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AI, 첫 금융AI 전문사 해체…은행의 AI가 처한 현실
국내 금융사가 처음으로 만든 인공지능(AI) 전문 자회사가 약 4년 만에 사라진다. 신한금융지주는 사업 효율화 등을 위해 신한AI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이 금융권의 AI 활용에 한계를 보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AI의 해체를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해체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신한AI에 소속해 있던 기존 직원들은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등 그룹 계열사로 흩어진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직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추진하고 있고 시점은 정확하게 나와있지 않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 수익성을 지목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자본을 투입해야 하지만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상황은 아니”라면서 “사업 효율화를 위해 사업 영역으로 AI를 가져와서 그룹 자체적으로 AI 사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AI의 소속 직원들이 그룹 계열사로 돌아가면서 신한금융그룹이 AI 기술을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곳에 녹아들어가게 하기 위한 조치”라며 “신한AI 직원들 상당수가 계열사 간 이동을 했던 분들로 다시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9월 출범한 신한AI는 국내 금융권의 첫 AI 자회사다. 인력은 약 50명이다. AI가 투자상품을 추천하고 자산관리 전략을 짜주는 신개념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신한AI는 주식시장 관련 답변 제공 GPT 서비스인 ‘모물’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모물은 향후 신한투자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에 탑재되며, 사용자 반응을 고려해 신한은행 뱅킹 앱인 쏠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으로 투입된 신한AI 인력이 서비스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신한AI의 해체를 두고 일각에선 금융권의 AI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가 별도의 AI 자회사를 둘 만큼 비용 효율적이지 않은데다가 AI 기술을 활용하는데 법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금융위가 지난 2021년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으나 실무적으로 참고하기에는 범위가 좁고 내용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금융권 AI 담당자는 “AI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야 하지만 어디까지 적용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호하다”며 “특히 망분리 이슈가 직결되다보니까 거대언어모델(LLM) 최신 기술은 외부 인터넷과 연결되어 실무자 입장에서는 장벽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양한 신기술을 써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이를 어길 시 리스크가 커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관계자도 “IT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AI,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관련 법이 구체적인 열거주의 형식으로 AI 등 혁신 기술 개발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설명가능 인공지능(XAI) 설명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의 어려움을 듣고 검토해볼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AI와 관련해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 어떻게 적용이 되어야 하는지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라며 “AI도 종류가 다양한데 관련해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건의가 들어오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는 망분리, SaaS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