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IT] 테슬라 봇의 미친 발전 속도, 인간은 노동을 빼앗길 것인가
자, 이종철의 까다로운 IT, 오늘은 테슬라 봇 옵티머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지 시각 9월 25일, 테슬라 투자자 데이에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비디오가 공개됐죠. 결과는 놀랍습니다. 처음 공개된 프로토타입은 서 있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비싼 마네킹이었죠. 그런데 작년 AI 데이에서는 화분에 물 주는 정도의 행동을 하더니, 8개월 만에 이 로봇은 아이 이상으로 진화했습니다. 다른 어떤 로보틱스 회사보다도 발전이 빠르고요. 인간이 자라는 속도보다도 빠르죠.
가장 중요한 점 두가지, 발전 속도와 구동 방식입니다.
우선 이 제품은 약 40개의 액추에이터를 갖고 있다고 하죠. 액추에이터는 쉽게 말하면 전기 모터입니다. 모터의 힘도 요즘은 강하긴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사용하는 유압 구동장치에 비해서는 턱없이 약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이미 인간 신체의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은 움직임을 보여주죠. 옵티머스가 할 수 있는 건 공중제비가 아닙니다. 대신 물건을 분류할 수 있죠. 너무 단순한가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구동 방식은 순수하게 비전 AI만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카메라만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AI고요. 테슬라 차량의 FSD와 같은 AI를 사용합니다. 우선 이 비전 AI를 통해서 옵티머스가 스스로 손, 손가락, 팔목 등의 관절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 관절들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코딩에 의존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동작하는 원리 자체가 다른 거죠. 쉽게 말하면 이 로봇의 팔 관절들은 테슬라 차량처럼 자율 주행을 하고 있는 거고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애니메이션 같은 거예요. 만든 대로만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자, 다음 옵티머스의 시연은 분류입니다. 보통 물류센터에서는 소팅(Sorting)이라고 부릅니다. 물류센터가 아니라 어떤 식의 공장에서든 사람이 하고 있는 일들이죠. 아주 단순한 형태긴 하지만, 같은 색의 블록을 같은 쟁반에 담고 있는데요. 사물의 색과 모양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잘못 세워진 블록을 제대로 세울 수 있기도 하죠.
로봇 영상의 클리셰도 등장했습니다. 인간이 로봇을 괴롭히는 영상이죠. 참고로 아틀라스는 맨날 두들겨 맞고 물건 뺏기고 그럽니다. 옵티머스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블록을 자꾸 뺏기고 있죠. 영상을 보니까 약 2배속 정도로 돌린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사람처럼 블록을 제대로 찾고 있죠.
그 뒤에 보여준 시연은 요가입니다. 이제는 한 발로도 잘 서있을 수 있을 정도로 자세 제어를 잘한다-이 정도 의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테슬라봇 구조상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힘들어 보이는데요. 잘 안 넘어지게 만들었다-이런 의미죠.
자, FSD 비전 AI 기술로 이런 제품을 만들어 냈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 테슬라 차량은 학습만 하고 나면 자율주행을 어디서든 할 수 있죠. 마찬가지입니다. 옵티머스들은 학습만 한다면 육체노동자들을 빠르게 대체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이 로봇은 아틀라스처럼 강하진 않지만 충전 한번에 8시간을 일할 수 있고요. 사람처럼 지칠 리도 없죠.
원래 처음에 AI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각 전문가들은 로봇이 저숙련 노동자는 대체하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이겼을 때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 리더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런 말을 했었죠. 바둑돌을 정확하게 놓는 로봇을 만드는 건 바둑을 두는 AI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바둑돌을 놓는 자체는 인간이 대신 했었죠. 그런데 여러분 옵티머스의 지금 행동을 보세요. 바둑돌을 못 놓을까요? 놓는 걸 넘어서 판 없는 것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딥러닝 AI 초창기에는 대부분 비슷한 예측을 했어요.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AI에 의해 대체된다. 그래서 의사와 간호사 중 의사의 업무가 대체될 것이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건 여전히 사람이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예측을 했습니다. 올해 3월, 골드만삭스는 사무 및 경영 46%, 법률 44%, 건축 및 기술 37%가 자동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육체노동이 필요한 업무, 그러니까 건물 및 청소·관리 분야의 자동화 예상률은 1%, 설치 및 유지보수 업무는 4%, 건설 및 채굴 분야는 6% 정도가 대체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 조사는 모두 옵티머스 등장 이전에 나온 분석들입니다. 물론 육체노동 중에서도 로봇이 할 수 없는 게 있을 거예요. 도배나 미장 같은 직업들은 아주 정밀한 사람 손기술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 직업들은 현재도 고숙련 육체노동에 속합니다. 아무나 쉽게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죠. 즉, 옵티머스는 저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다른 중요한 점도 있는데요. 옵티머스의 지향점이 저렴한 로봇이라는 겁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애초에 가사도우미로 설계된 게 아니에요. 군사용 혹은 재난 구조용 등으로 볼 수 있겠죠. 개당 1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옵티머스의 목표 판매가는 2만달러입니다. 현재 한화로 2700만원 정도 되는데요. 왠만한 사람의 1년 인건비보다 훨씬 싸죠.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내년부터 양산해서 3~5년 뒤에 보급한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테슬라가 한 걸 보면 이렇게 이야기하면 보통 5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5년이 과연 긴 시간일까요?
2021년 테슬라 봇의 콘셉트를 처음 공개할 때만 해도 일런 머스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의 중심에는 노동이 있고, 인간은 원하면 노동을 할 수 있겠지만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인간의 노동이 무가치해진다는 건데요. 법적 제도가 사전에 마련되지 않으면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 노동이라는 기본 권리를 빼앗기는 사태가 올 겁니다. 일런 머스크는 그래서 이런 말도 했어요. 기본 소득이 물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툭하면 자기가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사람에게 공감해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 국가가 AI 발전을 보는 시선은 핵무기와 비슷합니다. 어차피 위험한 거, 나쁜 놈들이 만들기 전에 우리가 만들자는 거죠.
아틀라스와 달리 옵티머스는 AI로 움직이는 로봇이고요. 핵무기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옵티머스가 신체가 불편한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가져올 것은 분명합니다만, 법적 제도가 완비돼 있지 않다면, 언젠가 우리는 모든 걸 뺏기고 말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 모두가 합심해서 제도를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부디 우리의 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 같이 찾아봅시다.
자, 다음 시간에는 원래대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겠고요. 그럼 그때까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
영상제작. 바이라인네트워크
촬영·편집. 바이라인네트워크 영상팀 byline@byline.network
대본. <이종철 기자>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