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터넷은행 연체율, 대안신용평가 잘 작동하고 있나?
연말이 다가올수록 인터넷전문은행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가 32%, 토스뱅크가 44%가 목표치다. 올 연말까지 해내야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정부의 조건이었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작정 대출을 실행하기는 어렵다. 중저신용자를 많이 취급할수록 연체율이 올라가 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인터넷은행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평균 연체율은 2.79%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8월 케이뱅크가 4.1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토스뱅크가 3.40%, 카카오뱅크가 1.68%를 보였다. 이는 2021년부터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반면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0.2~0.3% 정도다.
점점 치솟는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을 보면서 일각에서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CSS는 금융 이력이 불충분한 중저신용자를 위해 통신비 납부 이력, 쇼핑 내역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이용해 신용평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업체는 ACSS가 씬파일러(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와 같은 금융소외계층을 보호할 수 있다며 혁신의 핵심 기술로 내세워 왔다.
이론대로 ACSS가 작동한다면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도 연체율은 크게 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봤듯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은 시중은행의 10배에 달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터넷은행은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ACSS가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평가하기엔 기간이 짧다”며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에 집중하고 ACSS를 고도화한 것은 2021년으로 이제 2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연체율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검증할 수 있을 것이고, ACSS도 빅데이터가 축적되어 고도화되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에서도 ACSS에 활용하는 데이터가 적합한지 내부에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저신용자를 취급하는 만큼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가져와 ACSS를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연체율은 더 높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존보다 저렴한 금리의 대출을 중저신용자에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해 이를 판매하는 곳에서도 CSS의 성능이 입증됐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CSS를 개발한 피플펀드는 “실례로 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량, 불량 사용자를 가려낸 결과, 결과값이 기존 모형보다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며 “여러 금융사들에게 ACSS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피플펀드 또한 ACSS의 성능을 알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시계를 만든다고 하면 써보는 즉시 상품의 품질 등을 알 수 있지만 ACSS는 실행하고 대출을 승인하고 갚는 과정까지 봐야하는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