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해진 디지털플랫폼정부 청사진…명과 암은

내년 디지털플랫폼정부(DPG) 예산이 기존보다 2배가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늘어난 예산 만큼이나 이를 제대로 써야 할 때. 성공적인 구축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1년 전 야심차게 출범한 지난 DPG위원회가 사업을 이끌어가는 가운데 완벽하게 구축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분야별 핵심 사업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2배 늘어난 예산

DGP위원회는 최근 내년  DPG 관련 예산을 9262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올해(4192억원)보다 121% 늘어난 규모다. 해당 예산은 ▲하나의 정부 ▲똑똑한 나의 정부 ▲민·관이 함께 하는 성장플랫폼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DPG 구현 등 4대 분야에 중점 투자할 방침이다.

앞서 DPG위원회는 지난 4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은 실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국민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고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게 골자다. 또 기업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도 활용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국민 권리를 강화하는 것도 추진과제로 담겼다.

이번 예산안을 분야별로 보면 디플정의 핵심인 ‘하나의 정부’ 사업에는 1953억원, ‘똑똑한 나의 정부’ 사업에는 1151억원이 배정됐다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 플랫폼’ 사업엔 5065억원,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DPG 구현’에는 595억원을 쓸 계획이다.

(자료=DPG위원회)

하나의 정부 – 클라우드 네이티브

분야별 중점 사업을 보면 우선 하나의 정부 사업은 공공부문 정보자원을 ‘클라우드 네이티브’ 방식으로 2030년까지 전면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부문 정보 1만3276개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현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스템 기획과 설계 단계부터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해 작고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 단절없는 서비스를 구축한다. 행정안전부는 우선 758억원을 올해 관련 예산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실제 효과를 거두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관리자가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게 수월했지만 전환된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인프라를 비롯해 플랫폼, 데이터베이스 등 스택별로 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자원만 클라우드에 옮겨놓는 리프트 앤 리프트(Lift & Shift) 방식을 넘어 컨테이너 등 클라우드의 이점을 십분 누릴 수 있는 전환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부처와 기관 전체가 통일된 방식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또한 수시로 앱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가운데 유지보수를 위한 매니지드서비스 제공사(MSP) 도입 등 추가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 개발 전문인력 확보도 숙제다.

똑똑한 나의 정부 – 통합 플랫폼 구축

또 하나 체감되는 변화는 한 번의 로그인만으로 모든 공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이다. 지금은 정부24에서 단순 링크를 통해 다른 웹사이트로 연결, 또다시 로그인해야 하는 서비스만 1500종이 넘는다. 2026년에는 이런 단순 링크를 모두 없애고 한 곳의 통합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게 목표다. 또한 2026년에는 정부가 이미 보유한 정보(구비서류 등)은 다시 요구하지 않도록 해 업무마다 별도로 구비서류를 뽑거나 여러 기관에서 각각 신청하는 수고를 줄이는 것도 과제로 잡았다.

통합 플랫폼에서 1500종이 넘는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려면 각기 다른 정보 수집 체계와 서류 제공을 위한 시스템 연결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간 칸막이를 제대로 없애야 한다. 구비서류 제출을 줄이려고 하더라도 A부처가 B부처에 이를 적시에 제공하지 못하면 국민의 수고를 줄인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다. 법령 개정이 필요해서다. 지금 6000여개가 넘는 사무가 법령에 따른 정보 요구 대상이라는 게 DPG위원회의 설명이다. 이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을 고쳐 제약사항을 없애야 한다.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 플랫폼 – 원스톱 인허가 디지털 서비스 개방

사업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사전 준비나 서류 제출, 결과 확인을 방문 없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원스톱 인허가’ 서비스에는 68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예를 들어 공장 설립과 관련한 인허가 업무라고 치면 가상공간에서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화면으로 입지를 추천받고 건축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 있는 형태다. 담당 부처나 지역별로 달랐던 처리 기간이나 방식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고 사전 답사나 컨설팅 등 대행사를 통하면서 생겼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 개방도 눈에 띈다. 본래는 정부 웹사이트나 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었던 업무를 민간 서비스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꾼다. 지금은 KTX 승차권, 자동차 검사예약 등 23종 서비스를 민간 플랫폼에서 쓸 수 있지만, 내년에는 예방접종조회, 여권 재발급 신청 등 40종의 디지털 서비스로 확대할 방침이다.

단 원스톱 인허가 서비스는 아직 고도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으로 입체도면을 제공한다 해도 직접 사람이 보는 것 만큼의 확인은 힘들 수밖에 없다. 자칫 실효성 없는 서비스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3D 모델링 등 적절한 최신 IT 기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도시뿐 아니라 농어촌 등 지역 정보도 빠짐없이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야 원하는 정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DPG 구현 – 마이데이터 플랫폼

한 곳에서 본인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유통·활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선도서비스를 개발·추진한다. ‘제로트러스트(ZeroTrust)’ 아키텍처로 전통적 보안체계를 재검토하는 등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개방·공유환경에 적합한 보안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단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분야와 업종간 다른 데이터 형식과 전송방식을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보제공자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표준화해 수신자에 전송하는 ‘중계 전문기관’을 선정해 지원하는 게 현 계획이다. 전문기관의 권한 설정을 비롯해 데이터 전송에 드는 비용에 대한 정확한 과금 체계 설정이 숙제로 남는다.

주무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시행령 제정 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 중 중계 전문기관 선정과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진호 기자>jhlee26@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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