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하이브가 진짜로 원하는 것, 팬덤 플랫폼

올초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기억하시나요? SM이라는 상징적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두 회사는 1조 원대 ‘쩐의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하이브가 갑자기 인수전에서 손을 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이브가 “패배”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록 SM 전체를 인수하지는 못했지만, 하이브가 진짜로 원하던 것은 손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게 뭘까요? 최근 SM 아티스트들이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잇달아 입점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하이브가 카카오와의 SM 인수전에서 물러나면서 이뤄낸 결과죠.

하이브가 원했던 것은 SM의 모든 자산이 아니라 SM 소속 가수가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이브는 연예기획사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어하니까요.

지난 달 NCT, 에스파, 라이즈 등 아티스트 13팀이 위버스에 입점했습니다. SM은 자체적으로 ‘버블’이라는 팬덤 플랫폼이 있는데, 위버스에도 입점한 것입니다.

위버스와 버블, 두 서비스 모두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운영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왜 팬덤 플랫폼을 만들었을까요? 또 팬덤 플랫폼마다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왜 팬덤 플랫폼을 마련했나

201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선택한 팬 커뮤니티는 다음(Daum)이나 네이버 카페를 이용했습니다. 이후 트위터 등 SNS로 서서히 이동했지만, 그룹 하나를 좋아하기 위한 커뮤니티는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었고요. 이 때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팬덤을 위한 공간을 꼭 남에게 맡겨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를 넘어서 또 하나 생각해볼 문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질적인 수익 모델 딜레마입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수익 모델이란 음반에 더해 오프라인 지역 축제나 K팝 콘서트, 팬싸인회 등 아티스트가 직접 움직여야만 벌 수 있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해외 콘서트를 가도, 지역 축제나 팬싸인회를 가도 결국에는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며 긴 시간을 소모해야 하니, 인기가 많아 돈을 많이 벌더라도 비용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 아티스트가 해외 공연을 갈 때 아티스트 외에도 아티스트를 돕는 의전팀, 헤어메이크업 담당팀 등이 다 함께 움직입니다. 이들의 비행기표와 숙박을 생각하면 오프라인 행사에서 비용을 줄이기란 쉽지 않겠죠. 그나마 아티스트가 직접 움직이지 않고 IP(지적재산권)을 이용해 돈을 번다고 하면 역시 커머스입니다. 굿즈를 파는 거죠.

CD와 굿즈, 공연표가 잘 팔린다고 엔터테인먼트의 고민이 해결될까요? 타 플랫폼에서 판매하면 잘 팔릴 수록 플랫폼 입점 수수료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벌이가 늘어날 수록 남에게 주는 돈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팬덤의 편의성과 경험을 증진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팬덤을 중심으로 하지 않은 타 플랫폼에서 편의성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소속 아티스트의 팬덤이 어떤 연령대이고, 어떤 걸 추구하는지 알고 싶을 때, 네이버와 다음에서 제공하는 통계 분석만으로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또 커머스의 영역에서 생각해보면 팬덤에 맞춘 편리한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장이 필요했던 거죠. 일종의 D2C(Dircect to Customer) 플랫폼이 필요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뉴스레터 ‘TMI.FM’을 운영하는 차우진 대표는 “지속가능한 엔터 비즈니스”라고 표현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플랫폼 이탈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JYP는 2014년부터 ‘팬즈(Fans)’라고 불리는 별도의 팬사이트를, 2022년부터는 자회사 JYP 쓰리식스티(Three Sixty, JYP 360°)를 통해 자사몰 ‘JYP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YG는 자회사 YG 플러스를 통해 2016년부터 공식 스토어 YG 셀렉트 (YG SELECT)를 운영하고 있고요.

