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파이, 국내에서 이젠 씨 말랐다…대안으로 떠오르는 ‘씨디파이’

하루인베스트를 시작으로 델리오, 헤이비트까지 국내 중앙화 가상자산 예치(Cefi, 씨파이) 업체들이 서비스 중단에 나섰다. 금융 당국이 국내 씨파이 사업을 금지하겠다는 식의 모습을 내비치자, 시장에서는 씨파이와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을 합친 씨디파이에 관심을 기울인다.

씨디파이란 비수탁 방식으로 온체인 거래 내역으로 기록되는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으로, 지난 2020년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그 중요도를 강조한 바 있다.

씨파이는 중앙화된 주체가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안, 규제 준수 측면에서는 안정적이었지만 운영 업체가 스테이킹을 대행해주는 형태라 투명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 디파이와 다르게 거래 내역들이 블록체인 온체인 상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예치한 돈이 어떻게 운용되고 활용되는 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6월 국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돌연 입출금을 중단한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또한 현재 피해 규모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 두 서비스는 서비스가 중단되기 몇 년 전까지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자산을 운용할 트레이딩 팀이 있는지, 운용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디파이 서비스가 씨파이의 해결책이 될 순 없었다. 디파이는 탈중앙화 형태로 관리 주체가 따로 없고 모든 데이터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킹 등의 보안 사고에 취약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및 도난 범죄가 전년 대비 7% 상승했고, 그중 디파이에서의 해킹 및 자금 세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가상자산 범죄자들은 자금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자금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탈중앙화적 성격을 띠는 디파이가 이에 적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씨디파이다. 시장에서는 씨파이 같은 수탁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디파이처럼 규제 기관을 두어 투명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2020년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가 처음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당시 창펑 자오 CEO는 “중앙 집중화되고 탈중앙화된 거래소가 제공할 수 기능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을 가상자산 공간으로 끌어들일 수 있길 바란다”며 “이 아이디어는 씨디파이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NX 토큰 자산 플랫폼 CEO 알렉산더 트카체코 또한 “씨디파이라는 현상은 새로운 금융영역으로의 진입에 대해 회의적인 투자자들에게 해답을 제공할 수있다”며 “물론 씨파이와 디파이를 결합하는 것은 두 공간 사이의 일관성 있는 연결 조직이 있어야 하는 등 구축이 까다롭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면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긍정했다.

다만, 아직까진 전세계적으로 씨디파이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국내에서는 IT기업 네오위즈그룹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네오핀만이 관련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네오핀은 지난 7월 아랍에미리트(UAE) 당국과 협업해 관련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네오핀 관계자는 “아랍에미리트의 지원을 받아 씨디파이를 포함한 디파이 규제의 초기안 마련을 가속화하고자 한다”며 “신뢰, 안정성, 확장성을 가진 씨디파이를 기반으로 중앙화된 크립토 금융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추후 국내에서 디파이 및 씨디파이 서비스가 가상자산 및 금융 파생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현재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통과가 되고 내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산업 육성 및 진흥에 대한 내용이 담길 2단계 법안 또한 거시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비트코인 ETF나, 기관 투자 등 논의될 사항이 많아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디파이나 씨디파이 등의 사업들이 추후 파생상품까지 볼 수 있을 지에 관한 논의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언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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