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나요?’ 컴투버스 광장에서 외치다

게임업계에선 팀 단위 구조조정은 잦은 편인데요. 오랜만에 자회사 하나를 두고 대규모 조정안이 나와 시장 이목이 집중됐네요. 컴투스의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입니다. 지난해 4월 출범했네요. 그 이전부터 개발 사업 조직은 있었고, 다양한 기업들의 협업을 이끌어내 메타버스 판을 주도하고 힘을 싣고자 법인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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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투버스 사진 자료 (제공=컴투스)

컴투버스(Com2Verse)는 지난 8월 동명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아쉽게도 반짝 관심을 끈 정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인기가 식었습니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시장의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서비스를 띄운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 ‘들어가보니 동시접속자가 한자릿수더라’는 주변 경험담이 들리기도 했네요. 그 뒤 잊고 있었다가 최근 구조조정 얘기가 설설 끓더니, 두 달 만에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현재 컴투버스 인원은 130여명입니다.

기자는 동시접속자 한자릿수라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가 진짜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네요. 구조조정 계획이 만천하에 알려진 어제(21일) 오후 컴투버스에 접속했는데요. 드넓은 광장을 이곳저곳 돌아다녀도 NPC(컴퓨터 캐릭터) 외엔 사람 캐릭터가 보이지 않고, ‘아무도 없나요?’ 전체 채팅을 날려도 무반응이었습니다. 추정하건데 동시접속자는 저 1명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컴투스는 컴투버스 구조조정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미래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과 사업 가치 및 성장성, 그리고 이를 위한 비전과 지향점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러한 이유로 컴투버스의 도전은 계속 진행된다. 다만, 현재 국내외 관련 산업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검토하였을 때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그 때문에 빠른 시일 내의 매출 성장 및 비용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메타버스 사업의 효과적 추진, 경영 효율화 및 재무적 성과 창출에 대한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해 왔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며 중장기적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성과와 사업 전략은 장기적 과제로 설정하고, 단기적으로는 많은 시장 수요가 예상되는 컨벤션 센터 기능을 중심으로 성과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컴투버스 조직 재정비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장기적 지속성장을 추구하며 앞으로 도래할 거대한 메타버스 시장을 보다 냉정한 시각에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컴투버스의 사업적 선택과 집중,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인원의 변동이 진행된다. 컨벤션 센터 등 주력 기능의 개발 및 서비스를 위한 인력 외의 임직원은 컴투스 그룹 각 계열사에서 채용 계획에 따라 최대한 우선 검토하여 채용한다. 또한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3개월 급여를 지급하며, 향후 컴투버스 사업의 인원 확대 시 우선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2022년 컴투버스 미디어데이 환영사에 나선 당시 송재준 컴투스 대표

자신만만했건만…뼈아픈 오판

두 해전 송재준 컴투스 대표(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 GCIO)를 만난 적 있습니다. 당시 컴투스 대표였네요. 컴투버스 인터뷰를 위해서였습니다. 송 대표는 달변가입니다. 인터뷰 당시에도 거침이 없었네요. 그는 컴투버스에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송 대표는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플랫폼이 없었다”면서 직접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모바일 다음 플랫폼이 메타버스가 될 것이란 확신을 보였네요. 그때 발언을 간략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심리스(끊김 없이)하게 사회를 옮겨 놔야 한다. 가상현실로 우리의 삶이 들어가야 이게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 컴투버스로 출근하고 은행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 없이 화상채팅으로 대출 상담까지 받도록 하겠다. 원격의료도 가능하게 한다. 백화점하고도 얘기 중이다. 쇼핑도 하고 배달음식도 푸드코트를 구경하듯이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 MOU(업무협약) 발표가 많을 것이다. 컴투스 그룹의 2000여명과 위지윅스튜디오 500여명이 먼저 입주한다. 가상 오피스를 먼저 테스트하고 수많은 개선사항을 잡아낸 뒤 타사를 입점시킨다.”

