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막는 전금법 개정안 뜯어보니
지난 2021년 대규모 환불대란이 일어났던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면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선불업)의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선불업의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선불충전금의 보호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9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법조계는 선불업을 유지하려면 시행령 윤곽이 정해지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전자금융업 등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영위하려고 하는 사업이 선불업에 해당되는지, 등록이 요구되는지 알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25일 법무법인 광장,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전자금융거래법의 주요 내용과 전망’ 세미나를 열고, 전금법 개정안의 핵심 조항을 소개했다.
먼저 전금법 개정안에 따라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범위가 확대된다. 개정안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업종 기준인 현행 2개 업종을 삭제했다. 대신 구입가능한 재화, 용역의 업종이 1개 이상이면 규율대상에 속하도록 했다. 이는 업종의 포섭범위가 광범위해 범용성이 높은 지급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등록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또 전자식으로 변환된 지류식 상품권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된다. 모바일쿠폰, 기프티콘, 게임머니, 포인트 등도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됐다.
김시홍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은 “사실상 전자식으로 발행하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포함되는 결과가 생긴다”며 “온라인에서 규제를 못했는데 지류식 상품권 중 전자식으로 변환한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선불업 관리 사각지대를 축소하기 위해 선불업 등록 면제기준이 강화됐다. 구체적으로, 등록 면제되는 가맹점 기준을 축소했다. 현행 법에는 가맹점 기준이 10개 이하, 1개 지방자치단체만 사용, 1개 건축물에만 사용, 1개 사업장에서만 사용되어야 등록 면제가 됐다면, 개정된 법안에 따라 가맹점 1곳만 사용하더라도 선불업에 등록해야 한다.
또 총발행잔액(분기) 기준 뿐만 아니라, 총발행액(연간) 기준을 추가해 등록면제를 판단한다.
개정안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선불충전금 보호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현행 법은 전자금융업자가 도산할 경우 이용자의 우선변제권에 대한 보장 내용이 없으며 위반하더라도 처벌하지 못한다. 또 현행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에 불과해 내용, 구속력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충전금의 별도관리를 의무화했다. 선불충전금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신탁,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의 방식으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별도 관리하는 선불충전금은 상계, 압류하거나 양도,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규율했다.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용자의 우선 변제권을 명시했다. 별도 관리하지 않는 선불충전금과 지급보증보험을 가입한 선불충전금에 대해 안전한 방법으로 운영하도록 제한한다.
선불업의 영업행위 규칙이 신설됐다. 과도한 할인발행, 무산포인트 지급 등 적자 마케팅을 규제했다. 할인발행 등을 위한 재원은 선불업체의 자본금 또는 신규고객의 충전금 등으로 충당되어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서다. 다만, 일정한 재무건전성을 갖춘 경우에 한해 할인 발행, 적립금 지급 등의 경제적 이익을 이용자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대표가맹점 개념이 신설됐다. 여기서 말하는 대표가맹점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와의 계약에 따라 이용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하는 자를 위해 직불전자지급수단이나 선불전자지급수단 또는 전자화폐에 의한 거래를 대행한 자다. 기존에 등록한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 금융사 등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후불결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 운영되고 있는 전자금융업자의 후불결제 업무를 선불업자의 겸영업무로 허용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아울러 전금법 개정안이 내년 9월 시행될 전망인 가운데, 법조계는 현행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시홍 전문위원은 “시행령 윤곽이 정해지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부터는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선불업) 사업유지를 하려면 전자금융업 등록 준비를 해야 하고, 사업축소를 하려면 발행 형태를 자가형, 무상형으로 변경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불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하는지, 선불업 등록이 요구 되는지 여부를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면밀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등록 대상이라 결정되면 선불업 등록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문위원은 등록요건 부채비율, 주요출자자 요건의 경우 단 시간에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등록면제를 위한 가맹점 계약해지, 발행액 축소도 단기간 어려울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기존 샌드박스 지정업체들도 별도 겸영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사업자들도 법 시행 후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김 전문위원은 “모든 선불업자에게 겸영 승인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소수의 엄선된 사업자만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체정보 공유, 이용자별 한도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