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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총리 님, 다음 포털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다음 포털이 때아닌 정치적 논란에 빠졌습니다. 지난 1일 열린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인 한국-중국의 경기 응원 페이지에서 중국팀을 응원하는 수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클릭 응원의 90% 이상이 중국 팀을 응원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역시 좌음(좌파 다음)은 친 중국”이라거나 “중국이 한국 포털에서 여론조작을 시도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라고 말했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사안은 공론장의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의미로, 철저한 실태조사와 엄중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변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범부처 TF 구성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사건을 마음에 안 드는 포털 손볼 기회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과거 ‘아고라’를 운영하던 시절부터 보수 정치권의 미움을 받아왔죠.

제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는 건 아닙니다. 정치권의 IT 산업 몰이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니까요.

저를 놀라게 한 건, 정치권이 쏟아내는 말폭탄보다 카카오 측의 해명이었습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번 한-중 축구 경기 클릭 응원에 약 3130만 건의 응원이 있었으며, 한국 클릭 응원이 6.8% (211만건), 중국 클릭 응원이 93.2%(2919만건)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가 5591개이며, 특히 2개의 해외 IP가 1989만 건을 차지했다고 카카오 측은 밝혔습니다.

우선 클릭 응원에 참여한 방문 IP의 숫자, 놀랍지 않은가요? 접속 IP 숫자가 순방문자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작지 않은 이벤트이며, 국내 최대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축구 경기입니다. 우리나라 양대 포털인 다음 스포츠에 방문해서 응원을 클릭한 IP가 겨우 5591개라는 겁니다.

네이버의 경우 로그인 해서 응원한 사람만 600만명이었습니다. 5591 대 6000000입니다. 해명문을 작성하다가 숫자 두어 개 빼먹는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해명문을 수정하지 않는 걸 보면 실수는 아닌가 봅니다. 다음이 아무리 네이버에 비해 점유율이 뒤진다고 해도 이정도까지 차이가 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한국 대 키르기스스탄 축구 경기에서는 한때 키르기스스탄의 응원 비율이 85%였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아마 정치적 해석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한 말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현상을 지난달에 보고도 담당자가 시스템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 게 더 문제 아닐까요? 경영진에서 관심이 많은 서비스였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포털에 관심이 많겠지만, 사실 카카오한테 다음 포털은 계륵과 같은 존재입니다. 돈은 못 벌고, 정치권으로부터 미움만 받게 만드는 서비스니까요. 얼마 전 카카오가 다음을 별도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CIC 독립이지만, 이별의 수순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죠.

이번 해프닝과 논란을 보면서 더욱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 포털의 상태는 생각보다 더 안 좋고, 카카오는 다음 포털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요.

그러니 총리 님, 방통위원장 님, 국민의힘 대표 님.

다음 포털 여론조작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요. 지금의 다음은 여론조작을 하고 싶어도 할 힘이 없어 보여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3 댓글

  1. 사태를 제대로 파악 못하네. 내용대로면 국내 2위 포털여론이 겨우 6천명도 안되는 ip 접속자들로 만들어진단 소리고 거기서 ip 2개에 의해 여론이 완전히 왜곡 될 수 있다는걸 보여준 것인데 이걸 문제없는데 호들갑이란 식으로 쓰다니 제대로 생각이라는 것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2. 잘 이해 못하신것 같은데, 5000개가 여론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여론이 왜곡된다고 하셨는데, 이미 그 수가 너무 작아서 여론이라고 하기도 부적절하고, 그 데이터의 신뢰도 자체가 떨어지는 상태라는 내용입니다. 5000개 정도면 사람이 손으로 장난해도 영향을 미칠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미 방문자는 초라한 상태인데, 국내 2위니까 기능을 보완하라는 것은 시장논리에 안맞는거죠. 그럴 여력이 없는 상태, 이미 그로기 상태라는 글입니다. 정치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접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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