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AI 회사가 될 수 있을까

국내 통신사들의 지상과제는 오랫동안 탈(脫)통신이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통신 이외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진즉부터 포화상태였으며, 통신 서비스 특성상 해외진출도 어렵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기술과 트렌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클라우드가 뜨면 클라우드 기업이 됐고, 메타버스가 뜨면 메타버스 기업이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탈통신은 실현되지 않았다.

생성 AI는 어떨까? 통신사들은 GPT3가 등장한 이후, 아니나 다를까 생성 AI에 뛰어들었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에는 AI에 대한 통신사들의 관심이 더욱 가속화됐다. AI를 탈통신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SK텔레콤(이하 SKT)이 26일 자신의 정체성을 ‘글로벌 AI 컴퍼니’로 규정하는 선언을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의 일환이다. SKT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AI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SKT가 발표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가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SKT는 자사의 전략을 ‘AI 피라미드’라고 발표했다. 가장 밑단의 AI 인프라부터 AI 기반 비즈니스 전환을 위한 기술, 소비자를 위한 최종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인프라 전략 : 슈퍼컴퓨터와 멀티 LLM(거대언어모델)

AI 서비스를 위해 기반이 되는 것은 IT 인프라다. 특히 챗GPT 붐이 일어난 이후 세계적으로 AI 성능을 높여줄 GPU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GPU 확보가 중요하다. SKT 김지원 AI 사업담당 부사장은 “SKT는 총 3000개 이상의 GPU를 보유하고 있으며, AI 모델 사전학습을 위해 특별히 1040개로 구성된 타이탄 클러스터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인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의 역할도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GPU는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기 때문에 GPU 이외의 성능 좋은 가속기가 필요하다. SKT 유영상 대표는 “사피온은 경쟁사 대비 두배의 속도를 자랑하고, 엔비디아 쿠다를 대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사피온을 미국에서 상장시켜 엔비디아 대항마로 만드는 것이 SKT의 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KT는 ‘멀티 LLM’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자체적인 LLM을 개발하면서도 외부의 LLM을 병행해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자체적으로는 에이닷엑스(A.X)라는 LLM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에이닷엑스는 통신산업에 특화된 LLM이다. 이를 AI 컨택센터(AICC), 네트워크 모니터링 등에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SKT는 해외의 통신사와 연대해서 통신 비즈니스 전용 LLM을 개발할 방침을 밝혔다. T모바일(미국), 도이치텔레콤(독일), e&(중동), 싱텔(싱가폴) 등이 SKT와 연대하는 글로벌 통신사들이다. 정석근 글로벌·AI 테크 사업부장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통신사들이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통신사 대리나 과장 수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LLM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LLM 관련 또 하나의 전략은 해외 LLM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유영상 대표는 “토종 LLM으로 성공할 수도 없고, 그것으로 우리 시장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엄청난 자본과 기술, 글로벌 스케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LLM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멀티 LLM으로 글로벌로 가겠다는 것이 저희의 전략이고 다른 경쟁사와 다른 측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SKT가 선택한 회사는 앤트로픽과 오픈AI다. 엔트로픽은 오픈AI 대항마로 손꼽히는 AI 스타트업으로 SKT는 지난 달 이 회사에 1억달러(135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오픈AI와도 특수한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유영상 대표는 “SKT 혼자서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는 어려웠겠지만, 우리가 통신사 연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제휴를 맺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AI 피라미드 전략을 소개하는 SKT 유영상 대표

AI를 통한 비즈니스 전환

SKT는 이와 같은 AI 인프라를 활용해 스스로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또 외부의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 전환도 지원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SKT는 AI로 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서비스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영상 대표는 “AI로 마케팅과 운영을 혁신하면 20~3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IPTV와 같은 기존 서비스는 AI TV로 체질을 바꾸고,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도 멀티 LLM을 기반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AI 기반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도심항공교통(UAM)과 헬스케어 분야가 있다. SKT는 조비라는 UAM 기체 회사에 1억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조비의 기체 기술과 AI를 활용한 관제 기술을 이용해 2025년 UAM 상용화를 계획 중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SKT는 또 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해주는 엑스칼리버라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엑스레이 사진 판독에 어려움을 겪는 수의사를 위한 보조 기술로, 15초 정도면 인식을 하는데 95%의 확률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유영상 대표는 “저희와 전략이 맞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함께 하고자 하는 전략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비서가 소비자 경험의 핵심”

SKT가 제시하는 AI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AI 개인비서’가 있다. SKT는 지금까지 에이닷이라는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베타 버전으로 제공해왔다. 아직 충성도 높은 이용자가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1년 반 동안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자평이다.

SKT 김용훈 AI서비스사업부장은 “(에이닷은) 시장과 조금 다르게 AI 에이전트 서비스로서의 접근을 해왔고, 그걸 위한 다양한 기술 기반과 노하우들을 쌓아왔다”면서 “그 과정에서 AI 개인비서 서비스가 시장의 명확한 차세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AI 비서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과 삶의 경험을 혁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통화 내용을 자동으로 요약해서 다음에 확인할 수 있도록 텍스트로 기록하고, 통화 중 대화를 기반으로 캘린더에 일정을 표시할 수 있다. 또 아침에 알람을 울릴 때도 이용자의 수면상태를 분석해서 램수면에 들어갔을 때 울리면 보다 상쾌하게 기상할 수 있다는 그는 설명이다.

김용훈 사업부장은 “에이닷은 나만의 AI 개인비서라는 목표 아래, AI 커뮤니케이션과 라이프 어시스턴트라는 두 가지 축으로 성장을 해나갈 것”이라며 “AI 개인비서 서비스는 앞으로 다가올 AI 시장에서 분명한 시장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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