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계정 판치는 데 삭제 ‘요청’만으로 해결이 될까…“문제는 법이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유명인 사칭 계정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 가운데 유관기관들이 대책을 내놓았지만 약한 권한 탓에 실효성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인, 정치인으로 속인 가짜 계정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플랫폼 운영사에 삭제를 권고하는 정도에 그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늘어가는 유명인 사칭 광고 대응책을 내놨다. 개인정보 노출이나 불법 정보 유통 여부 등이 확인되면 해당 사업자에게 계정 삭제를 요청하는 게 골자다.

방송인 송은이씨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탤런트 이영애씨, 가수 엄정화씨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유명인들이 사칭 계정의 표적이 됐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이나 불법 행위를 유도하는 계정으로 확인돼 삭제·차단된 SNS 불법 게시물은 2020년 12만건, 2021년 13만2000건, 2022년 15만3000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

특히 사칭 계정이 문제가 되는 건 진짜 유명인인 것으로 믿었다가 발생하는 피해가 빈번해서다. 최근 수법을 살펴보면 이들 가짜 계정은 주로 도서 증정 이벤트나 투자 리딩방 참여를 유도하는데, 자칫 믿고 참여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주가조작 같은 불법 행위에까지 휘말릴 수 있다. 도용된 유명인들 입장에서도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

개인정보위가 대놓은 대책은 삭제 및 차단 ‘요청’ 카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34조 2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공중에 노출된 개인정보에 대해 보호위원회 또는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전문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정보처리자가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와 같은 SNS 운영사다. 주무기관은 개인정보위,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전문기관은 KISA다. 개인정보위가 KISA와 함께 삭제·차단을 요청한 것도 이 법령을 바탕으로 했다.

쟁점은 법령에 담긴 ‘~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문구다.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들은 개인정보위와 KISA가 요청하면 삭제·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에 대한 징벌 규정이 없는 것은 한계다.

지난달 19일 개인정보위 대상 국정감사에 나온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도 약한 권한에 따른 고충을 토로했다. 고학수 위원장은 유명인 사칭 계정에 대한 대응책과 관련해 “저희 법상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한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은 입법으로 잡아야 할 문제란 얘기다. 국회도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발의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는 ‘다른 사람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그 사람의 성명·명칭·사진·영상 또는 신분 등을 자신의 것으로 사칭하는 행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러한 사칭의 죄를 범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의 가짜 계정 범람 사태에 들어맞는 법이다. 삭제와 함께 강한 처벌을 법으로 규정해 사전 예방 효과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 이후 계속 국회에 계류중인 상태다. 그 사이 가짜 계정에 따른 피해 사례가 계속 보고되며 혼란 가중되고 있다.

국회 문턱을 쉬이 넘지 못하는 이유는  2021년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속기록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과도한 입법이라는 우려가 제시됐었고 이후 개정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당시 김현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은 “사칭으로 인한 명예나 재산상 침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타인 사칭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타인사칭 행위를 새로운 범죄로 규정하는 것은 형법과의 균형을 고려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안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수석전문위원 또한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등 대표적인 SNS 운영사인 메타는 자체적으로도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코리아 관계자는 “가짜 계정 여부가 확인된 건은 계속 삭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메타는 신고 페이지를 비롯해 인공지능(AI)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가짜 계정을 추려내는 한편 전문인력들이 삭제 조치를 지원하고 있다.

단 구체적인 가짜 계정 규모는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계속해서 가짜 계정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며 “계속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즉시 100% 완벽하게 삭제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관계 법령 안에서 최선을 다해 조치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삭제 요청에도) 빠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공문 발송 등 재차 삭제 요청을 진행해 피해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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