커머스를 넘어서 팬덤형 서비스로 살펴 보면, SM 자회사 디어유(DearU)는 2019년 ‘리슨(Lyn)을 출시했습니다. 또 2020년 2월 1대1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 ‘디어유 버블(DearU bubble)’출시했고요. 하이브(당시 빅히트)는 지난 2019년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내놨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팬덤을 스스로 관리하는 서비스 내에 품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즉, 이커머스 업계의 D2C 공식을 적용한 거죠. 여기에 더해 아티스트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더하기 시작했습니다. 굿즈 판매에 더해 콘텐츠, 유료 팬클럽 서비스 등을 플랫폼 내에 더하기 시작한 겁니다.

팬덤 플랫폼, 무엇이 있나

현재 팬덤 플랫폼 시장 양대 산맥은 위버스와 버블로 꼽힙니다. 현재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 및 오디션 프로그램 커뮤니티는 100여 개, 버블은 2023년 2분기 기준 200개 팀 이상, IP 584명이 참여했죠.

위버스는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2019년 출시한 팬덤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팬덤 커뮤니티 서비스 위버스와 팬덤 커머스 서비스 위버스샵(Weverse Shop)으로 나뉩니다. 아티스트는 위버스와 위버스샵 서비스 내에 입점해 활동할 수 있죠.

팬덤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로 팬덤을 연결하고자 하는 위버스는 ‘팬덤 라이프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커뮤니티와 콘텐츠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커머스까지 연결하죠. 콘텐츠 경우,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당시 비엔엑스)가 2021년 네이버로부터 아티스트 특화 라이브 방송 서비스 브이라이브(V-Live) 사업부를 양수하면서, 지난해 라이브 콘텐츠까지 품에 안았습니다.

위버스의 현재 수익모델은 유료 멤버십, 유료 콘텐츠, 커머스입니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사와 같이 유료 멤버십 서비스에서 수수료 일부를 얻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1대1 유료 구독형 채팅 서비스 ‘위버스 디엠(DM)’은 지난 2분기부터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위버스샵에 입점한 아티스트 상품도 판매하고 있고요.

추가적으로 도입 예정인 서비스로는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와 광고가 있습니다.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는 개별 아티스트 멤버십이 아닌, 위버스 플랫폼 자체를 구독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이브의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개된 내용으로는 위버스 라이브 실시간 자막, 위버스 DM, 광고 제거, 팬레터, 위버스 라이브 조기 공개 등입니다. 위버스 이용자 90% 가량이 해외 이용자인 만큼, 위버스 라이브 실시간 자막은 큰 유인 동기가 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위버스 입점 업체에게는 입점 시 얻는 두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우선 팬덤 특화 인사이트 제공입니다.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 소속사는 팬덤 데이터를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 위버스라는 한 플랫폼 내 다양한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때문에, 팬덤에 맞춰진  타 아티스트 커뮤니티를 구독하는 K팝 팬까지 팬덤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위버스 이용자 중 90%는 글로벌, 글로벌 팬덤 확장에도 용이한 셈입니다.

반면 버블은 SM 자회사 디어유가 만든 1대1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입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구독하고 있는 팬들이 보낸 메시지를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지만, 구독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아티스트가 1대1로 주고 받는 메시지만을 화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위버스와 버블이 다른 점은 플랫폼이 아니라 기획사별로 개별 앱을 구축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솔루션 사업인 셈입니다. SM 아티스트는 리슨(Lysn)에, 스타쉽, JYP, 큐브 등 기획사는 ‘버블 포 기획사 이름(bubble for 000)’으로 각각의 앱에서 아티스트를 활동하게 하죠. 소규모 기획사 경우 ‘버블 위드 스타즈(bubble with STARS)’에 입점하기도 하고요.

이 때 각 사마다 솔루션을 마련해 얻는 이익은 자신의 소속사 내에서 팬덤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버블의 수익모델은 월구독형 서비스로, 이용자는 인당 4500원(2인 8000원, 3인 1만1500원)입니다. 이 때 디어유의 수익은 40%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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