“놀이터에서 흙으로, 레고(블록)를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10대 20대에겐 마인크래프트에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감성이 있다. 기성세대가 가상세계에서 영화를 본다고 하면 보기엔 이상할 수 있어도, 10대에겐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왜 게임에 돈을 많이 쓰냐 하지만 게임하시는 분들은 잘 알지 않나. 게임 안에서 내 아바타가, 이게 나의 자아이고 어떤 사회적 지위도 생기는 것이고 길드원(게임 내 친목모임)에게 선물도 주고 길드장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누리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것이 게임으로 국한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로 다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 메타버스다. 현실 세계를 대체하려면 일단 일(업무)부터 메타버스로 가져와야겠다 생각했다. 우리의 삶을 옮겨놓겠다.”

그의 발언을 미뤄보면, 컴투버스라는 소설 한 권에서 이제 막 몇 장을 넘긴 수준인데, 더 이상 진도가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다 보니 ‘출시 여부 재검토가 됐어야 할 서비스였다’라는 평가도 있네요. 실패의 기운을 감지했지만, 일말의 희망을 보고 출시를 감행한 것일까요. 아쉬운 부분은 대규모 사내 테스트를 거치고도 상황 판단이 안 된 점,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어느 정도 식은 시점에서도 전략 수정이 안 된 점 등 뼈아픈 경영실기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너무 앞섰던 거 아닐까요? 결국 재미가 없어서?

컴투스 내외부에선 ‘시장 흐름에 비해 너무 앞선 서비스’였다는 반응이 있네요. 컴투스가 시장 선점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컴투버스 탄생 취지에 공감합니다만,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메타버스 정의가 아직도 분분한 지금, 컴투버스를 한참 앞선 서비스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재미가 없어서’가 패인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건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커뮤니티를 이루는 핵심 동인이 재미일 텐데, 컴투버스에선 이걸 찾기가 어려웠죠.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창업자

최근 방한해 메타버스 지론을 펼치고 간 유명 인사가 있는데요.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창업자)입니다. 4년만에 국내 미디어 앞에 나선 간담회에서 메타버스를 여러 차례 강조, 거의 노래를 부르고 갔네요. 결국 재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곱씹어 볼만한 발언을 정리합니다.

<관련기사: ‘단일 대형 메타버스 구현될 것’ 천재 개발자의 미래 전망>

“메타버스를 어떻게 보는지 따라 매력이 있고 없고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트나이트나 마인크래프트 게임 형태로 보게 되면 매력이 있습니다. 현재 메타버스 형태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에 월간 활성 유저 수가 6억명에 달합니다. 굉장히 큰 시장이고 성장세도 큽니다. 게임업에서 봤을 때, 메타버스 트렌드는 피할 수 없습니다.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인데요. NFT(대체불가토큰) 기반 메타버스는 솔직히 재미있지 않았고, VR(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도 재미를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게이밍 인더스트리가 메타버스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2030년까지 유저 10억명 이상을 돌파할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메타버스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게임이 메타버스를 정의하는데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여러 기술적 혁명이 일어날 것이고요.”

언리얼 페스타 2023 방송 갈무리

팀 스위니 대표도 메타버스의 매력이 떨어진 이유로 ‘재미’ 유무를 신랄하게 따졌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로블록스, 포트나이트까지 메타버스 유행을 일으킨 플랫폼들은 모두 게임입니다. 거대 게임 틀 안에서 다양한 개별 창작 게임이 돌아가는 형태가 닮았네요.

이 중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즈가 전략적으로 메타버스로 키우는 중입니다. 그는 여러 메타버스가 연결돼 거대 경제 생태계를 이룰 것으로 봤습니다. 물론 메타버스 간 경제적 표준화와 기술 표준을 통한 상호 호환성 등 선결과제가 많긴 하지만요.

팀 스위니 대표는 당장 메타버스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니고, 2030년쯤 되면 시장이 무르익어 “메타버스 근처에 왔구나”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네요. 앞으로 마라톤 게임이 아닐까 하는데요. 컴투버스의 다음 챕터를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제 출발선을 막 벗어난 지점에서 기권은 아니었으면 하네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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