컨(Falcon)’ 로켓 등을 통해 띄운 스타링크 위성은 부피를 최소화한 설계와 함께 자율 충돌 방지 기능이 적용됐다. 특히 광학 우주 레이저(Optical Space Lasers) 기술을 통해 지상의 별도 기지국 없이도 장비만 간단하게 설치하면 통신을 제공 받을 수 있다.

가로세로 각각 50cm 정도에 불과한 안테나가 스타링크 위성으로부터 광학 레이저를 받고, 이 안테나와 연결된 라우터에 접속하면 바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통신사 기반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유료인 스타링크는 지난해 기준 60여개 국가에서 활성화 돼 있다. 아시아에서도 이미 일본과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스타링크가 상륙했다.

스타링크는 내년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캡처)

머스크의 속내는

다만 머스크의 이번 스타링크 제공 결정을 단순한 인도적 차원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시선이 있다. 테슬라부터 시작해 스타링크, X까지 여러개의 대형 IT 기업을 굴리는 머스크가 그저 착한 일만을 위해 이번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머스크의 행동에서 숨겨진 의도를 유추해볼 수 있는데, 머스크는 가자지구에 스타링크 지원 의사를 밝힌 이후인 지난 2일 X를 통해 “스타링크가 손익분기점 현금 흐름에 도달했다”며 “훌륭한 팀의 탁월한 성과”라고 알렸다. 머스크는 또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의 과반이 스타링크이며 내년까지는 누적 기준으로도 발사 위성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고 전했다.

자신의 회사를 알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가자지구 지원으로 화제가 된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원 계획으로 시선을 모은 뒤 서비스 자랑을 또 한 번 날린 모양새다.

사실 스타링크 지원 계획은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미 띄워 놓은 위성으로 신호를 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받기 위한 접시 안테나가 설치돼야 한다. 이용료를 받지 않고 당장 내일부터 스타링크 전파를 쏘더라도 전쟁터 한복판에 바로 안테나를 가져다 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 스타링크는 당초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링크 매출은 14억달러(한화 약 1조86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지만 머스크의 목표치에는 못 미쳤다. 머스크는 서비스가 나오기 이전인 2015년경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스타링크가 2022년 120억달러의 매출과 70억달러의 이익을 낼 걸로 전망했었다.

머스크는 이번 스타링크 지원 계획으로 다시금 세계의 눈을 자신에게 가져왔다. 화마에 휩싸인 곳에 네트워크를 제공한다는 명분과 기술의 우수성 알림 등 긍정적인 요소가 여러 개다. 이번 머스크의 관종짓(?)은 실리도 함께 가져다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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