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질주에 제동? 불공정 경쟁 들여다보는 EU
엔비디아가 유럽에서 불공정 경쟁 관련 조사의 대상이 됐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이용해 가격 및 공급을 조절했다는 혐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엔비디아에 대해 반경쟁적 남용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문 지위 남용과 관련한 행위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지난주 프랑스 경쟁 당국이 엔비디아의 사무실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프랑스 경쟁 당국 관계자가 소규모 경쟁자를 배제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한 로이터통신(REUTERS)은 프랑스 당국이 업계에서의 엔비디아의 핵심 역할, 가격 정책, 칩 부족과 가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고 알렸다. 치솟는 GPU 수요를 악용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하거나, 수급 부족 현상을 유도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GPU는 AI 서비스를 돌리기 위한 필수적인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의 올해 1월 통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시장점유율은 97%에 달한다. 사실상 독점 체제나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AI반도체 독점력을 발판 삼아 지난 6월 1조달러의 기업 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외 AI 업체들은 GPU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붐이 일면서 GPU를 시장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모델 개발에 앞서 GPU를 구하는 것이 AI 개발업체들의 1차적인 과제가 됐다.
지난 8월 국내 업체 코난테크놀로지스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 엔비디아 GPU H100를 수급했음을 강조했다. NHN가 이달 문을 여는 ‘NHN클라우드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에 H100을 대량 확보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밀었다.
NHN은 광주 데이터 센터 건립 계획이 짜인 뒤인 2021년경부터 H100 도입을 추진했다. 아직 생성AI 돌풍이 불기 전이며, 엔비디아가 H100을 출시하기도 전이다. 확보한 H100 제품은 1000개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품귀 현상이 생기기 전이라 비교적 저렴하게 H100을 들여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NHN관계자는 “파트너사인 델 테크놀로지스와의 협력을 통해 발빠르게 H100을 도입했다”며 “지금 도입을 추진하는 타사들은 초기보다 높은 비용으로 계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수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소 2024년 이후 H100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상태다. 기업들이 줄 서서 칩을 받아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만약 EU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내는 돈(과징금) 만큼 본전을 뽑으려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과징금으로 내는 금액만큼 AI반도체 가격이 높아질 거라는 우려다. 반면 생산량을 늘리는 시정명령이 나오면GPU 공급에 물꼬가 트일 거란 기대도 나온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